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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퇴각 때 종교인 1,145명 학살"

<앵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곳곳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것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기독교인과 천주교인의 전체 규모가 처음 집계됐습니다. 집단학살의 피해를 당한 교회들이 보복이 아닌 용서를 택했던 것도 함께 확인됐습니다.

이성훈 기자입니다.

<기자>

충남 논산 성동면에 있는 병촌교회 앞에 세워진 이 탑은 순교자 추모비입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9월 27일과 28일, 북한군과 공산당원들에게 목숨을 잃은 이 교회 신자 16명과 가족 등 66명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성영/병촌교회 목사 : 이 사람들은 전혀 사상이 공산주의 사상과는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정말로 마음 아픈 거는 젖먹이 아이가 9명이나 있었고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군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 직후 전세가 불리함을 깨닫고 각 지역에 "반동 세력을 제거하고 퇴각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후 한 달여간 충청과 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학살이 자행된 것입니다.

전남 영광 염산교회에서는 무려 77명이 희생됐는데, 부모들이 어디 있는지 말하라는 협박에 모른다고 답한 11살 어린이가 살해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희생된 종교인은 기독교인 1천26명, 천주교인 119명으로 모두 1천145명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박명수/서울신학대학교 명예교수 : 교회를 공산주의화하려고 하는 그런 과정에서 갈등이 이미 쌓이는 거죠. 그러다가 철수하면서 반동 세력을 제거하라는 지령이 있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일시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런 아픔에도 종교인들은 보복보다는 용서를 택했습니다.

철원 장흥교회는 우익 청년들이 남쪽에 남겨진 공산당원의 가족 100여 명을 처형하려 하자 이를 말렸고, 정읍 두암교회는 학살에 동조한 가해자를 찾아가 용서하고 함께 신앙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김종미,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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