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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간첩 조작' 서훈 취소자 명단 입수…그들의 행적

<앵커>

1980년대 간첩 조작 사건으로 훈장과 표창을 받았다가 박탈당한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하라고 법원이 판결했는데도 정부가 그것을 계속 미루고 있다고 저희가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 정부가 결국 명단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했는데, 저희가 그것을 입수해서 권력기관이 감추려 했던 사람은 누구인지 확인해봤습니다.

SBS 탐사보도 끝까지판다, 먼저 원종진 기자입니다.

<기자>

SBS가 입수한 1980년대 간첩 조작 사건 서훈 취소자 명단에 있는 사람은 모두 45명입니다.

보안사 등 군 소속 31명, 국정원 전신 안기부 소속이 12명, 남영동 대공분실을 중심으로 한 치안본부 소속 경찰 2명입니다.

정보기관 요원의 이름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정원, 국방부 등이 '국가 안보'와 '국익'을 이유로 공개를 꺼려온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했는지 진실화해위원회,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 등의 자료를 조사했습니다.

보국훈장을 받았던 보안사 수사관 서 모 씨에 대한 진술.

[보안사 수사관 서 모 씨 후배 진술 기록 (음성 대역, 진화위 조사 자료) : 서○○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병규가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 너도 잘못 되면 죽어나간다 협조해라'고 했어요.]

보국포장을 받은 안기부 수사관 성 모 씨에 대한 기억.

[고문 피해자 차풍길 진술 기록 (음성대역, 국정원 진실위 조사 자료) : 구치소로 여섯 번 정도 찾아와 구타했어요. '만약 6개월 만에 나오면 권총을 쏴서 머리통을 박살 낸다'고 협박했어요.]

피해 당사자는 이번에 공개된 사람을 또렷이 기억했습니다.

[김철/고문 피해자 : 이놈은 제일 혹독하게 고문을 했어요. 그러니까 물고문 한 번 당하고 나면, 그 위로 올라가서 물을 빼더라고요. 이놈들이. 내 배 위에 올라가서. 그 물을 빼는데, 물을 이제 한 바가지씩 토해내면….]

단순히 상부의 명령을 따른 것을 넘어 이렇게 조작을 기획하고 고문을 직접 실행한 행적이 여럿 확인됐습니다.

최근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납북 어부 유족이 '고문 기술자' 이근안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처럼 이번에 이름이 밝혀진 간첩 조작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습니다.

[장경욱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 고문 가해 수사관들에 대한 어떠한 책임 추궁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형사적 책벌이 아니지 않습니까. 민사상이라도 조금이라도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입니다.]

30여 년 만에 누가 나를 고문했는지 알게 됐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국가나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이 사라지는 소멸시효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문 피해자를 지원하고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없애자는 내용의 4개 법안이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유미라, VJ : 김준호)

▶ [끝까지판다] '간첩 누명' 재심은커녕 자료 확보조차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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