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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핵무기까지 만지작거리는 푸틴…우크라 인질극 벌이는 러시아의 공포는?

[워싱턴 인사이트] 핵무기까지 만지작거리는 푸틴…우크라 인질극 벌이는 러시아의 공포는?

ICBM 핵미사일 훈련 참관한 푸틴 vs 바이든 "키예프 점령이 목표"…임박한 러시아의 침공

백악관 대통령 브리핑의 중요도는 바이든 대통령이 얼마나 늦게 나오느냐로 대강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홍보를 하고 싶어 하는 브리핑은 마음이 급한 대통령이 대게 제시간에 딱 나와서 연설하지만 사실 기사로 다룰 내용이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엄중한 내용일수록 대통령이 늦게 나오는데, 지난 주, 두 차례나 있었던 바이든의 대국민 연설이 그랬습니다. 두 번 다 한참 지각을 했는데, 막판까지 우크라이나 문제 논의가 계속 됐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든은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어조로 '전쟁이 임박했다'는 걸 온몸으로 발산했습니다. 바이든은 다소 고지식한 면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대통령이 이렇게 강한 어조로 경고하는 건 보통 의미가 아니라는 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푸틴이 침공을 결심한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증거가 있다"고 발언한 건,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푸틴 주변 움직임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목표는 키예프, 280만 명의 무고한 시민이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수도를 점령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이미지-1

바이든은 얼마 전에는 러시아의 침공일을 지목했고(언론에 말한 건 아니고 유럽 정상에게 알려준 내용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푸틴의 침공 결심까지 말해버렸는데, 사실 틀리면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 오픈은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더라도 전쟁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일전에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이라크전처럼 다른 나라를 침공을 하기 위해 정보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기 위해 정보전을 벌이는 것이어서 같은 선상에 놓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숨질 수 있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아서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이렇게 기밀 정보가 많이 공개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는데 미국 내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습니다. 정보전의 대가 푸틴의 전략을 사전에 미리 파악해 전 세계에 공개하면서 그 힘을 빼겠다는 건데,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행동이 전쟁 위기감을 고조하는 측면도 있지만, 어쨌든 푸틴이 머뭇거리게 하는 것 자체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보전에서 밀리는 기세가 역력했던 푸틴이 한방에 전세를 역전시킬 카드로 핵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자신의 부하처럼 벨라루스 대통령을 거느리고 전술 핵무기 훈련을 참관했습니다. 사실 미소 냉전시대 인류를 순식간에 모두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가 핵 대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는데, 아예 잊어버렸던 두려움을 미국인들에게 다시 떠올리게 만든 계기가 됐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위협하던 러시아가 느닷없이 말리던 미국에게 '까불면 니들도 다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날리려는 의도가 명백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금요일 연설 이후 질의응답에서 푸틴의 핵 전술훈련 참관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바이든은 "푸틴이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는 것은 아닐 거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냥 훈련을 하려는 것인지 그 이상이 있는 건지 푸틴의 마음을 읽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준비는 거의 마친 상황. 우크라이나를 에워싼 병력은 19만까지 늘어났고, 돈바스 일대의 러시아 반군 지역에 살던 친러계 주민들까지 난민으로 러시아로 이주했습니다. 벨라루스에서 하던 연합훈련은 20일이면 끝나는데 러시아 군대는 더 머물 거라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이제는 푸틴이 정말 깃발을 들면 육해공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밀고 들어가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 벨라루스 대규모 연합훈련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파이퍼, 러시아가 궁지에 몰렸다고 분석한 이유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국내에서도 훌륭한 분석과 전망이 많이 나왔고,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한쪽 당사자인 미국의 입장을 세밀하게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요즘 우크라이나 주재 전직 미국대사들이 미국 언론에 종횡무진 등장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스티븐 파이퍼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와 인터뷰했습니다. 파이퍼 전 대사는 스탠퍼드대학에서 유럽 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가 대학 연구소 웹페이지에 올리는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한 칼럼은 이번 사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그에게 섭외를 요청했습니다. 파이퍼 전 대사는 일정이 너무 많이 생겨 시간이 도저히 없다고 처음에는 답했지만, 몇 번 간곡하게 메일을 보냈더니 잠깐 시간을 내보겠다며 시간을 잡아줬습니다(사실 인터뷰에서는 묻고 싶은 거 다 물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인질극에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인질로 잡고 해치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협박을 하고 있는데, 요구 사항은 '나의 안전을 보장해달라'는 것입니다. 무시무시한 인질극을 벌이는 사람의 요구치고는 좀 어이가 없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는다고 말을 하지만, 푸틴은 '다 필요 없고 내 안전을 보장한다고 문서로 내놓으라'고 생떼를 부리는 상황입니다. 왜 러시아가 이런 신변의 공포를 갖게 된 건지 궁금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파이퍼 전 대사와 인터뷰 주요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습니다.

