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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도시의 숲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도시의 숲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지난 식목일, 여러분들의 하루는 어땠나요? 예전에는 공휴일이었지만 지금은 쉬는 날이 아니라서 그런지, 저에겐 평일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식목일은 나무를 심고 아끼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기념일이지만 안타깝게도 5일 하루에만 전국에서 6건의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하루에만 160㏊이상의 산림이 사라졌어요. 4일에는 남한산성 자락에서 산불이 나면서 인근 주택가에 사는 주민들이 대피하기도 했죠. 다행히 빠르게 진화되면서 문화재와 주택 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숲은 불타버렸습니다.

평범한 하루가 되어버린 식목일을 마부뉴스가 그냥 지나칠 순 없죠.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는 식목일 특집으로 숲과 나무에 대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 주변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 도시숲에 집중해봤어요. 더 이상의 산불 피해가 없길 바라면서, 이번 주 마부뉴스는 이 질문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도시의 숲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은 뭘까요?”
 

우리나라 도시엔 숲이 얼마나 있을까?


여러분 주변엔 숲과 나무들이 얼마나 있나요? 마부뉴스가 일하는 곳 주변엔 오목공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작고 소중한 오솔길이 있습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있는 안양천에선 멋진 벚꽃 길을 걸어볼 수 있죠. 도시숲이라고 하면 서울숲처럼 도시에 따로 조성된 숲을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공원, 가로수 등도 넓은 의미에서 포함됩니다.

산림청에서는 2년마다 전국에 도시숲이 얼마나 되는지 그 현황을 조사하고 있어요. 2021년 자료는 올해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라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 데이터를 분석해봤습니다. 우리나라 산림의 총면적은 633만 4,615㏊로 국토 면적의 63.2%입니다. OECD 국가 중에 그 비율이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서 4위일 정도로 숲의 면적이 넓죠. 그렇다면 전체 산림 중에 도시숲은 얼마나 될까요? 우리나라의 도시숲의 면적은 121만 2,297㏊로 전체 산림의 19.1% 수준입니다. 생각보다 넓죠? 하지만 생활권에서 접할 수 있는 이른바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은 5만 4,354㏊, 전체 도시숲의 4.5%에 불과합니다.
시도별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

이번엔 도시 거주 인구를 기준으로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을 계산해봤습니다. 시도별로 면적이 변하는 게 보이죠? 시도별로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쾌적한 환경에 사는지 판단해볼 수 있을 겁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도시민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11.51㎡입니다. 위의 이미지를 보면 알겠지만 서울이나 주요 광역시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죠. 반면 강원, 전남은 1인당 20㎡도 넘을 정도로 시도별로 편차가 심해요. 참고로 서울이 전국에서 6.87㎡로 가장 낮은데, 독일 베를린의 27.9㎡, 뉴욕의 23.0㎡ 등 다른 대도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시군구별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

조금 더 자세하게 시군구 단위로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은 청주시 청원구는 제외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이 넓은 지역은 경남 의령군이었습니다. 의령군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은 206.46㎡, 전국에서 유일하게 200㎡를 넘어서는 곳이죠. 반면 서울 관악구는 전국에서 가장 작은 생활권 도시숲 면적을 기록했어요. 관악구는 1인당 1.08㎡로 의령군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무려 191배더라고요.

과거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은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2005년엔 6.6㎡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11.51㎡까지 늘어났으니까 말이죠. 이 면적은 WHO에서 권고하는 9㎡를 넘어선 수치입니다. 하지만 위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해요. 전국 시군구 가운데 1인당 9㎡ 미만인 지역이 82곳이나 있거든요. 그런데 왜 도시에 숲을 더 넓히고 있는 걸까요?

 
Q. WHO 권고 기준 9㎡의 근거는 뭐죠?

주요 기사와 보고서에 등장하는 WHO의 권고기준 9㎡. 하지만 아무리 자료를 찾아보더라도 WHO에서 제시되는 근거가 잘 보이질 않더라고요. 해외 학계에서도 1인당 생활권 도시숲 권고 수준 9㎡라는 수치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해외의 한 교수는 이 수치가 WHO 공식문서로 보고된 적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1968년 이탈리아에서 도시개발 기준을 발표하면서 9㎡가 신축 녹지 공간으로 제시되었는데, 이때 이탈리아의 9㎡ 규격이 WHO 회의록에 비공식적으로 언급되면서 9㎡가 기준이 되었다는 거죠. "WHO가 이야기했으니 당연히 맞겠지~"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논문과 기사에 사용되는 거라며 지적을 하더라고요. 참고로 WHO 보고서에는 9㎡처럼 딱 떨어지는 면적을 제시하기보다는 도보 15분 내에 도시숲이 위치하도록 권장하는 등 접근성을 기준으로 생활권 도시숲의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도시의 숲


혹시 여러분은 우리나라에 도시숲에 대한 법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2020년 6월에 제정되고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대한 법률>인데, 나무와 숲이 있으면 좋긴 하겠지만 법까지 따로 두고 도시숲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할 거예요. 지금부터는 도시의 숲이 왜 중요한지 하나하나 살펴볼게요.

