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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자동차를 시가에 파나요?" 요즘 왜 이러나

"시가에 팝니다" 제철 회나 해산물 보통 이렇게 많이 팔고 있죠.

그런데 요즘 공산품인 차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Y인데요, 1년 전 출고했을 때 가격이 7,000만 원, 지금은 8,500만 원입니다.

최근에는 찻값을 나흘 만에 2번, 500만 원 넘게 올렸는데, "이쯤 되면 차를 시가에 파는 거 아니냐"라며 생선회에 빗댄 '회슬라'라는 별칭까지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모든 완성차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1년 새 현대 소나타, 기아 K5 모두 150만 원 넘게 올랐고 벤츠 C클래스는 600만 원, BMW X5는 1,000만 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할인 혜택도 싹 사라지다 보니 체감 상승 폭은 더 큰데요.

그래서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자동차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카플레이션' 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그럼 기다리면 상황이 좀 나아질까요?

그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차량 반도체 부족이 일단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코로나로 시작이 됐는데 이게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가 없습니다.

업계에서는 10년, 20년이 지나도 반도체 부족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물류난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장기화되면서 철광석과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니켈, 리튬 이런 차량 자재 가격이 모두 급등했습니다.

이렇게 부품 수급에 비상이 걸리다 보니까 현대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컨베이어 벨트 위에 차를 비워 놓고 돌리고 있습니다.

이걸 공피치한다고 하는데요.

이미 수천 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습니다.

그런데 수요는 크게 늘었죠.

주머니를 닫았던 소비자들이 보복 소비에 나서는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재료값이 비싸졌으니까 찻값을 올리는 것을 이해해보자 했는데 문제는 출고도 기약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주요 모델들은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건 보통이고요.

미국의 애틀란타 경찰은 경찰차 54대를 주문했는데 출고가 안 돼서 출동 시간이 늦어졌다는 황당한 뉴스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속 타는 소비자들과 달리 완성차 업체들의 실적은 매우 좋습니다.

지난해 테슬라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6배 넘게 늘었고요.

현대차, 폭스바겐, 벤츠, BMW 모두 이익 규모가 크게 늘었습니다.

물량이 모자라서 덜 팔아도 더 많이 남겼다는 것인데 결국 생산 비용의 증가를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한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심지어 출고가 늦어지니까 연식이 바뀌었다면서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고 딜러들이 웃돈을 요구하다 보니까 지난해 미국에서 신차의 87%가 정가보다 비싸게 팔리는 왜곡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차 시장이 미쳤다, 이런 진단까지 나오는 시장 상황인데요.

브랜드 간 경쟁이 매우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공급자 우위 상황 탓입니다.

업체들은 많이 남는 고급 차량을 우선 만들다 보니 프리미엄은 더 붙는 상황인데요.

기름값이나 집값 같은 공공재가 아니어서 정부가 개입할 여지도 없습니다.

오히려 친환경 차를 보급하기 위해서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고 또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서 개소세를 깎아주는 것처럼 자동차 업체들은 간접적으로 세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완성차 업체들은 손쉽게 가격 인상을 택하고 그러면서도 출고 시점은 앞당기지 못하고 있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생산 차질을 겪는 업체들의 고충도 있겠지만 원가 부담을 먼저 어느 정도 감수한다거나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을 고민해 봤는지 질문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최준식, 영상편집 : 전민규, CG : 강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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