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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검수완박' 해외 사례도 제각각…사실은?

[사실은] '검수완박' 해외 사례도 제각각…사실은?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 분리는 대한민국의 오랜 숙제이며 세계적인 추세다."
-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원내대책회의 발언, 지난 19일

"미국 연방검찰을 비롯, 독일과 프랑스 등 OECD 24개국도 검찰 수사권 있다."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4당 원내대표 회동, 지난 19일

같은 날, 양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권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을 놓고 여야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 외국 검찰은 수사권이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이렇게 말이 다릅니다.

시청자 분들께서 기사를 검색하면 아시겠지만, 해외 사례에 대한 팩트체크 기사가 참 많습니다. 검찰 개혁 논란이 불붙었던 2019년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 달 새, 검색되는 해외 사례 기사만 수십 건입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정반대의 주장이 쏟아집니다. 외국에서는 검찰에 수사권이 있다, 혹은 없다, 비교적 단순한 팩트인 것 같은데 의아한 일입니다.

SBS 사실은팀은 '팩트 논란'의 쳇바퀴 속에서, 어떻게든 팩트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보겠다는 목표로 확인했습니다. 주요 국가들의 법안 원문, 그리고 공식 연구 결과를 기준으로 살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 회동, 박홍근/권성동
민주당 박홍근(왼쪽)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사실은 검수완박

언론사 팩트체크 기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연구는 2017년 신태훈 검사의 논문인 <이른바 수사와 기소 분리론에 대한 비교법적 분석과 비판>입니다.

논문은 "(당시) OECD 회원국 가운데 약 80%에 해당하는 28개국은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검사의 사법 경찰에 대한 구속력 있는 수사 지휘권을 규정하고 있고, 약 77%에 해당하는 27개국은 헌법이나 법률에 명문으로 검사의 수사권을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썼습니다.

각 국가들의 법조문 원문을 확인해 보면 법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이 명시돼 있는 건 사실입니다. 아래는 일본과 독일 사례입니다.
<일본 형사소송법 제191조>
검찰관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스스로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第百九十一条 検察官は、必要と認めるときは、自ら犯罪を捜査することができる。

<독일 형사소송법 제161조>
권한에 대한 다른 특별한 법규정이 없는 한 모든 종류의 수사를 스스로 수행하거나 경찰기관과 경찰직 공무원이 이를 수행하도록 할 수 있다.

§161 ① …… von allen Behorden Auskunft zu verlangen und Ermittlungen jeder Art entweder selbst vorzunehmen oder durch die Behorden und Beamten des Polizeidienstes vornehmen zu lassen, soweit nicht andere gesetzliche Vorschriften ihre Befugnisse besonders regeln.

법사위, '검수완박' 안건조정위 회부 법안 논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1일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 분리 법안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논의했다.

이런 사례들은 국민의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원칙의 문제일 테고, 검찰이 수사권을 '실질적으로' 얼마나 행사하느냐가 쟁점이 될 겁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설령, 검찰이 법적으로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반론이 나오는 겁니다. 민주당이 말하는 '세계적 추세'의 근거입니다. 앞서 사례로 든 신태훈 검사 역시 자신의 논문에서, 검찰 수사권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독일 사례를 언급하면서, "양국의 차이는 한국 검찰이 독일 검찰에 비해 직접 수사를 많이 한다는 것"이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러면 또 구체적인 케이스로 재반박이 나옵니다. 정치인이나 대기업이 연루된 대형 사건은 검찰 직접 수사를 한다는 일본의 사례, 중대 범죄이거나 피해자가 만 18세 미만인 경우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는 스웨덴의 사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던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 사례 등이 소환됩니다.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 사례입니다.

반박은 또 나옵니다. 위 사례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재재반박입니다. 그러면 또 우리 역시 검찰 수사가 실질적으로 드물다는 의견이 맞섭니다. 신 검사도 "우리나라 경찰 역시 95% 이상의 사건은 독자적으로 수사해 송치하고 있다"고 부연합니다.

같은 해외 사례를 두고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얽히고설키다 보니, 지금껏 해외 사례를 두고 논란이 쳇바퀴처럼 반복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거론되는 쟁점이 검찰 수사관 인력 문제입니다.

이용구 차관 폭행사건 검찰 조사

사실은 검수완박

검찰 수사 인력이 많다는 건, 그만큼 직접 수사를 많이 한다는 제도적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국가 별 구체적인 수사 인력을 일일이 찾아보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국 검찰의 수사 인력이 많은 편이라는 취지의 연구를 여럿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州 또는 카운티의 지방검찰청 검사 또는 연방검사와 마차가지로 공소유지를 위한 업무수행을 중점적으로 하므로 대부분 재판에 앞서 증인에 대한 간단한 사전면담 정도만을 할 뿐 증거수집을 등을 위한 수사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에 검찰수사관을 운용하지 않고 대부분은 검찰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 조광훈(2021), 개정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수사관의 역할 제고방안, 형사소송 이론과 실무, 제13권 제1호, 123∼169