스티븐 파이퍼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Q. 러시아가 궁지에 몰렸다고 표현했는데(그가 최근 스탠퍼드 보고서에 담은 내용), 그 이유가 무엇인가?
= 크렘린의 의사 결정을 아는 것은 때로는 매우 힘든 일이다. 푸틴은 아주 소규모의 이너서클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외부에는 자신들의 최종 목표를 숨기곤 하는데, 그러다보니 종종 오판을 한다. 일단 크렘린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상당히 견고하게 버티는 걸 보고 놀랐을 것이다. 처음 러시아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군사적으로 겁을 주면 양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지금 미국과 나토가 단결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마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이건 크렘린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칠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악을 가정한 전략으로 동맹국들을 묶어"…미국이 정보전쟁 벌인 이유는?

Q. 바이든 대통령은 16일을 침공일로 못 박았다. 그날 전쟁은 안 났지만 다시 전쟁이 며칠 내에 일어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전망을 할 수 있는 것인가?
= 사실 침공일을 못 박았다는 기사가 나고 나서 국무부 현직 관료들과 얘기를 해봤다. 근데 하나같이 자기들은 날짜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냥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 있다 정도로 표현을 했다고 하더라. 근데 아마 16일이라는 날짜는 누가 얼버무리면서 말한 걸 기자가 파악해서 날짜를 특정해 보도한 것 같다(16일 침공일은 실제 폴리티코의 특종으로 세상에 알려짐). 내가 여러 국무부 인사들에게 들었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 주변의 군사력 증강을 들여다보면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 36시간 동안 군사력 증가는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려는 행동이라고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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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직까지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고 있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메가폰 전략이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건가?
= 바이든 정부가 정보전쟁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금 이 상황은 매우 흥미롭다. 왜냐하면 예전 같으면 기밀로 묶여서 절대로 외부로 나갈 수 없는 내용들이 다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으로 러시아가 침공할 구실을 만드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일대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을 잘 알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누군가 도발한다면, 그건 러시아라는 걸 명확히 인식시켰다. 또 살벌한 메시지를 전할 수밖에 없는 건,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인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빨리 그곳을 떠나게 하기 위한 것도 있다. 또한 이런 전략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접근이다. 최악을 가정한 접근은 굉장히 영리한 접근이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미국은 유럽의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 최악을 가정했기 때문에 각자 모두 최대한 노력을 해서 크렘린이 전쟁을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Q. 지금까지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나?
= 물론 미국의 대응이 시작은 너무 느렸다. 하지만 지난 한 달 반은 정말 잘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가 원하면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동시에 침공을 하면 강력한 제재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것을 정확히 알렸다. 그리고 침공을 그냥 기다리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방어 무기를 계속 공급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더 나은 상황에서 방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러시아의 공격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중요한 것은 논의와 공조 과정을 관리하는 점에서 잘했다고 볼 수 있다. 워싱턴은 매일 유럽 국가와 전화를 했다. 이런 조치는 매우 통일된 것이었고, 굉장히 거친 반응이었다. 이런 공조 과정으로 워싱턴과 유럽 주요 도시들을 묶을 수 있었다.
 

