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방공호 파고 땔감 쟁이고…전운 감도는 벨라루스 국경

<앵커>

루마니아에 이어서 이번에는 폴란드 쪽 상황도 알아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벨라루스와도 붙어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군에게 우크라이나로 가는 길을 열어줬을 정도로 러시아와 가까운 나라인데 최근 국경 지역에 병력과 무기 배치를 늘리고 있습니다.

임상범 특파원이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 지역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의 정거장, 프셰미실을 벗어나 북동 쪽으로 쭉 뻗은 왕복 2차선 도로, 미군과 폴란드 군용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울창한 숲과 황량한 평원 사이를 달린 지 4시간.

마침내 국경 마을 부오다바가 보입니다.

마을 어귀부터 검문검색만 세 차례.

[한국에서 온 방송사입니다. 국경 취재차 왔습니다. (기자증이나 신분증 제시해주세요.) 프레스 카드 말이죠?]

출입이 까다로운 건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의 접경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서 있는 곳이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이 세 나라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른바 국경 삼각점입니다.

물론 제가 서 있는 곳이 폴란드 땅이고요, 제 바로 뒤쪽이 벨라루스 영토고 보시기에 오른쪽, 이쪽이 바로 우크라이나 영토입니다.

[(강이 국경이 되는 건가요?) 여기 강이 쭉 있잖아요. 강이 국경이죠. 요 앞이 벨라루스.]

평화로운 부오다바에서 50년을 살아온 즈비섹 씨가 장작 패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땔감을 채워두기 위해서입니다.

[즈비섹/폴란드 부오다바 주민 : 겨울에 쓰던 땔감들인데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에너지원이 부족할 텐데, 상황이 언제까지 길어질지 아무도 모르니 미리 충분한 양을 준비해두는 겁니다.]

국경 넘어 벨라루스 쪽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포성 소리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즈비섹/폴란드 부오다바 주민 : 3km 정도 가면 바로 국경입니다. 이쪽은 벨라루스, 저쪽은 우크라이나예요. 러시아군과 벨라루스군의 합동기지가 여기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군사훈련을 합니다.]

즈비섹 씨 집 앞입니다.

평범한 공터 같아 보이지만 이곳에 비밀장소가 숨어 있습니다.

제가 한 번 보여 드리겠습니다.

30cm는 족히 됨직한 콘크리트 아래 파 놓은 방공호는 웬만한 포탄에도 끄떡없어 보입니다.

[즈비섹/폴란드 부오다바 주민 : 내부공간이 이만큼 넓어요. 15~20명까지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하라서 안전하게 오랫동안 숨어 지낼 수 있어요.]

2차 세계대전 막바지 당시 소련군이 밀고 넘어온 지역이었던 만큼 주민들이 느끼는 전쟁의 공포는 남다릅니다.

초중고생 자녀 넷을 둔 안나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 학교를 오갑니다.

[안나/폴란드 부오다바 주민 : 요즘 같은 상황에 아이들한테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하교 시간에 맞춰서 아이들을 데려오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협상이 최종 결렬되고 전선 확대로 이어질 경우, 친러 국가 벨라루스를 거쳐 바로 폴란드로 그 후폭풍이 덮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등 서방 일각에서는 벨라루스가 조만간 러시아 편에서 함께 싸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긴장감이 흐르는 국경에 서서히 땅거미가 내려앉습니다.

(영상취재 : 김학모·이준성, 영상편집 : 전민규, 현지코디 : 권영관)

▶ 우크라 대도시 '무차별 포격'…러 "수도 버리고 떠나라"
▶ 러, 공수부대도 투입…"우크라 민간인 최소 23명 사망"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