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실은] 한 곳에서 여러 명 뽑으면 다당제 가능한가요?

지방 선거의 무게 ③편

사실은 마부작침 일러스트
 
지난 3월, 워낙 큰 선거를 치러서 그런 걸까요. 지방 선거에 대한 관심이 덜 한 것 같습니다. 지방 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정치적 치열함은 덜 할 수 있지만, 우리가 뽑는 지역의 대표들은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고 집행하는 주체입니다. 그만큼 우리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SBS 뉴스의 팩트체크팀 「사실은」과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이 다시 손을 맞잡았습니다. 지난 대선에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 "지방 선거의 무게"입니다. 선거 기간 동안 시청자들이 궁금해하시는 것들을 명징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려드리고, 선거 때마다 판을 치는 허위·과장 정보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사 일러스트

한 곳에서 한 명 뽑기 vs 여러 명 뽑기


국회의원 선거, 총선을 생각해 볼까요. 한 지역에서, 즉, 한 선거구에서 딱 한 명이 당선됩니다. 두 후보가 50.1% 대 49.9%가 나와도, 51.1%를 득표한 후보는 가까스로 '당선'된 것이고, 49.9%를 득표한 후보는 아깝게 '낙선'한 겁니다. 가까스로 당선되든, 아깝게 낙선하든, 당선은 당선이고, 낙선은 낙선입니다.

보통 이런 선거제도를 '소선구제'라고 합니다.

반면, 지방 선거의 기초의원 선거를 보시죠. 시의원, 구의원, 군의원을 뽑는 선거입니다. 기초의원 선거는 한 지역에서, 즉, 한 선거구에도 여러 명이 당선됩니다. 최대 4명까지 뽑습니다. 2등이나 3등, 4등을 해도 기초의원에 당선될 수 있습니다.

이런 선거제도를 '중·대선거구제'라고 합니다.

사실은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선거 제도는 정치 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거대 양당이 대부분의 득표를 가져가는 우리 정치의 현실 속에서, 중·대선거구제는 3등과 4등도 당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작은 정당에 유리해 보입니다. 지방자치 취지에 걸맞게 각 지역에서 알아서 몇 명 뽑을지 결정합니다.

이런 까닭에 작은 정당들은 중·대선거구제의 확대를 계속 주장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겁니다. 거대 양당 중심에서 다당제로 정치 지형을 바꾸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부터 차근차근 손질해야 한다는 겁니다.
 

4인 선거구는 다당제에 기여하고 있나요?


그런데 현실은 어땠을까요. 4년 전 지방선거 사례부터 보겠습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전남 화순의 '가' 선거구에서는 4명을 뽑았습니다. 2명은 거대 양당이, 나머지 2명은 작은 정당에서 당선돼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만 4명이 당선됐습니다.

경남 양산의 '다' 선거구, 역시 4명을 뽑았습니다. 민주당 2명, 한국당(지금의 국민의힘) 2명이 나눠가졌습니다. 

모두 4명을 뽑았어도 소수 정당 후보들은 다 떨어졌습니다.

사실은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4년 전 지방선거의 지역구 현황부터 보겠습니다. 지역구 기초의원 기준, 1,035개 선거구에서 2,541명을 뽑았습니다.

사실은 마부작침 일러스트

4인 선거구는 28곳, 전체의 2.7%에 불과합니다. 2,541명의 지역구 기초의원 가운데 112명 만이 4인 선거구에서 당선됐습니다.

SBS 사실은 팀이 4년 전 지방 선거에서 4인 선거구에서 당선된 사람들 112명을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거대 양당과 소수 정당이 얼마나 가져갔는지, 결국, 소수 정당에게 얼마나 유리했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사실은 마부작침 일러스트

민주당 소속이 61.6%, 한국당 소속이 19.6%, 소수정당 소속이 6.3%였습니다. 전체 선거구 평균을 낸 수치가 각각 55.1%, 34.5%, 3.7%입니다.

소수 정당을 기준으로 보면, 4인 선거구 6.3%, 전체 선거구 3.7%,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민주당은 4인 선거구에서 성적이 더 좋은 걸로 나왔습니다. 3등, 4등을 해도 당선되기 쉽다는 중·대선거구제에서, 소수 정당이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한다는 게 의아합니다.

6월 1일 전국 지방선거 후보등록 기간
.

지역색 강한 곳에 4인 선거구가 많은 이유


왜 그랬을까요. 기초의원 투표 용지를 보시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은 마부작침 일러스트

투표 용지를 보면, 같은 기호 1번이라도 1-가, 1-나, 1-다, 이런 식으로 돼 있습니다. 즉, 기초의원은 같은 정당이라도 여러 명이 출마해 도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거대 양당에 표가 많이 몰리는, 지역색이 강한 곳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 3명을 뽑든 4명을 뽑든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러 명이 출마해 기초 의원을 독식하고 있는 겁니다. 아까 4인 선거구에서 오히려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된 사람이 평균 보다 높다고 말씀드렸는데, 호남권에 4인 선거구가 유독 많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은 마부작침 일러스트

이 때문에 작은 정당을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같이 지역색이 옅은 곳에 4인 선거구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위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서울과 수도권의 4인 이상 선거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선거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하는 충청권, 7곳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지방 선거에서는 어떨까요. 서울과 수도권의 4인 이상 선거구는 14곳이 생겼습니다. 충청권에서는 2곳이 더 생겨서 총 9곳입니다. 기초의원 선거구가 1천 곳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4인 이상 선거구의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늘긴 늘었습니다.

하지만, SBS 사실은팀이 꼼꼼이 챙겨보니, 동시에 거대 양당에 유리한 2인 선거구도 덩달아 늘어났습니다. 경기도의회는 4년 전 84곳이었던 2인 선거구를 87곳으로, 충청북도의회는 24곳이었던 2인 선거구를 27곳으로 늘렸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참고로 각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각 의회에 제출한 선거구 획정안을 합치면, 4인 이상 선거구를 현행 2.7%에서 7%까지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방 선거의 4인 이상 선거구는 4.8%에 그쳤습니다. 조금 더 늘긴 했지만, 선거구 획정안보다 후퇴했습니다.

6·1전국동시지방선거
.

'제도'보다 '관심'입니다


늘 그렇듯, 아무리 완벽한 제도라도 허점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작은 정당에 유리할 수 있다고 평가 받을 열지가 있는 4인 선거구제 역시 그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의 입후보자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관건은 제도 그 자체보다 중요한 건 유권자분의 관심일 겁니다. 

기초의원은 주민의 대표로서, 지방자치단체장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지역의 법률인 '조례'도 발의하고, 심의하며, 통과하고, 많게는 수조 원의 지역 예산을 확정하는 최종 관문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의미도 있습니다. 기초의원은 각종 선거 때마다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풀뿌리 조직입니다. 언론과 유권자들이 17개 시·도지사 선거를 보고 승패를 논하지만, 사실 정치권 내부에서는 기초의원 승패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기초의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유권자의 관심', 그 관심의 괴리가 클수록 정치권은 더 편하게 정치할 수 있습니다. 그 무게에 걸맞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과 마부작침팀이 함께하는 '지방 선거의 무게' 연속보도, 오늘은 선거 제도를 지렛대 삼아 '기초의원의 무게'를 고민했습니다. 보도는 지방 선거 직전까지 계속됩니다.

(기획 : 이경원, 배여운 / 디자인 : 안준석 / 인턴 : 강동용, 이민경, 정경은)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