벨라루스 러시아군 돌아가야 긴장 완화 신호…"나토가 러시아 옆구리 겨누게 돼"

Q.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목표는 무엇인가?
= 단기적인 목표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는 것이다. 이것은 군대를 철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벨라루스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극동에서 왔다. 이들은 7천-8천 킬로미터를 가로질러왔는데, 이들이 본진으로 돌아가야 긴장 완화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은 나토를 다시는 확장하지 말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 나토가 1997년 이후 가입한 국가에서는 군사 기반을 철수하라는 건 더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군축 협상과 군비 통제, 위기 감소, 신뢰 구축을 위한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여기서 제일 문제는 러시아가 그들의 핵심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는데 이걸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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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은 폴란드에 미군을 증강 배치하고 있고, 다른 유럽국도 나토군을 주변국에 배치하고 있다.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 바이든 대통령과 나토의 수장도 이미 말했다. 미군과 나토군은 우크라이나에 들어가서 싸우지 않는다. 폴란드에 들어간 미군의 역할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발트 3국과 루마니아 등 러시아 주변국에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이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나토군이 증강되는 것도 주변국에게 마찬가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크렘린에 주는 메시지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우지는 않지만, 나토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싸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군이 리투아니아 북쪽으로 들어갔고, 영국군도 에스토니아로 갔고, 프랑스군도 루마니아로 간 것이다. 전부 러시아를 겨냥한 행동인 것이다. 더 많은 군대가 동쪽 옆구리에 배치될 것이다. 이것은 모스크바에 중요한 신호이다.

Q.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 그게 이 문제의 핵심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외교 정책에 비토 파워를 갖기를 원한다. 그게 서방 국가와 러시아의 차이점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가지고 있고, 외교 정책을 자신들이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위성국으로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나토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는 데 열성적이지 않다. 하지만 나토는 확장의 문을 닫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러시아의 압력을 받아서는 더욱 그렇게 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누구도 우크라이나에 나토에 가입하라고 등 떠밀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19세기 사고 가진 푸틴의 편집증"…우크라이나인들이 등 돌린 이유는?

Q. 러시아는 군사 최강국 가운데 하나이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근원은 무엇인가?
= 흥미로운 질문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이다. 재래식 무기도 엄청나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19세기 사고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와 서구에는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토국 어디도 러시아를 다시 공격할 생각이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토국들은 1990년대 이후, 군사력을 꾸준히 줄였던 것이다. 독일 군대에 냉전 끝 무렵에 탱크가 2천 대쯤 있었다. 근데 지금은 200대도 안 된다. 이런 군사력 감소는 나토가 러시아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도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한다, 나토는 러시아의 적이고, 정권을 바꾸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이런 게 일정 부분 편집증이라고 생각한다. 푸틴은 가끔 너무 엉뚱한 얘기를 꺼내고 그걸 너무 많이 말해서 그걸 믿어버리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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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 푸틴의 마음을 읽는 것은 매우 어렵다. 크렘린은 이걸 나토와 러시아의 문제라고 규정짓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회복 불가능하게 모스크바의 궤도에서 이탈해서 서방 진영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내릴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8년 동안 러시아의 결정은 크림반도 불법 강제합병, 돈바스 지역에서 반군을 지원하면서 1만 4천 명을 살해한 것이었다. 그런 정책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피해서 더 서방에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여론 조사를 한번 봐라. 2014년에는 나토 가입 지지 여론이 30%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59%나 된다. 그건 모두 러시아 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찾아오겠다고 하지만,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군사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러시아는 이제 우크라이나를 찾아올 수 없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군대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싸울 것이다. 러시아는 게릴라전을 치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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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2주 전에 키예프에 다녀왔다. 거기서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모두 굉장히 단호했다. 지난주에 키예프에 있는 친구랑 통화를 했는데, 지금 사람들 지원이 너무 많아서 소형 화기 훈련을 받겠다고 해도, 2주를 기다려야한다고 하더라. 러시아가 지난 8년 동안 우크라인들의 국가 정체성을 일깨운 것이다.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적개심이 상당하다. 러시아가 오판으로 침공을 해도 우크라이나인들은 격렬하게 저항할 것이고, 러시아는 강력한 저항을 만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 부분을 너무 얕잡아봤다. 러시아가 이길 수는 있지만, 정말 비싼 대가를 치러야할 것이다. 소련이 아프간에서 겪은 것과는 비교도 안 될 것이다.

