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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코로나 비하인드_합동 분향소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아마도 조만간 다시 방문하지 않으실까요? 지금 선거 기간 공약했던 곳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다음 주 쯤엔..오시지 않을까요"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엔 흰색 천막 두 동이 두 달 째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 곳은 다양한 연령의 망자들 영정 사진이 놓여있는 분향소, 다른 한 곳은 유족들의 임시 거처입니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가 지난 1월 11일 설치한 '코로나 백신 희생자 합동 분향소'입니다. 이곳은 지자체의 허가 없이 기습 설치된, 규정상으론 '불법 설치물'입니다. 지난 두 달 간 서울 중구청으로부터 자진 철거를 요구하는 계고장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유족들은 당분간 이 분향소를 철거할 계획이 없다고 말합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윤석열 당선인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지난 대선 기간 주요 후보들과 당 관계자들은 앞 다퉈 이곳을 찾았습니다. 선거가 끝난 지금, 간간히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지지만 떠들썩한 방문은 없습니다. 유족들은 서로 당번을 맡아 돌아가며 분향소를 지킵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분향소에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대선은 끝났고, 새 정부가 취임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가족들은 당선인의 재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기간 공약했던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를 비롯해 가족들의 요구를 받아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두경 코로나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게 어떤 것들인지 정리했습니다.
 

요구 1: 백신 부작용 치료비 '선 지급-후 정산'

"백신 맞고 심근염이 발생한 피해자 중 지금까지 치료비만 1억 2,500만 원이 든 경우도 있어요. 이제까진 근거 불충분으로 인과성 인정도 못 받았죠. 질병청이 이번에야 심근염을 이상반응으로 인정했는데(지난 14일), 돈이라는 게 다 필요한 때가 있는 거잖아요. 7~8개월 동안 울고불고 매달리고, 가정은 가정대로 다 깨지고 나니까 이제야 인정하고 소급 적용 해준다? 이미 집안은 파탄이 났어요."

백신 부작용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경우 치료비를 우선 지급해 치료의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고, 이후 인과성 판단 등을 거쳐 정산 또는 환급하는 방식입니다. 지금처럼 인과성 인정 판단을 기다리는데 수개월 씩 걸리는 상황에서 왜 아픈지도 모른 채 많게는 수천만 원, 수억 원의 돈을 써가며 치료를 받는 게 일반 가정에는 너무 큰 부담이라는 주장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해 보상에서 제외된 중증 이상 반응 환자에 대해서도 1인당 3천만 원까지 진료비를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근거 불충분'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지도 한참이 걸리는 데다가 기저질환에 해당하는 치료는 보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즉 인과성 판단 전 먼저 치료비를 지급하는 것에 있어선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월 10일 국회 보건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에서 "인과성 판단 전 (치료비를) 선 지급하고, 이후 잘못 지급된 금액을 회수하는 것은 그 지급에 비하여 시간, 비용, 인력, 회수 가능성 등 과도한 행정소요가 수반 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이런 상황이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호소합니다.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이 부작용 피해 의심으로 치료받게 되면, 이 치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집을 내놓기도 하고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두경 대표는 피해 가족의 최저 생계비나 사망 위로금 지급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내가 백신 부작용으로 앓다가 사망을 해서, 아이 3명을 데리고 처갓집으로 이사를 가야 했던 경우도 있었고요. 여기저기 빚을 내서 치료비로 썼는데 결국은 사망하고, 남은 가족들이 그 빚을 갚아가며 어렵게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를 받고 못 받고의 문제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가정이 무너지는 이런 현상들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코로나 걸린 분들은 생활비도 지원해주고, 사망자들은 장례비나 위로금도 지원하잖아요. 그런데 백신 피해자들은 그런 최저생계비나 사망 위로금 아무 것도 없어요."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요구 2: 백신 부작용 치료 전담병원 지정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는데 어떤 병원을 가야 할지 몰라 발을 구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백신을 접종하는 위탁의료기관은 내과, 이비인후과, 소아과 등 분야 상관없이 많지만, 이 접종기관의 의료진 모두가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전문가는 아닙니다. 또 접종 후 나타난 증상이 접종 때문인지 기저질환 때문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보니, "이런 민감한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부작용 피해자들은 말합니다. ( 관련기사▶ [코로나 비하인드] '접종 후 사지마비' 간호조무사, 그 후 9개월 )
 
"병원 입장에선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으면 내보내야 해요. 환자는 증상이 계속되고 있어도 그런 경우 나가라면 나와야 해요. 그래서 요양병원이나 집으로 옮겨지는데,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요."