물론, 구체적 케이스로 반박이 나왔습니다. 외국 검찰도 수사관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같은 연구에서도 예외적인 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LA카운티 지방검찰청의 경우, 수사국 산하에 260여 명의 수사관이 있으며… 텍사스 州 해리스카운티 지방검찰청, 뉴욕 州 브롱스카운디 지방검찰청, 맨해튼 지방검찰청, 브루클린 지방검찰청에도 특수범죄 수사 부서를 설치하고 검찰수사관을 배치해 사법집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 조광훈(2021), 개정 형사사법체계에서 검찰수사관의 역할 제고방안, 형사소송 이론과 실무, 제13권 제1호, 123∼169

케이스에는 또 케이스로 맞받아야 합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수사관은 거의 없고, 검찰 직원들은 주로 행정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우리와 다른 맥락이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검사가 꽤 강력한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륙법계 국가들은 검사의 사법 경찰에 대한 명령⋅지휘권이 확고하며, 행정 경찰과 사법 경찰의 분리 개념이 명확하여 설사 사법 경찰이 행정 경찰 기관 내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여도 검사의 사법적 통제와 수사 지휘에 복종하는 법률적⋅사실적 전통이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프랑스,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들은 검찰 직속의 사법 경찰기구로서 검찰 수사관을 두지 않는다고 하여 검사의 수사 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이다.
- 김태성(2019), 수사환경 변화에 따른 검찰수사관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김오수 검찰총장은 "수사 지휘권을 부활시키고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것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검찰이 확고한 수사 지휘권을 갖고 있는 만큼, 별도의 수사관이 없어도 경찰을 통해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수사 문화에서 검찰 수사관 인력 문제는 쟁점이 될 이유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검찰 수사관 인력 문제는 검사의 '수사 지휘권' 문제와 연계될 수 있음을 함축합니다. 우리는 2020년 1월, 검사의 수사 지휘권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당시 조정안에는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미국은 주별로 검찰 시스템이 워낙 다양해 동등 비교는 어렵지만, 일부 사건의 경우 관행적으로 검찰의 통제가 작동하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 출신의 김준현 변호사가 한 말입니다. SBS 김종원 뉴욕 특파원이 인터뷰했습니다.

사실은 검수완박
"(경찰을) 지휘를 하고 이런 건 아니에요. 같이 일하는 거죠. 토론하죠. 그러다 의견 충돌이 있든지 그러면 아무래도 검사의 지시를 따르죠. 왜냐하면, 일단 사건이 생기면 법원에서 그 사건을 기소하고, 재판까지 가고, 그 일을 할 사람은 검사이기 때문에…"
- 김준현 변호사(전 뉴욕 남부지검장 대행) SBS8뉴스 인터뷰, 지난 15일

물론 여기에는 검찰과 경찰 간의 상호 호혜적 관계가 전제돼 있습니다. 위에 제시된 논문에서는 '복종'이라고 표현했지만, 우리 만큼 두 관료 집단의 관계가 우리만큼 아슬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까닭에 우리만큼 검찰 수사권 문제에 예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제도와 문화


우리는 지난했던 검경 갈등의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의 문화적 맥락입니다. 해방 공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제의 패망 이후 수립된 미군정은 당초 우리나라에도 일본에서와 같이 수사와 소추 기관을 분리하는 미국식 형사 사법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는 신생 독립 국가로서 형사 소추 기능의 신속한 회복이라는 관점이 부각되면서 제도 운영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 전태희(2011), 검·경 수사구조 논의의 연혁과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안의 전망,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258호

1948년 여수·순천 사건 당시, 민간인 사살 혐의를 받았던 경찰을 조사하려던 검사가 좌익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즉시 총살됐던 사건은 당시의 검경 갈등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은 검수완박

군부 정권은 대체로 검찰에 힘을 실어줬고, 경찰의 반작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부천 성고문 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도 검경 갈등의 맥락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민주화 이후의 검경 갈등도 그 연장선에 있었고, 최근에는 진영 논리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복잡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국가별 수사 문화에 따라 제도는 달리 나타는 것이며, 무엇이 옳다는 보편적 '준칙'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 문제는 '관행'과 '문화'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음을 함축합니다.
세계의 주요 국가들의 형사사법제도나 사법경찰 제도는 각국의 정치⋅문화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 차이가 있고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국가의 제도적 타당성을 옹호하거나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각국의 검찰수사관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형사사법체계와 사법경찰 제도의 변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 김태성(2019), 수사환경 변화에 따른 검찰수사관 제도개선에 관한 연구,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

각자에게 유리한 해외 사례는 얼마든지 존재하며, 그 입장에 맞춰 '발췌'해 손쉽게 논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검수완박
SBS 사실은팀은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 분리는 대한민국의 오랜 숙제이며 세계적인 추세"라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의 말, "미국 연방검찰을 비롯, 독일과 프랑스 등 OECD 24개국도 검찰 수사권 있다"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의 말을 확인했습니다. 굳이 따져보자면, 층위가 다양해 시시비비를 따지기 어렵습니다. 두 발언 모두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이번 사안은 판정이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문화적 맥락에 따라 수사 관행은 달리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해외 사례를 공부하는 이유는 보편성을 통해 정책의 타당성을 얻는 과정일 텐데, 공동체의 문화적 간극에 따라 정책이 달리 나타나는 해외 사례에 지나치게 매몰될 필요는 없다는 게 SBS 사실은팀의 결론입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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