Q. 러시아가 이번 무력 시위에서 잃은 건 무엇인가?
= 지금 상황은 러시아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패닉에 빠지지 않았다. 서구도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 건 러시아의 계획이 아니었다. 미국과 유럽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나토군도 동유럽에 대폭 증강됐다. 이건 러시아가 이런 무력 시위를 벌이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Q. 그럼 러시아가 얻은 건 무엇인가?
= 러시아가 이런 위협을 가하면서 우크라이나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는 것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크렘린은 우크리아나에 뭔가 어려운 일을 만드는 걸 반길 것이다. 그리고 훈련 자체의 성과도 있다. 이렇게 장거리 기동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냈다. 하지만 얻은 게 있으면 비용도 있다. 나는 러시아가 들인 비용이 성과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는 어떤 모습?…"가장 광범위한 제재 위해 동맹국에 요청할 것"

Q. 서방 세계가 제재를 가하면 러시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 미국과 유럽의 동맹, 영국, 캐나다 등을 모두 연합해 상당한 제재를 가할 것이다. 그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다. 개별 은행을 겨냥한 제재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러시아를 떠나야할 것이다.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 러시아 재벌들이 돈이 많아도 그 돈을 움직일 수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러시아에 반도체 수출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정보를 기반으로 한 경제에서는 반도체 수요가 많지만 그걸 구하질 못하게 된다. 크렘린과 관련된 개인에 대한 제재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이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하고는 굉장히 자신 있게 러시아가 침공하면 노드스트림2를(러시아에서 발트해를 지나 독일 북부로 이어지는 천연가스관. 아직 시작 전) 닫을 수 있다고 했다. 숄츠 총리가 명시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의 자신감은 제재 권한으로 가스관을 죽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제재만 가지고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크렘린이 침공을 막을 수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가장 큰 위협 요소는 러시아인의 사망이다. 푸틴은 러시아 병사들의 사망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러시아 국민들의 아들, 형제, 남편들이 시체 주머니에 담겨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게 여론에 미칠 것이다.

Q. 제재를 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도와달라고 하지 않을까?
= 침공이 시작되면 워싱턴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동맹국들에게 요청할 것이다. 이미 연락처를 준비해놨을지도 모르겠다. 워싱턴이 러시아에 대해 가장 광범위한 제재를 하려고 하는 의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지금 2022년에 살고 있는데, 유럽에서 러시아가 이웃 국가에 자기들이랑 친하지 않다고 이런 행동을 하는 건 용납될 수 없다.

Q. 우크라이나 사태가 미국의 중국 정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 지난해 10월로 돌아가서 백악관은 중국을 전략적인 도전으로 규정하면서 러시아는 그냥 잠잠히 있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백악관은 이번 위기를 잘 관리하면서 동맹을 묶어내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건 중국에 던지는 나쁜 메시지는 아닐 것이다.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 못 하고 러시아와도 가까워질 수 없는 우크라이나…강대국 사이 독립 국가로 살아간다는 것

파이퍼 대사를 인터뷰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생각의 간극이 무척이나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서면으로 확실한 안전 보장을 받겠다는 결심이 분명해 보이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내주는 일이 있더라도 그걸 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토에 가입하지도 못 하고 러시아와도 가깝게 지낼 수도 없는 우크라이나가 최대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힐빌리의 노래'의 저자이자 공화당으로 상원의원 나오겠다고 요즘 폭스뉴스에 자주 나오는 J. D. 밴스 같은 인물은 대놓고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리가 왜 관심을 가져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시절이었다면 사실 푸틴은 별 신경도 안 쓰고 우크라이나를 마음껏 유린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이든 시대의 미국도 나토라는 우리 식구를 보호할 의지는 분명해 보이지만 그 이상이 아닌 것도 명확합니다. 인질로 잡힌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해쳐야 나중에 제재할 거라는 미국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에서 보기에는 답답한 노릇입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오늘 뮌헨 안보회의에서 러시아가 다 점령하고 난 이후에 제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절규하듯이 쏟아낸 게 그래서 더 이해가 갔습니다.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 국가로서 존엄을 지키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크라이나 사태는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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