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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선진 방역' 배우라는 북한…2020년 시진핑과 2022년 김정은

"중국과 북한은 위기 때 서로 돕는 훌륭한 전통이 있다."

지난 16일 중국이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북한에 방역 지원을 했느냐는 질문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 말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같은 날 북한은 중국 랴오닝성 선양 타오셴 공항에 화물 중량 50톤인 다목적 대형 수송기 3대를 보내 의약품을 수송해 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위성사진업체 '플래닛랩스'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지난 17일 북한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북부 활주로에서 흰색 항공기 3대가 포착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남쪽 항공기 계류장에는 6대의 항공기가 있었습니다. VOA는 15일 위성사진에는 평소와 같이 항공기 9대가 남쪽 계류장에 있었고, 16일은 구름 때문에 위치 파악이 어려웠다고 전했습니다.

VOA 고려항공 수송기 3대 운항 정황 포착 기사 캡처 화면
VOA는 15~17일 사이 3대의 항공기가 이동했고, 기체 길이 등을 보면 이 항공기들이 선양을 다녀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중국을 다녀온 뒤 격리 중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이 지난 2020년부터 중국과 여객기와 수송기 등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해 왔고 지난 12일에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사실을 공개했던 만큼 이번 의약품 수송은 이례적으로, 또 신속하게 이뤄졌습니다. 그만큼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긴박하고, 중국도 상하이 봉쇄 등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북한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국의 지원 외에도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상과 모든 기관들이 의약품 확보에 총동원돼 있습니다. 베이징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총비서가 자신의 1호 약품을 풀면서 각 부문에서도 약을 내놓으라고 다그쳤다. 북한에 없는 약을 바로 구할 곳이 중국밖에 없다. 그래서 각 부문에서 중국에 나와 있는 단위(기구)들이 각자 의약품을 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평양시 안의 약국들을 찾아 의약품 공급실태를 직접 파악하는 북한 김정은(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제공, 연합뉴스)

김정은 "중국의 '선진 방역'을 배우라"


지난 14일 김정은 총비서는 정치국 협의회에서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 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지시했습니다. 중국은 '둥타이칭링(動態淸零)'이라고 부르는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감염자가 발생하면 주민들의 외출과 이동 금지, 전수 검사 등 봉쇄와 격리를 통해 감염자 숫자를 '0'으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주민들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과 대규모 코로나19 검사, 감염자들의 동선 파악과 집중 격리, 봉쇄 지역 물자 공급 능력 등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북한 의약품 공급

북한은 중국과 같이 주민들에 대한 엄격한 통제가 가능한 만큼 외출과 이동 금지, 격리로 확산을 막을 수 있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안과 상하이 봉쇄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도 봉쇄 지역 주민들에 대한 생필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식량난까지 겪고 있는 북한이 생필품을 제대로 공급하기는 매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북한은 검사 키트 등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으로부터 검사 장비를 지원받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청정국'이라며 백신 접종도 하지 않았던 만큼 검사 시설이나 능력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발열자 관리 방안에 대해 "발표된 수치의 사람들을 모두 격리하는 것은 아니고 상당수를 별도 시설에 격리한다"며 "온도가 떨어지면 풀어주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발열 환자 급증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의 방역 정책을 따라 하면 자칫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며 "북한이 도시와 군 간 이동은 금지했지만 농장과 공장 등 근무지 출근은 허용한다는 일본 매체 보도를 보면 북한이 중국의 전략을 변형된 형태로 적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남측 지원 의사에는 묵묵부답…"방역 대전의 전선사령관"


북한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며 중국에 SOS를 보내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지원 의사에는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국내 민간단체에도 지원 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대내외적인 원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문 교수는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북한이 지원을 받겠다고 했다가, 회담에서 자신들에게 위협적인 합의나 메시지가 나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

대내적으로 북한 김정은 체제 입장에선 코로나19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남측이나 미국에서 의약품을 지원받아 위기를 넘겼다는 것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습니다. 서방의 지원은 통치 기반의 근거인 '자력갱생'에 위배됩니다. 그동안 백신이 필요 없다고 지원을 거절했다가 최근에 백신이 코로나19에 효과 있다고 선전하고 나선 것도 자신들의 방역 노선이 잘못됐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북한이 대외 지원을 받을 때 "중국이 1순위, 다음이 국제기구, 미국과 한국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발열자 숫자를 구체적으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 지원 요청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대내적으로 민심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북 소식통은 "검사 능력을 감안하면 숫자에 의구심은 가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코로나19 방역을 지휘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민생을 직접 챙기고 있다는 '애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총비서를 '방역 대전의 전선사령관'이라고 치켜세웠고, 조선중앙TV도 1호 약품이 어려운 가정에 전달됐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지난 2020년 우한 코로나19 발병으로 큰 위기에 몰렸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대규모 도시 봉쇄와 '시 주석이 방역을 친히 진두지휘했다'는 관영매체 선전을 통해 결국 코로나19 퇴치를 자신의 큰 업적으로 만들었던 것을 연상케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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