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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보장된 '작업중지권'…현실에선 "손해배상 청구"

<앵커>

'안전에 대한 투자'를 두고 기업과 노동자 사이 주장이 엇갈리는데,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노동자가 작업을 멈추게 할 권리를 놓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실제 '작업중지권'을 썼을 때 어떤 분쟁이 벌어질 수 있는지, 제희원 기자가 자동차 공장으로도 가봤습니다.

<기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14년째 정비 점검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박상호 씨.

2년 전 컨베이어벨트에서 샌 부동액이 바닥에 흐르는 것을 보고 비상 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섯 달 전 미끄러짐 사고가 있었고 박 씨 자신도 미끄러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라인을 세울만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작업중지권을 행사한 박 씨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박상호/현대자동차 노조 대의원 : 뒤로 넘어지거나 다리가 미끄러져서 차 밑으로 들어가거나 (할 수 있어서 세웠는데) 이 정도 가지고는 사람이 다치지 않았기 때문에 라인을 가동하셔야 된다(고 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노동자 입장에서는 안전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사고 후 사측이 안전 대책을 세웠던 점을 들어 소송액의 절반인 3천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의 법적 권리이지만, 작업이 중단되면 기업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소송 가능성이 늘 따라붙습니다.

[전형배/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되게 억울하죠, 법상으로는 권리가 있는데 이걸 행사하면 손해배상 들어오고 징계 들어오는데. 진짜 열악한 곳은 작업중지권 행사를 못 해요. 그래서 영국은 개인이 하는 작업중지권보다 감독관이 하는 작업중지권이 엄청 강합니다.]

작업중지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려면 노사 간 합의로 노동자 면책 조항을 두거나, 작업 중단 후에 안전조치를 하면 바로 재가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박춘배, CG : 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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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꾸준히 중대재해 문제 취재해왔고, 앞서 리포트 전해드린 경제부 제희원 기자와 조금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Q. 중대재해법, 지금은?

[제희원 기자 : 정부는 철저한 법 집행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2월 여천NCC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는데요. 사고 직후 노동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원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원인 규명은 다 하지 못한 채 공장을 재가동했습니다. 노조 관계자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관식/여천NCC 중대재해대책위 집행위원장 : 사고의 원인도 발표하지 않고서 작업 중지 명령을 먼저 해제해버린 거죠. 그러니까 '사고는 났고, 사람은 죽었지만, 원인도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공장은 돌려라'라고 허락을 해준 거죠, 고용노동부에서.]

[제희원 기자 : 특별근로감독도 사고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시작됐는데, 중대재해법 시행 후에 인력 부족으로 지체됐던 것입니다.]

Q. 계속되는 혼선

[제희원 기자 : 법에는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도록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것을 누가 선임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이렇다 보니까 원청은 하청에게 안전관리자 채용 책임을 떠넘기게 되고, 인건비가 없는 하청은 이것을 노동자 중 한 명한테 겸직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겸직은 법에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노동자들은 다른 일을 하면서 안전 관리 업무까지 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하지 말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곧 100일…"사고 예방대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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