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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잘못된 송금 4억 받고 "배째라"…명단 저장 장소는?

[월드리포트] 잘못된 송금 4억 받고 "배째라"…명단 저장 장소는?
일본 야마구치현의 아부초(阿武町)라는 인구 3천 명 정도의 마을에 코로나 보조금과 관련한 큰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오미크론이 확산하던 지난달 보조금 4천630만 엔, 우리 돈 4억 원이 넘는 돈이 한 가정에 몰아서 지급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이 돈을 지급받은 사람이 돈을 다 써버렸다면서 반환을 거부하는 이른바 '배째라' 식으로 나오는 바람에 마을은 곤혹스러운 모습입니다.

코로나 지원금 오지급…"돈 못 돌려줘"


아부초에서 코로나 임시 특별지원금 지원 대상을 파악한 것은 지난달 초였습니다. 우리로 따지면 기초생활수급 대상인 463가구에 10만 엔씩 지급이 되어야 할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마을에서 해당 세대수를 금융기관에 제출하면서 첨부한 계좌이체 의뢰서에는 한 세대에 463세대분을 한꺼번에 넣는 내용이 기재됐습니다.
금융기관에서는 결국 463세대*10만 엔= 4천630만 엔을 한 집 계좌로 다 보냈고, 이 세대는 자신이 실제 받을 10만 엔을 포함해 통장에 4천640만 엔이 입금되었습니다. 잘못 입금이 된 사실을 알게 된 마을 담당자가 급히 해당 세대를 접촉했습니다. 돈을 다시 돌려달라는 말에 처음에 그렇게 할 것처럼 하던 집주인은 며칠 뒤부터 갑자기 전화도 안 받고 이메일에 답도 안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약 일주일 뒤 마을 담당자가 다시 찾아가자 집주인은 "공무원 측이 잘못한 것"이라면서 돈을 못 주겠다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이후에는 "돈은 다른 계좌로 옮겨서 돌려줄 수 없다. 처벌하려면 하라"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마을 대표는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열고 경위를 설명하면서 머리를 숙여 사과했습니다. 마을 측에서는 형사고발과 민사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집에서 돈을 돌려주지 않는 한 형사사건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불법 취득 의도가 입증된다면 사기나 횡령 혐의가 적용될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언론에서는 '학설이 나뉜다'는 전문가의 말을 빌어 혐의 인정이 안 될 수도 있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플로피 디스크에 명단을?

플로피디스크

그런데 이 사건에서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사건 자체보다 행정 처리 과정에 있습니다. 마을에서 금융기관에 지원금 수급 대상 463가구 명단을 저장해 제출한 수단은 바로 '플로피디스크'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30, 40대 이상이 아니면 플로피디스크가 무엇인지도 모를 텐데 지금도 일본에서는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이 사건 내용보다 더 놀랍습니다. 애초 금융기관에서 마을에 플로피디스크에 명단을 담아 보낼 것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은행에서 지금도 디스크가 들어가는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이었다면 계좌번호가 담긴 명단을 이메일 또는 USB로 전달했을 것 같은데 이게 과연 어느 시대 이야기인가 하겠지만 2022년 일본에서는 아직도 이런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아직도 팩스와 도장이 없으면 업무 진행에 지장이 생기는 일본에서 플로피디스크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애교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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