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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 철저히 준비"…김정은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ICBM인 화성-17형 발사를 직접 지도했습니다. 23일 화성-17형을 발사하라는 친필명령을 내린 뒤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 준비 상황을 직접 점검해가며 발사를 강행했습니다. 탄두의 재진입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는 검증되지 않았지만, 최고 고도 6,248.5km까지 미사일을 쏘아 올리며 사거리만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북한 김정은, 어제 신형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명령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 준비할 것"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가 발사현장에서 했던 말 중에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노동신문의 보도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정은 동지께서는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시면서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기술력을 갖추고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 즉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을 언급했는데, 북한이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당장, 지난 1월 19일 진행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회의 보도에서도 비슷한 문구가 나옵니다.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되여야 한다는데 대하여 일치하게 인정하면서"
"물리적 힘을 더 믿음직하고 확실하게 다지는 실제적인 행동에로 넘어가야 한다고"
 
2020년 7월 김여정의 담화에도 비슷한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그러한 위협을 억제하며 그런 속에서 우리 국익과 자주권을 수호할 전망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실제적인 능력을 공고히 하고 부단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
 
북한이 언급하는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 이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북미 간의 적대적 대립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북한의 인식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든 공화당이 집권하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든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이 북미 간의 적대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적대적인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핵무기와 같은 강력한 억지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입니다.

북한 신형 ICBM인 화성-17형 발사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안보위협 해소는 국제사회 편입 여부에 달려

 
일각에서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이 이뤄지면 북한의 안보위협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북미 간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해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면 북한의 안보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성사된다면 북한의 안보위협 경감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미 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북한의 안전이 절대적으로 담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라고 해서 미국이 절대로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미 간 외교관계가 수립된다고 해도 미국은 북한의 인권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할 것이고, (미국은 한국의 인권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선별적인 경제제재 등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적대정책을 버리지 못했다며 반발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안보위협 해소 문제는 국교 수립이나 협정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북한이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얼마나 편입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쉽게 말해 트럼프 타워가 평양에 건설되고 미국인들이 평양에서 관광과 사업을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고, 북한 사람들이 미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통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는 세상이 되면 북한의 안보위협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입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편입되려면 대외 개방이 이뤄져야 합니다. 외부와의 교류를 상당한 수준으로 허용하고 외부 정보의 유입도 허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한과 같이 김일성 일가가 우상화를 넘어 신격화돼 있는 나라에서는 적극적인 대외 개방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외부 정보가 유입되면 김일성 일가 우상화에 대한 허구가 드러나고 김일성 일가의 절대적인 기득권에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적극적인 대외 개방을 하지 못하고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에 편입되지 못한다면 북한의 안보위협은 궁극적으로 해소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한대로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은 계속되는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신형 ICBM인 화성-17형 발사 직접 지도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이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핵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핵포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 모든 논리를 떠나,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온갖 제재를 무릅쓰고 개발한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대북정책의 궁극적 목표로 북한 비핵화를 상정하고 북한 비핵화를 촉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대북정책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수립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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