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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동기' 참모총장 3인의 취임…장관 뒤에 숨지 않는 대장군 되시라

[취재파일] '동기' 참모총장 3인의 취임…장관 뒤에 숨지 않는 대장군 되시라
▲ (왼쪽부터) 박정환 육군, 이종호 해군, 정상화 공군 참모총장

박정환 제50대 육군 참모총장, 이종호 제36대 해군 참모총장, 정상화 제40대 공군 참모총장이 어제(27일)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육·해·공군의 최고 선임장교로 취임했습니다. 3군 참모총장의 동시 취임도 처음이고, 3명 참모총장이 각각의 사관학교에 같은 해 입교한 동기인 것도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또 합참의 고위 참모를 하다가 일제히 참모총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역시 이례적입니다.

참모총장들은 어제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해 "우리는 합참에서 손발을 맞춘 데다, 사관학교 동기들이다", "3군의 합동성이 강화될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각 군의 개별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현대전에서 육·해·공 합동작전능력은 군 전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관학교 동기 참모총장들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합동성 외에 군 안팎에서 신임 참모총장, 사령관들에게 바라는 바는 더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책임 지휘의 복원입니다. 병영의 다양한 사건, 경계 실패 등이 발생하면 지금까지는 통수권의 대리인인 국방장관이 사과했습니다. 군의 대표인 참모총장들은 장관 뒤에 숨었습니다. 사고 쳐서 책임질 사람은 뒤로 빠지고, 혼내야 할 사람이 대신 머리를 숙이는 모순적 구도였습니다. 앞으로는 참모총장과 사령관이 사과하기 바랍니다. 장성들이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무한 책임을 지고 예하 부대를 지휘할 때 모두가 바라는 부조리 없는 병영, 신뢰받는 군대, 싸워서 이기는 강군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집니다.
 

장관이 사과하는 잘못된 전통

지난 정부의 송영무, 정경두, 서욱 국방장관은 참 많이 사과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2018년 2월 계엄군 헬기 사격을, 정 전 장관은 2018년 11월 계엄군 성폭행을 사과했습니다. 5·18은 육군과 특전사가 저지른 사건입니다. 사과는 두고두고 육군 참모총장, 특전사령관의 몫입니다. 하지만 국방장관이 머리를 숙였습니다. 국방장관은 군의 대표가 아니라, 문민정부의 대표입니다. 즉 국방장관은 군의 5·18 만행을 규탄할 직위이지, 사과할 자리가 아닙니다.

2019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 사건, 작년 2월 22사단 헤엄 귀순 사건의 대국민 사과도 국방장관이 맡았습니다. 경계 실패는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등의 책임입니다. 그럼에도 '군복'은 얼굴 내밀지 않았고, '양복' 장관이 허리를 굽혔습니다.

청해부대 34진 코로나 집단감염과 공군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에서는 급기야 국방장관이 사과하고, 국방부가 수사 및 감사하는 코미디가 벌어졌습니다. 청해부대 코로나 감염은 합참의장과 해군 참모총장 책임이고, 공군 사망 사건은 공군 참모총장 책임인데, 국방장관이 사과했고, 국방부가 사건을 조사한 것입니다. 사과한 데서 수사와 감사도 하면 아무리 엄정해도 '제 식구 감싸기 수사', '셀프 감사'라는 비아냥을 피할 수 없습니다.
 

국방부와 군이 모두 사는 방법

거듭 강조하건대 국방장관은 군의 대표가 아닙니다. 문민정부 통수권자의 대리인으로서 군을 지휘하는 자리입니다. 문민정부의 대표입니다. 법적으로 그렇고, 그래서 장군들도 전역해야 장관 자격을 얻습니다. 군의 대표는 의장과 참모총장, 사령관입니다.

군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참모총장과 사령관들이 해당 군을 대표해서 사과하는 것이 규범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타당합니다. 국방장관이 할 일은 문민정부의 대표로서 군을 꾸짖는 것입니다. 필요에 따라 국방부의 조사와 감사를 가동하면 됩니다. 국방장관을 굳이 사과의 무대에 세워야 한다면 그 자리는 장군들 뒤편입니다. 이것이 문민정부와 군의 올바른 관계입니다.

군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합참의장, 참모총장, 사령관들이 사과하면 사건은 오롯이 해당 군의 것으로 자리 잡습니다. 의장, 총장, 사령관은 사과까지 하는 최종적 책임을 져야 하니, 이에 앞서 부대 관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사고는 줄어들 것입니다. 사건·사고의 감소는 단순한 지표가 아닙니다. 군 부조리의 감소이고, 군에 대한 신뢰의 증대입니다. 이는 장병과 국민으로 하여금 군을 믿게 하는 계기이자, 강군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취임사 속 신뢰를 구현하는 방법

어제 취임식에서 박정환 육군 총장은 '훈련 또 훈련하는 육군', '미래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육군', '국민에게 사랑받는 육군'을 지휘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이종호 해군 총장은 싸우면 이기는 '필승해군'의 전통, 첨단 과학기술 기반의 '정예 해군력' 건설, 국민에게 신뢰받는 '해군 문화' 정착을 강조했습니다. 정상화 공군 총장은 "조국 영공방위 임무를 완수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최강의 정예 공군을 건설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종섭 장관으로부터 육군기를 받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이종섭 장관으로부터 해군기를 받는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이종섭 장관으로부터 공군기를 받는 정상화 공군참모총장

육·해·공군 총장 취임사의 공통 키워드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입니다. 부조리한 사건·사고 없애면 국민의 사랑과 신뢰는 따라옵니다. 그러기 위해 참모총장들은 무한 책임의 자세로 각 군을 치열하게 지휘해야 할 것입니다. 어김없이 사건·사고는 발생할 텐데, 그때는 참모총장들이 전면에 나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랍니다. '군복의 사과'가 싫다면 오늘부터 혼신의 힘을 다해 사건·사고를 근절하십시오.

어제 안병석 연합사 부사령관, 전동진 지작사 사령관, 신희현 2작사 사령관 등 신임 육군 대장들도 각각의 부대에서 취임했습니다. 김승겸 합참의장 내정자는 인사 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예정입니다. 다음 달 후속 인사로 해군과 공군의 사령관들도 교체됩니다. 이렇게 되면 군 지휘부의 완전한 물갈이가 완성됩니다. 참모총장들과 의장이 솔선수범하면 이들 사령관들도 사건·사고에 뒤로 숨지 않고 장수답게 앞장서 사과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 더욱 야무지게 부대를 관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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