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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피해, 배상길은 열렸지만…" 국가 소송에 '발목'

<앵커>

1980년 5월에서 이제 42년 지났습니다. 하지만 5·18 피해자들은 여전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1년 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정신적 피해도 배상받을 길이 열렸지만 실제 위자료가 지급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안희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0년 5월, 10대 시민군으로 전남도청을 지켰던 변형섭 씨.

도청에 들이닥친 군홧발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변형섭/5·18민주화운동 유공자 : 피가 범벅이 된 거죠. 붙잡히자마자 발로 찍고 개머리판으로 내려찍어버리고….]

혹독한 고문과 옥살이, '폭도' 꼬리표로 일상은 무너졌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변형섭/5·18민주화운동 유공자 : (잠이 들면) 쓰러져갔던 그 피가 눈앞에 컴컴하게 비칩니다. 비치면서 깜짝 깨고, 내가 막 어디로 날아가다가 갑자기 낭떠러지에 떨어져버리고….]

신체적 피해 정도 등에 따라 28년 전 받은 보상금은 치료비로 금세 사라졌습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지난해 5월,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5·18법에 따른 보상금과 별개로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변형섭/5·18민주화운동 유공자 : 다행이다, 병원비라도 아니면 밀려왔던 방세라도 그런 것이 보탬이 되지 않겠나. 얼마야 되겠습니까만.]

위헌 결정 이후 변 씨는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에 나섰고, 이런 사람은 1년 새 3천100여 명, 위자료 청구액 규모는 2천억 원이 넘습니다.

피해자 손을 들어주는 1심, 2심 판결이 소송 건별로 이어지고 있지만, 위자료가 지급된 적은 없습니다.

정부가 법정 다툼을 포기하지 않고 있어서입니다.

법무부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하급심 배상액 차이가 크다며, 사실상 대법원에서 정신적 손해배상 기준이 정리될 때까지 소송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임종수/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 : 인내심을 갖고 고통받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또다시 이런 소송 과정에서도 1심, 2심, 3심까지 인내를 갖고 기다리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정신적 피해 배상을 요구할 권리를 뒤늦게 인정받았지만, 국가 상대 소송이라는 관문을 또 넘어야 하는 피해자들.

5·18 유공자들의 정신적 피해 정도를 조사하고, 배상 기준을 정해 재판이라도 신속히 진행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이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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