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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염전 노예' 불거졌던 곳, 추가 탈출자 증언

진술 바꿔 피해 호소

<앵커>

전남 신안에 있는 염전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2014년 세상에 알려지면서 당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조금씩 잊혀가던 지난해, 박영근 씨가 최근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안의 염전에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7년 넘게 노동 착취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곧바로 수사가 시작됐고 염전 주인 1명이 구속되면서 사건이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그 염전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지난해 말 탈출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저희가 그 과정을 취재해봤더니, 경찰과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했는지 의문스러운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끝까지판다, 정반석 기자입니다.

<기자>

전남 목포항 근처, 염전과 양식장 등에 취업을 알선한다는 직업소개소 간판이 군데군데 눈에 띕니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갈 곳 없고, 의지할 데 없는 사람들입니다.

[직업소개소 관계자 : 지하철 지하에서 자고 막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그 사람들 그냥 끌고 오는 거예요.]

무허가 업자들이 상당하고, 조사와 단속을 회피하는 수법도 교묘해졌다고 말합니다.

[직업소개소 관계자 : (무허가 업자들이) 여관에다 데려다 놓고 용지만 받아다가 계약서 써서 올려버려. 지금 (창밖에 보이는) 이 사람도 무허가야. 아마 또 사건이 한 번, 여러 번 일어날 거예요, 크게]

지난해 10월 노동 착취를 폭로했던 박영근 씨의 옛 동료들도 이런 직업소개소를 통해 염전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습니다.

박 씨가 일했던 신안 증도의 한 염전으로 직접 찾아갔습니다.

목조로 된 낡은 숙소 입구에는 CCTV가 달려 있고, 외부 화장실은 사용이 가능할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위생적입니다.

박 씨의 동료들은 착취나 폭행 등 피해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피해 염전 노동자 동료 : 아닙니다. (월급은) 매달 나옵니다. 억울한 거 없으니까 빨리 가시라고.]

염전 주인 측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입니다.

[염전 주인 가족 : 우리가 돈 더 줬으면 (줬지) 덜 주지 않았어요.]

이런 태도는 박 씨 폭로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보인 모습과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경찰 조사에 참석했던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는 "자연스러운 본인 얘기라기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입력된 진술을 그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 '진술 오염'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 : (염주들이 평소에) 입 딱 다물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아라. 사건 잘 해결될 것이고 너희들 어차피 아무 데도 갈 데가 없다. 내가 너네들 인생 책임지고 있으니 아무 이야기도 하지 말아라 (하는 거죠.)]

그런데 실제 지난해 말 박 씨의 염전 주인이 구속되고 나서야 또 한 명의 동료 노동자 A 씨가 추가로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장애인기관의 보호를 받고서야 진술을 바꿔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A 씨/신안 염전 노동자 (음성대역) : OO이 하고 XX이 하고 불쌍해요. 돈도 못 받고. 도망가면 잡아오고 따귀를 때려버리고. 사장이 말하지 말라고, 입 딱 닥치라고 했어요. 전에 일하던 염전에선 사람이 많이 죽었어요.]

박 씨 폭로 직후 이뤄진 경찰 조사가 노동자와 염전 주인을 엄격히 분리한 채 이뤄지지 않았고,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장애 검사도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인권단체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다 보니 박 씨의 염전 주인이 구속될 당시 염전 노동자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한 혐의 등만 적용됐고, 형량이 훨씬 높은 준사기나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못한 것입니다.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 : (염전 노동자들은) 이 사건이 정의로운 방법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 자체가 없는 상태이고, 오랜 기간 지속된 폭언과 학대 속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정서적인 감금 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장애인단체들은 A 씨의 피해 사실을 폭로하고 염전 주인을 추가로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위원양, CG : 심수현·이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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