백신 접종 피해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전담병원을 지정해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전담병원 지정은 현 정부에게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사안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척은 없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요구 3: 여야가 함께 '백신피해자특별법' 제정

앞서 밝힌 치료비 선지급-후정산과 피해자 생계비 및 위로금 지원, 또 백신 부작용 치료 전담병원 지정 등을 위해 가족들은 여야가 함께 '백신피해자지원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도를 만들기 위한 근거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특별법 제정은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여야가 힘을 모아서 "새 정부 취임 후 첫 번째 여야 협치의 결과물"로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 만들어진 여소야대 국면에서 쉬운 일은 아닐 수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김두경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뿐만 아니라 이재명 후보도 선거 기간 분향소를 찾았어요. 두 분이 하신 말씀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백신 피해를 정부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거든요. 우리는 국가 주도로 진행된 코로나 백신 접종이라는 국가사업에 따랐다가 피해를 입은 사람들입니다. 이게 여당과 야당의 정쟁의 문제가 될 이유가 없잖아요. 협치의 첫 대상이 백신 피해자를 위한 일이였으면 하고, 그 결과가 특별법 제정이 됐으면 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코로나19 백신 피해 보상 특별법안'이 있지만 지난 1월 10일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논의된 바는 없습니다. 특별법은 아니지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지난해 8월 발의한 인과성 여부와 상관없이 백신 접종 피해자들에게 치료비나 간병비를 지원하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및관리법 일부개정안'도 있습니다. 발의된 지 석 달 만인 지난 해 11월 상임위에 회부된 후 전체회의와 법안심사소위를 거쳤지만 이 또한 아직 결론이 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백신 피해자 가족들이 새 정부에 바라는 것

요구 4: 이상반응 피해조사 심의 내용 투명한 공개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조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는, 피해자 가족들이 특히나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입니다. 인과성 자체를 따지는 피해조사위원회와, 이를 근거로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피해보상위원회 모두 어떤 전문가들이 참여해 어떤 의견을 나눠 심의를 했는지,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그 과정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 가족이 어떤 이유로 사망했는지, 백신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인지,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문제는 백신 접종 초기부터 지적돼왔지만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 관련기사▶ "백신 아닌 기저질환 때문"…이 말이 신뢰를 받으려면 )
 
"부작용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정보 공개 신청을 해도 이야기해줄 수 없다고 해요. 회의록도 볼 수가 없고 누가 심의했는지도 알 수가 없죠. 공개를 못하겠다면 유족들을 그 심의 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는 거예요."

질병관리청은 이상반응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한국형 인과성 평가 기준을 만들겠다며 의학한림원 등과 함께 백신 안전성 평가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와 가족들 입장에선 정보의 벽은 여전히 높고 견고합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보상 심의 과정에 피해자 및 가족 입회 ▲심의위원 중 피해자 가족협의가 추천한 전문가 포함 ▲이상반응 심의 내용 전부 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제까지의 심의 결과를 전면 무효화하고 재검토해야 한단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당시 '백신 부작용 피해 회복 국가책임제'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접종 부작용 인과관계 증명 책임 정부가 담당 ▲접종 후 사망자 치료비 및 장례비 선 지급-후 정산 ▲부작용 피해자 치료비 선 지급-후 정산 ▲백신 접종 부작용 국민신고센터 설치 ▲정부 예산, 건강증진기금 등으로 피해구제기금 설치 등입니다.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 사항과 맞닿아있는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과연 이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윤석열 당선인 공약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는 매주 토요일 추모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가두행진을 해왔지만, 어제부터 행선지를 인수위원회로 바꿨습니다. 새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더 높이고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기를 호소하기 위해서입니다. 가족들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광화문 분향소를 지키겠다고 말합니다. 지난주 이곳엔 만 13살 고인의 영정 사진이 새로 놓였습니다.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연락 오는 분들은 계속 늘고 있어요. 연령 상관없이, 어린 친구들도 많습니다. 계속 가족협의회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늘고 있는 거죠. 우리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광화문 분향소는 계속 있을 겁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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