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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부동산에 1조 몰리지만…'투자자 보호장치'는 없다

<앵커>

가공, 또는 추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메타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친 말인 메타버스, 요즘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립니다. 현실과 결합된 가상공간으로, 이 안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거나 물건을 살 수 있고, 심지어 부동산 거래도 일어납니다. 가상으로 만든 공간을 사고 판다는 건데 그 규모가 올해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돈이 몰리는 이유가 뭔지,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곳은 한 메타버스의 플랫폼 입구입니다.

전 세계에서 접속한 사람들의 아바타들도 보이는데요, 저와 함께 가상 세계 속으로 좀 더 들어가 보시죠.

삼성전자 전시관도 있고요, 미국 최대 은행이 연 메타버스 지점도 있습니다.

지금의 SNS를 대체할 새로운 공간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가상 지점을 열고 있는 겁니다.

저와 함께 다른 곳도 가보시죠.

이곳은 가상세계 속 패션 거리입니다.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있고요, 이곳에서는 지난 3월 패션쇼도 열렸습니다.

이런 가상자산 거리, 소유자는 따로 있습니다.

지난해 말 캐나다의 한 가상자산 투자회사가 240만 달러, 우리 돈 28억에 사들였습니다.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공간이 무슨 가치가 있다고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걸까요.

먼저 코로나19로 비대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기존의 SNS를 대체할 공간으로 메타버스를 찾고 있습니다.

단순한 가상공간을 실제 건물로, 거리로 여겨지게 숨결을 불어넣자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래퍼 스눕독이 한 메타버스에 자신만의 타운을 조성하자, 이웃 주민이 될 기회라며 주변 땅을 5억 원에 산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위조가 불가능해 가상화폐의 기반이 된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 부동산에도 적용되면서 투자 붐이 일었습니다.

[김민기/가상 부동산 투자자 : 제2의 비트코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큰 꿈을, 대박을 노리고 투자를 한 거죠.]

지난해 세계 4대 메타버스 플랫폼 내 부동산 거래액만 6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두 배, 1조 시장으로 성장할 거라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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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메타버스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는데, 여기서도 역시 조심해야 할 게 있습니다. 아직 가상화폐처럼 법적 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피해가 생겨도 보상받는 게 쉽지 않습니다.

정성진 기자 보도 하나 더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지난해 문을 연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해외 유명 플랫폼처럼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해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한국관광공사 같은 관공서, 기업들과 협업하는 건 물론 코인 거래소에도 상장될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1타일, 즉 10㎡ 당 100원이던 부동산 가격이 서너 달 만에 최고 3천여만 원, 3만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가상 부동산 투자 피해자 : 공기업이랑 파트너 맺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 이 회사는 그래도 비전이 있고 믿을만하니까 (투자했는데)…. '허위 파트너'가 제일 사람들이 충격이 컸습니다.]

관공서, 기업들과 협업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고 코인 상장도 몇 달째 연기되며 상장 여부조차 불투명해졌습니다.

현재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만 수십 명입니다.

[가상 부동산 투자 피해자 : 몇천만 원, 몇억 투자한 사람들이 제일 문제인 거죠. 꽤나 많은 분들이 경찰서 가서 조사받고, 고소는 들어갔습니다.]

금융당국에도 도움을 호소했지만,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관리·감독할 대상이 아니라는 답만 돌아왔습니다.

[박성원/변호사 : 메타버스 내 존재하는 부동산은 실제 부동산이 아니고, 아직 정의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것이기 때문에 자산인지 아닌지 이것도 불명확합니다.]

메타버스 부동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투자자를 보호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도 대부분 산업 진흥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투자자 보호는 빠져 있습니다.

[위정현/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 가상 부동산이라는 그 자체는 어떤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거죠, 법적으로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사기를 당했다고 했을 경우에 그걸 보호할 만한 장치들이 없는 겁니다.]

(영상취재 : 김균종·박진호·최준식, 영상편집 : 이소영,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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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상 부동산 투자' 붐인가?

[정성진 기자 : 일단 국내에도 지금 가상 부동산 플랫폼이 10개 넘게 있고요, 이게 실제 아파트 청약처럼 청약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현실처럼 가상 부동산 청약에서 6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Q. 가상 부동산 '소유권'은?

[정성진 기자 : 일단 보셨겠지만, 관련법이 없기 때문에 소유권, 재산권이 존재할 리는 없습니다. 이제 대신 가상 부동산을 게임 아이템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게임 아이템도 재산권은 없지만, 리니지 등 게임처럼 이런 데서 수십, 수백만 원의 아이템이 거래되는 것처럼 가상 부동산도 그런 개념이라는 거고요, 법적인 재산권은 없지만 재산 가치까지 없다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Q. 가상 부동산도 자산으로 인정될까?

[정성진 기자 : 일단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우리 사회에서 자산으로 인정되기까지 몇 년간, 수년간 진통을 겪어 왔잖아요. 가상 부동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상화폐 시장보다 규모가 작습니다. 또 가상화폐는 코인 거래소에서 대량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데 반해서 가상 부동산은 해당 플랫폼 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요, 블록체인 기술이 연결된다고 하지만 아직은 초기 수준이고 가상화폐가 거래 수단으로 이용된다든지 이런 식으로 한 단계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상 부동산 그 자체를 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Q. 해외에선 어떤 시각인지?

[정성진 기자 : 메타버스 부동산, 가상 부동산은 플랫폼이 문을 닫으면 투자금 다 잃게 되는 겁니다. 지금 현행 상태에서 피해를 보게 되면 개인 대 개인의 거래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실상 피해 구제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투자 상품, 금융 상품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그냥 단순히 게임 아이템 정도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금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고요, 가상 부동산 시장이 가장 큰 미국이나 호주 같은 경우도 깊이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가상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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