우선 도시숲은 봄이면 찾아보는 불청객,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어요. 나뭇잎이 우리가 그냥 맨 눈으로 보기에는 매끈매끈하지만 확대해보면 표면이 상당히 복잡하게 생겼거든요. 입자 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들이 나무를 지나게 되면, 나뭇잎의 표면에 붙으면서 농도가 낮아질 수 있어요. 게다가 나무가 호흡하면서 미세먼지를 흡수하기도 하죠. 거기에 숲 자체가 미세먼지의 이동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서울시 미세먼지와 녹지 분포

생각보다 그 효과는 뛰어나요. 위의 그림을 보세요. 아래 노란색 지도는 2021년의 3월부터 5월까지 봄의 평균 미세먼지 분포를 나타낸 그림입니다. 마부뉴스가 서울에 있는 40곳의 측정소에다가 서울 근방 경기도의 측정소 26곳까지 총 66곳의 데이터를 분석해서 그려봤어요. 초록색 지도는 2021년 서울시에 위치한 나무 분포를 그린 지도입니다. 겹쳐서 보면 대규모 녹지지역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낮다는 걸 알 수 있죠.

실제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이 됐습니다. 서울 도심지역보다 도시숲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비교해보니 평균적으로 16.4㎍/㎡ 낮은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4년간의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해보니 도시숲의 평균 초미세먼지 수치는 22.3㎍/㎡로 나왔어요. WHO가 야외 초미세먼지 농도로 권고하는 기준이 25㎍/㎡인데, 그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도시에 숲을 만들어서 초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요. 2013년에 나온 미국의 연구자료를 보면 애틀랜타에서만 나무에 의해 제거되는 초미세먼지의 양이 연 64.5t으로 조사될 정도거든요. 도시숲이 초미세먼지를 줄여주면서 생기는 금전적 가치가 뉴욕에서만 연간 6,013만 달러라고 하니 상당히 효과적인 거죠. 독일에서도 도시숲을 조성해서 미세먼지 고농도 일수를 줄이는 효과를 봤어요.
 

탄소를 흡수하는 나무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건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기후변화에 탄소가 골칫거리로 떠오르면서 나무와 숲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어요. 도시숲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 두 번째, 바로 탄소를 흡수한다는 점입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산소를 배출해요. 그래서 UN 기후변화협약에서는 산림을 유일한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했죠.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과거 마부뉴스에서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한 노력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탄소를 줄이는 노력만큼, 탄소를 흡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도시의 숲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어요. 물론 나무도 생명체라 호흡을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긴 하지만,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훨씬 많아요.
주요 수목별 이산화탄소 흡수량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저장하는지 도시숲을 이루는 주요 나무들의 흡수량을 살펴볼게요. 여기서 비교하는 나무들은 가슴높이에서 측정한 지름이 30㎝인 친구들입니다. 이 나무들이 여태껏 총 흡수한 이산화탄소량을 한 번 그려봤어요. 활엽수림 중에 가장 흡수량이 높은 나무는 공원에 있는 양버즘나무입니다. 우리가 플라타너스라고 부르는 양버즘나무가 자라면서 흡수한 모든 이산화탄소의 무게는 506.4㎏이나 되죠. 침엽수림 중에선 메타세쿼이아(가로수)가 529.9㎏으로 가장 많습니다. 산림청에서는 2050 탄소 중립 전략 중 하나로 도시숲과 도시정원을 늘려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2050년까지 국내외에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걸 목표로 하고 있죠.
 

아낌없이 주는 나무


미세먼지를 줄여주고, 탄소를 흡수하는 고마운 숲. 사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도시의 열섬현상을 줄여주기도 하고, 폭우가 오더라도 홍수 피해를 줄여주고, 주변 소음을 차단하고 줄여주는 역할도 하죠. 숲이 주는 마음의 안정도 무시 못할 겁니다. 뉴욕에 센트럴파크를 두고 했던 말이 있어요.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없다면 100년 후 똑같은 크기의 정신병원이 생길 것이다"라고 말이에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

 
... 그리고 또,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신록예찬>


이맘때쯤이면 찾아 읽게 되는 이양하 수필가의 <신록예찬>의 한 부분을 전하면서 오늘 기사는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아끼는 마음을 갖고 식목일 주간을 보내면 어떨까요? 오늘도 긴 기사 읽어주어서 감사합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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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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