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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왔어요" 두세 걸음에…'주거침입' 조사 받았다

<앵커>

한 택배기사가 물건을 배달하려다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저희에게 제보해주셨습니다. 학원에 문이 열려 있어서 직접 건네주려고 몇 발자국 들어간 건데, 주거침입죄로 신고당했다는 겁니다.

제보 내용,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50대 택배기사 최 모 씨가 두 달 전에 내디딘 단 두세 걸음.

최 씨는 이 몇 걸음 탓에 택배 경력 10년 만에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지난 4월 18일, 최 씨는 물품을 배송하러 서울의 한 학원에 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해당 건물은 이처럼 1층 공동 현관문이 항상 열려 있습니다.

택배기사들이 이곳 문을 지나 계단을 올라간 다음, 택배 물품을 전달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최 씨는 마침 학원 문이 열려 있었고, 한 사람이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직접 주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최 모 씨/택배기사 : 그날은 '계십니까' 두 번 반복했는데 안에서 있는 분이 못 들었는지 혹은 쳐다보지 않더라고요.]

반응이 없어, 학원에 몇 걸음 들어갔다고 합니다.

[한선범/전국택배노동조합 정책국장 : 그냥 놓고 갔다가 없어질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이제 고객한테도 손해고, 대면으로 전달하는 거를 이제 선호하죠.]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최 모 씨/택배기사 : '택배 왔습니다' 이렇게 반갑게 전해주려고 그랬는데 신발 신고 들어왔다고 당장 나가라고 노발대발해서…]

최 씨가 물건을 주고 건물을 나온 뒤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신고자(학원 관계자) : 경찰서에 신고했으니까 당신 잘리거나 아니면은 사과하시거나 둘 중에 하나 해야 할 것 같아요.]

[최 씨(택배기사) : 기분 풀어요. 그런 거 가지고 경찰서 공권력 낭비하는 거 아니거든요.]

최 씨는 주거침입죄로 신고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성훈/변호사 : 반의사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입건이 된 사항이고, 주거침입의 고의가 없었다는 거를 잘 설명하고 입증을…]

신고한 학원 관계자는 최 씨가 불순한 의도로 학원 안에 들어왔다며, 최 씨가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취재진에 밝혔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2일, 주거침입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최 모 씨/택배기사 : 현대사회가 '택배사회'라고 볼 수도 있지만,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왕이 어디 있고, 또 택배기사들을 머슴처럼 보고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연, CG : 엄소민·임찬혁·김진기,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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