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중국 여성 집단 폭행, 티셔츠 상표에도 '불똥'

[월드리포트] 중국 여성 집단 폭행, 티셔츠 상표에도 '불똥'
중국에선 식당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집단 폭행 당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건은 지난 10일 새벽에 발생했습니다. 허베이성 탕산시의 한 식당에서 남성 7명이 여성 4명을 무자비하게 구타한 것입니다. 한 남성이 여성의 몸에 손을 댔다가 여성이 이를 거부하고 밀치자 남성 일행이 달려들어 여성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습니다. 집단 구타는 식당 밖으로까지 이어졌고, 여성 중 2명은 얼굴에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폭행 장면은 식당 CCTV 등에 고스란히 찍혔는데, 영상이 SNS에 공개된 이후 중국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어떻게 여성을 저렇게 폭행할 수 있느냐"부터 "주위의 다른 남성들은 말리지 않고 뭐 하고 있었느냐"까지 분노의 목소리는 확산했습니다.

가해 남성이 입은 '보이런던' 티셔츠 논란…"조폭 유니폼"


중국인들의 분노는 한 의류 브랜드로까지 향했습니다. 7명의 남성 가해자 중 한 명이 영국 의류 브랜드 '보이런던(BOY LONDON)'을 입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이런던은 펑크 패션으로 시작해 1976년 론칭됐습니다. 중국에는 1997년 진출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영상 속 남성의 옷에는 보이런던의 상징인 커다란 독수리 문양과 'BOY'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중국 허베이성 탕산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 사건 영상. 남성이 보이런던 티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과거 사건까지 끄집어 냈습니다. 3년 전 장쑤성 난징시 공안이 조직폭력배를 소탕했는데, 당시 검거된 폭력배들 중에서도 보이런던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 두 사건을 연결시켜 네티즌들은 보이런던 티셔츠를 '불량배·건달의 제복', '조폭 유니폼'이라 불렀습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식당이 고깃집임을 언급하며 '고깃집 전투복'이라 칭한 네티즌도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왜 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이 브랜드를 좋아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며 보이런던에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이 옷을 입으면 전투력이 상승하는 모양"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심지어 중국 SNS에는 '이런 옷차림의 사람들은 멀리 하라'는 게시물까지 등장했습니다. '짧은 머리 스타일에 둥근 체형, 금목걸이를 목에 걸고 보이런던 티셔츠를 입으며, 몸에 문신이 있고 에르메스 허리띠를 하면서 손가방을 든, 반바지나 스키니진 차림의 사람'이라는 내용입니다.

중국 SNS에 등장한 '이런 옷차림의 사람들은 멀리 하라'는 게시물

보이런던 반품 잇따라…생방송 판매 도중 눈물 흘리기도


비난은 말과 글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보이런던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중국 매체들은 탕산 폭행 사건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보이런던 의류의 반품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온라인 생방송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에서도 보이런던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습니다. 네티즌들은 생방송에 몰려가 망자가 입는 옷인 '수의(壽衣)', '악질 스타일', '팔지 마라' 같은 댓글을 올렸습니다. 급기야 진행자는 방송 도중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보이런던 의류 생방송 판매 도중 악성 댓글이 달린 모습(왼쪽)과 눈물을 닦는 진행자 (출처=지우파뉴스)

보이런던도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티몰의 보이런던 판매 담당자는 "우리는 폭력 행위를 단호히 배척한다"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보이런던은 '우리는 폭력 행위를 단호히 배척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곳곳에서 "나도 당했다" 폭력 미투…공안의 대응도 도마에


물론, 중국 네티즌들 중에는 '옷이 무슨 잘못이냐'며 보이런던을 두둔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폭력을 행사한 남성들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의류 제조사가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봐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충격적인 폭행 영상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관영 매체들까지 나서 연일 폭력 근절을 외치고 있습니다. 젠더 문제, 페미니즘과 연결시켜 전통적인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입니다. 영화배우 청룽(성룡) 등 중화권 스타들이 비판에 가세했고, 온라인에선 '나도 폭력 피해자'라는 신고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탕산 폭행 사건 이후 중국 당국은 식당과 술집 곳곳에 공안을 배치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신고가 접수된 뒤 4시간이 지나서야 출동하는 등 공안의 대응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추가로 접수된 폭력 범죄 신고의 상당수는 공안이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내용입니다. 탕산시 공안 당국은 가해 남성 7명을 신속히 체포하고, 대대적인 범죄 척결 대회까지 열었지만, 중국인들의 분노와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올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당국이 대응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