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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 10명 중 8명, 심리적 트라우마 경험"

"현직 기자 10명 중 8명, 심리적 트라우마 경험"
현직 기자 10명 중 8명이 일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련 트라우마에 대한 사전 교육이나 상담 등의 지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김동훈)과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김경희)가 낸 기자의 트라우마 경험 관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현직 기자 544명 가운데 428명(78.7%)이 '기자로 근무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응답자에게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사건이 얼마나 자주 있는지 물어본 결과 '1년에 2∼3회 정도'가 59.3%, '월 2∼3회 느낀다'가 26.9%, '주 2∼3회 정도'가 9.6%였습니다.

트라우마 지속 기간으로는 '1∼30일 이내'가 46.9%, '한 달 이상'이 43.9%로 높은 비중을 보였습니다.

통상 트라우마 지속 기간이 한 달을 넘을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진단합니다.

트라우마 경험 당시 근무했던 부서로는 사건팀과 법조 등 사회부가 48.1%(206명)로 가장 많았습니다.

트라우마를 어떤 상황에서 느끼는지에 대한 질의(복수 응답)에 '취재 과정'이라고 응답한 기자가 61%로 가장 많았고, 보도 후 독자들의 이메일이나 댓글 등 반응을 접할 때라고 답한 비율이 58.4%로 뒤를 이었습니다.

내근 데스크나 조직 내부에서 겪는 갈등(47.9%)과 취재나 보도 전후 취재원과의 관계(43.7%)라고 답한 비율도 높았습니다.

또, 자연재난과 대형화재, 성폭력 사건, 자살, 아동학대, 희생자 또는 가족,정치인, 연예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접하는 사건·사고나 상황, 인물 등 15개 항목에 대해 트라우마 정도를 0∼4점(전혀없음∼매우 많음)으로 매겨 평균 점수를 낸 결과 '희생자 가족 및 관련 단체 취재'가 2.80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아동학대(2.63), 자살사건(2.52), 대형화재, 폭발·침몰사고(2.43), 성범죄(2.38) 등의 순이었습니다.

성범죄 취재 중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답한 344명을 분석한 결과 트라우마를 '자주 또는 매우 많이 겪었다' 비율이 43.3%였으며, 성별로는 여성(63.0%)이 남성(30.1%)보다 트라우마를 겪었다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기자들은 일상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으나 예방교육은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취재나 보도를 하기 전 트라우마 예방교육을 받았느냐는 질의에 81.8%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두 기자협회가 지난해 11월 8∼18일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와 미국 컬럼비아대 부설 저널리즘과 트라우마 관련 비영리기관 '다트센터' 아시아 태평양지부 후원을 받아 여론조사 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여성기자협회는 트라우마와 관련해 현직 기자를 상대로 실시한 이번 첫 공식 조사를 시작으로 취재 중 트라우마 사례와 대응방안 등을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입니다.

또 관련 교육프로그램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별도 기구 구성 등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다트센터'의 추천을 받아 이번 조사와 분석에 참여한 이정애 SBS 기자는 "취약한 개인이 트라우마을 겪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외상 관점에서 기자는 고위험 직종이라는 점이 확인됐다"며 "개별 언론사에서 법률적 심리적 지원이 쉽지 않은만큼 기자협회 차원에서 실질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김동훈 회장은 "사건 사고의 일선에서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는 환경에 쉽게 노출돼 있다"며 "이번 조사를 계기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취재 환경부터 바꿔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여성기자협회 김경희 회장은 "공감은 취재와 기사 작성의 시작점이지만 기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장 기자들이 사회 구성원, 특히 약자들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스스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언론계가 함께 트라우마 예방과 치유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한국기자협회 제공, 한국여성기자협회 제공, 연합뉴스)

▶ 한국기자 트라우마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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