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차 타기 무섭다'…기름값 또 오르나

기름값이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 세력 사이의 대치로 국제적 긴장이 높아진 영향도 커 보입니다.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서울을 기준으로 다시 리터당 1,800원에 다가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시행한 유류세 인하 조치도 힘을 잃어가는 모습입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3일 낮 12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날보다 1.8원 오른 리터당 1,670.6원을 기록했습니다.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의 경우 사정이 더 안 좋습니다. 3일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43.9원으로 하루 전보다 2.47원이 올랐습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 리터당 1,807.0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습니다. 다행히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9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지만 슬슬 약발이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구조적으로 떨어지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위협은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의 석유시설 드론 공격 같은 지정학적 위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여파로 유류세 인하 10주 만인 지난달 셋째 주부터 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는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원유 증산 유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미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습니다. 이렇게 가격이 계속 오르자 원유 수요가 가장 많은 미국과 인도 같은 나라들이 증산 규모를 더 늘리라고 요구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현지 시간 2일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OPEC 플러스는 같은 날 화상으로 열린 회의에서 다음 달에도 하루 40만 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지시간 2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브렌트유는 배럴당 89.47달러에 거래됐습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91.70달러에 거래되면서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도 6센트 오른 88.2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각에서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오는 4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 해도 지금처럼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 강세로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국내 유가 상승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류세 계속 낮춘다 해도 실제 소비자들이 효과를 체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변에서 연료비 부담도 덜 겸 전기차로 갈아탈까 생각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환경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보조금도 해마다 늘고 있는 요즘, 기름값 부담이 이런 흐름을 더 앞당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