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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란에 나포됐던 '한국케미호', 정부에 소송 냈다

"이란 강요대로 합의서 서명…거액 내고서야 풀려났다"

<앵커>

지난해 초 우리나라의 상선 '한국케미호'가 중동의 공해상을 지나다가 이란에 억류됐습니다. 이란으로 끌려갔던 배와 사람들은 95일 만에 겨우 풀려났습니다. 당시는 미국이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던 때라서 우리나라에도 이란의 돈이 꽤 많이 묶여 있었는데 그것이 이 사태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했었습니다. 정부는 사태 해결을 위해서 이란 측과 외교적으로 긴밀하게 소통했었다고 했는데, 취재 결과 회사 쪽 주장은 달랐습니다. 외교부의 노력 때문에 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란에 돈을 낸 뒤에야 풀려난 것이라면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상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월 4일 이란 측은 '한국케미호'를 나포할 당시 자국 해역에서 대규모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는 혐의를 내세웠습니다.

우리 정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즉시 대응에 나섰습니다.

[최종건/외교부 1차관 (지난해 1월) : 재외국민의 안전에 관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저희 외교부가 일선에서 가장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의미 있는 대화가 있기를 기대….]

결국 선원 19명은 억류된 지 한 달 만에, 선박과 선장은 95일 뒤에야 석방됐습니다.

4월 9일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긴밀한 외교 소통, 이란 동결 자금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양국 관계 증진에 대한 의견 합치, 이렇게 3가지를 석방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듯했던 일은 지난해 9월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선사 측이 정부를 상대로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SBS가 입수한 소장에 따르면, 선사 측은 이란의 강요대로 해양 오염을 인정하는 합의서에 서명하고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낸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란과의 협상 과정은 전부 선사의 몫이었으며 정부 관계자는 이 자리에 동행만 했을 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곽민욱/한국케미호 선사 대표 : 정부가 우리나라의 국민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뭔가 좀 협상 테이블에 적극적으로 올 줄 알았는데….]

억류 한 달 뒤 먼저 선원 19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자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퇴임사에서 문제가 풀려 다행스럽다고 말해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듯 밝혔지만, 선박과 선장은 그 뒤로도 2개월 더 억류됐고 다른 선원들도 곧장 빠져나올 수 없었다면서 이에 따른 손실액만 26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는 소송이 제기된 뒤 4개월 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선고기일을 나흘 앞두고 올해 1월 10일에야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정부법무공단 관계자 (정부 측 대리인) : 답변서 초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이러는 데 시간이 지체돼 답변서가 늦게 나왔던 것이고요.]

외교부는 SBS가 취재를 시작하자 재판에서 충실히 소명하겠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성일,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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