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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버스기사의 죽음…그 뒤엔 교묘한 괴롭힘 있었다

<앵커>

이번에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20대 청년의 죽음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마을버스 기사로 일하던 고인은 선임들의 괴롭힘과 가혹한 노동환경에 힘겨워했다는데,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유족의 희망에 따라서 고 민성원 씨의 이름과 얼굴도 공개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경력을 쌓아서 시내버스 기사에 도전하려 했다는 민성원 씨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의 한 마을버스 기사인 고 민성원 씨가 남긴 유서입니다.

'버스 하지 말라고 할 때 하지 말걸'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경력을 쌓아 시내버스 기사가 되겠다던 아들.

그런데 선임 기사들의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다고 유가족은 말합니다.

[민 씨 어머니 : '나한테 욕을 하고, 배차 시간도 진짜 왜 이렇게 주는지 모르겠다', 그 얘기는 늘 입버릇처럼 했죠.]

민 씨의 SNS 글에도 힘들었던 심경이 드러나 있습니다.

한 동료 기사는 민 씨가 생전에 자신에게 토로했던 말을 글로 적었습니다.

'A 기사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였다', 'B 씨가 몇몇 기사들에게 얘기하며 외면하고 따돌리려고 했다'

교묘한 방식의 괴롭힘도 민 씨가 겪었다고 또 다른 동료기사는 말합니다.

앞에 배차된 차량 기사들이 간격을 고의로 벌려 민 씨 버스에 승객이 몰리게 해 운행 시간을 늘리고 업무를 과중하게 만들었다는 겁니다.

[C 씨/전 동료기사 : 배차 순번이 있는데, 내 앞차가 이제 빨리 달려서 이제 그냥 정말 거리를 벌리면 그만큼 정류장에 승객들이 많이 모이거든요.]

마을버스의 가혹한 노동 환경도 민 씨의 고통을 더한 걸로 보입니다.

여객자동차 운수법상 운수 종사자는 2시간 이내 노선 운행이 한 차례 끝나면 10분 이상 휴식을 보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C 씨/전 동료기사 : 5분 만에 나가고 그럴 때가 있어요. 정말 후루룩 삼키고 나가는 거예요, 밥을. 제대로 못 먹고 그냥 차 바로 돌려서 나가는 거예요.]

버스 운행을 할 때 밥 시간을 제대로 보장 안 해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경우가 자신도, 민 씨도 있었다고 글로도 증언했습니다.

[민 씨 어머니 : '집에 가면 엄마, 삼겹살 두 줄 미리 꺼내놔 미리. 그럼 나 밥 먹을 거야', 오후 시간에 일 끝나고 오면 밤 12시, 새벽 1시예요. 그 시간에 밥을 먹어요.]

마을버스회사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고, 기사들의 휴식 시간은 관련 법에 따라 준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유가족은 민 씨의 죽음에 회사의 책임이 있다고 보고 산업재해를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윤태호, CG : 최하늘·임찬혁·홍성용,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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