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해외 시상식 잇단 돌풍… K-드라마 달라진 위상

지난해 전세계에서 인기를 끈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해외 시상식에서도 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현지시간 27일 열린 미국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한국 드라마에 새 역사를 썼습니다.

미국배우조합이 주최하는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배우가 수상한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에서 수상자가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2020년에는 '기생충'이 배우 전체에게 주는 대상 격인 앙상블상을, 2021년에는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이번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됐습니다.

지난해 드라마 가운데 신드롬에 가까운 흥행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을 넘어설 만한 경쟁작이 없었습니다.

또 '오징어 게임'은 앞선 열린 주요 시상식에서도 잇따라 수상하며 지난해 최고 작품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이미 굳어졌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12월 미국 독립 영화 시상식 중 하나인 고섬 어워즈에서 '40분 이상의 획기적 시리즈'로 호명되며 첫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같은 달 미국 대중문화 시상식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올해의 몰아볼 만한 쇼' 수상작으로 뽑혔습니다.

지난달에는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원로배우 오영수가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 '미나리'가 비영어권 작품으로 분류돼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던 배우상을 거머쥐며 월드스타에 합류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다음 달 열리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남우주연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세를 몰아 올해 9월 열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상인 에미상에도 도전합니다.

'오징어 게임'이 고섬어워즈, 골든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쓴 데는 전 세계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성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의 이야기 표면은 서구적인데 캐릭터나 갈등 해소 방법은 공동체를 강조하는 동양적인 방식"이라며 "전 세계가 겪는 빈부격차 문제 등을 할리우드의 히어로나 과학기술의 힘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해결하다 보니 양쪽(동서양)에 매력적으로 다가간다"고 평했습니다.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도 한국 드라마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한몫했다는 분석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엔 글로벌 플랫폼의 힘과 한국 콘텐츠가 가진 힘, 이 두 가지가 맞물려 있다"며 "글로벌 플랫폼이 없었다면 '오징어 게임'도 전 세계적으로 대중들을 공감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작품을 전 세계에 서비스하는 역할 외에도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도 키워가고 있습니다.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아카데미에 넷플릭스 작품이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을 제치고 3년 연속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에 오른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를 올린 만큼 '제2의 오징어 게임'이 탄생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한국 드라마는 새로 공개될 때마다 글로벌 순위 10위권에 들며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습니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10일, 고등학교 좀비물 '지금 우리 학교는'은 15일 연속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지켰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기록한 46일 연속 1위에는 못 미치지만 역시 주목할만한 성과입니다.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로맨스 드라마 '연모', '갯마을 차차차', '서른, 아홉' 등도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꾸준히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평론가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평가가 나오지만, 주류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김성수 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는 이제 전 세계 시장의 반응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주류"라며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은 이미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한국 드라마를 주류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빠르고 힘차게 주류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본다"며 "콘텐츠 시장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 한국이 이런 걸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주류라고 얘기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