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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코로나발 '소비 폭증'…이젠 빚 감당 타임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이른바 '신 패딩 계급도'입니다.

10여 년 전에 수십만 원 가격으로 등골브레이커라 불렸던 노스페이스는 아래로 밀렸고요, 훨씬 비싼 백만 원을 훌쩍 넘는 초고가 브랜드들이 즐비합니다.

특히 정점에 있는 이 브랜드는 연간 매출 상승세가 최근 두 자릿수입니다.

고가제품에 대한 수요는 코로나 이후 더욱 폭증했습니다.

명품 오픈런은 이제 백화점 아침 일상 풍경이 된 지 오래고요.

이게 우리 얘기만의 얘기가 아닌 게, 고가 시계로 유명한 롤렉스의 미국 뉴욕 매장을 가보니, 이렇게 진열장 단 하나만 놔두고 다 텅 비어 있어서 '없어서 못 파는 지경'입니다.

최근 14만 원짜리 버거 판매장이 국내에 처음 문을 열었는데 이걸 누가 사 먹을까 궁금해했던 것이 무색해졌을 정도로 굉장히 큰 인기를 끌고 있고요.

여행을 못 가는 대신, 올해 설 연휴에 호텔 예약은 무려 전년보다 8배나 늘었습니다.

장기간 코로나에 억눌리다 보니 치솟아 오른 소비 욕구.

그래서 요즘 소비에는 보복, 반발, 분풀이라는 말들이 붙습니다.

각국이 코로나 지원금을 쏟아내며 '소비는 충분히 미덕'이 됐고, 공급망 교란으로 물량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조바심에 가수요까지 가세했습니다.

특히 10·20세대는 최근 소비 성향을 높인 일등공신 중 하나입니다.

부를 과시한단 뜻의 'FLEX(플렉스)', 귀에 익으시죠.

MZ세대 사이에서는 일상 용어가 됐습니다.

그럼 플렉스는 무슨 돈으로 할까요.

10·20세대의 소비에 일조하는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BNPL, 지금 사고 나중에 내는 결제입니다.

후불결제, 즉 디지털 외상인 셈인데 아디다스 운동화를 사러 웹사이트에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신용카드들 말고도, 어펌, 클라르나, 애프터페이 같은 이름들이 보입니다.

이들이 바로 BNPL 업체입니다.

할부 수수료도 받지 않고 신용등급도 따지지 않고 외상을 줍니다.

그럼 BNPL은 어떻게 돈을 버느냐.

대신 가맹점에서 높은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데, 가맹점들은 MZ세대 소비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기꺼이 제휴를 맺습니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에서 특히 많이 쓰면서, 전 세계 연간 이용자 수가 이미 1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고 할부가 활성화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네이버, 그리고 쿠팡, 카카오에서 나중결제, 후불결제라는 이름으로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편리한 건 좋은데, 문제도 같이 커지고 있습니다.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덜 받아서 과소비를 부추기는 건데, 실제로 미국 BNPL 이용자 3명 중 1이 연체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BNPL을 놓고, 혁신적인 핀테크다, 아니다 부채를 부르는 외상거래일 뿐이다, 논란도 가열되는 중입니다.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면 정부는 소비를 부추기는 부양책을 씁니다.

우리나라 IMF 외환위기 때 이후도 그랬죠.

갚을 능력이 없는 대학생에게까지 마구 카드를 발급해줬고, 결국 돌려막기에 한계가 온 게 카드 사태로 귀결됐습니다.

코로나 이후에 금리를 낮추고 돈 풀기에 여념 없었던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의 심각함을 깨닫고 지금 뒤늦게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올해 5번 이상 금리를 올릴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 시장은 크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각국이 코로나를 정부가 돈을 쓰고 가계가 빚을 내서 이겨나가던 중인데, 금리 인상은 부채에는 상극이죠.

특히 우리나라는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가파른 가계 빚 증가세 때문에 긴축의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전민규, CG : 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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