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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에 미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중국 "창 · 방패 필요"

"러시아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분. 중간 단계인 12분 안에 탄도미사일을 요격해야만 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된 영화 '인터셉터'의 기본 콘셉트입니다. 실제 이런 요격 시험이 중국에서 진행됐습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9일 SNS 계정을 통해 중간 단계 탄도탄 요격미사일(ABM·Anti-Ballistic Missile)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방부는 시험 발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실험은 방어적 성격으로, 다른 나라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중국 국방부의 발표문. '이번 시험은 방어적 성격으로, 다른 나라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돼 있다.

중국 "탄도미사일 요격 시험 성공…중간 단계에서 요격"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이튿날 이번 시험이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먼저 시험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훈련임을 명시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비행은 발사 단계, 대기권 밖 비행 단계, 대기권 재진입 및 급강하 단계, 이렇게 3단계로 나뉘는데, 이번 요격 시험은 중간 단계, 즉 대기권 밖 비행 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요격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껏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발사 단계는 미사일이 지상에서 가깝고 비행 속도가 빨라지기 전인 가속 단계라 요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통상 적지 깊숙한 곳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또 마지막 단계에서는 미사일의 속도가 매우 빨라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중간 단계 역시 미사일이 대기권 밖을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요격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중국은 해냈다고 자찬했습니다. 이번이 2010년, 2013년, 2014년, 2018년, 2021년에 이어 6번째 시험으로, 6차례 모두 요격에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군비통제·비확산센터'를 인용해, 미국의 중간 단계 방어 성공률은 55% 불과하다고 깎아내렸습니다.

중국의 탄도탄 요격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미국, 한국 등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가능성…창 · 방패 모두 필요"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위협의 가장 큰 원천은 미국이라고 꼭 집었습니다. 미국 매체 '국방뉴스'를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1,000억 달러(130조 원) 규모의 전략 프로그램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 전력을 현대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를 갖추는 게 미국의 핵 협박에 대한 억지력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나아가, 미국이 2019년 중거리 핵전력 조약에서 탈퇴한 뒤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망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과 한국, 괌, 호주 등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방의 미사일망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항공모함이나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원거리 무기와 함께,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습니다. 중국 항공 관련 잡지 '항공지식'의 편집장 왕야난은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중국 인근에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미사일이 어디서 중국으로 날아올지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창과 방패가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항공모함과 극초음속미사일이 창이라면, 탄도탄 요격미사일은 방패인 셈입니다. 중국은 최근 독자 기술로 건조한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진수했으며, 지난 2019년 열병식에선 극초음속미사일 DF-17을 선보였습니다.

중국의 세 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사진 위)과 극초음속미사일 DF-17

미국 싱크탱크 "한국, 중거리 미사일 배치 허용할 가능성 매우 낮아"

그렇다면 미국이 실제 한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 표명했습니다. 외신들은 일본과 한국, 호주가 주요 후보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과 공식 논의를 하거나 자체적으로 검토한 바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가 지난 5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연구소는 한국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미군의 방어용 미사일 체계 배치에 중국이 반발한 경험과 과거 중국의 압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취약성, 전반적인 한미 관계 악화 때문에 '지상 기반 중거리 미사일' 배치에 한국이 동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미군의 방어용 미사일 체계는 2016년 배치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말하며, 한미 관계 악화는 트럼프 정부 시절 주한미군 철수 주장과 과도한 방위비 인상 요구로 한미 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을 말합니다. 이 연구소는 다만 '현 국내 정치와 역내 안보 상황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중국의 중거리 방공 미사일 체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상 변화가 생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추가 배치를 공언했고, 취임 이후에는 사드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한미 관계는 순풍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잦아지는 북한의 도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존 플럼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 차관보는 지난달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 일본, 호주와 확장 억제 대화를 지속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동맹을 활성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랜드연구소는 "사드는 방어용 무기인데 반해, '지상 기반 중거리 미사일'은 공격용 무기이며, 사거리를 고려하면 중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이 더 거칠게 대응할 게 확실하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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