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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는 왜 김만배에 30억 빌렸나…"대장동과 무관-상속세 급전 필요"

조원태는 왜 김만배에 30억 빌렸나…"대장동과 무관-상속세 급전 필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장동 특혜 의혹의 중심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30억 원을 빌렸다가 갚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이유와 자금 조달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항공업계 1위 기업인 대한항공의 오너가 수십억 원을 시중 은행 등 금융권이 아닌 개인 간 거래를 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으로 보이는 데다 거래 과정에 언론사 회장까지 끼어 있어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21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23일 지인 A씨를 통해 김 씨에게 30억 원을 빌렸고, 20일 뒤인 8월 12일 이자까지 더해 이를 모두 갚았습니다.

A씨는 한진그룹 직원은 아니고 조 회장의 세무·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대리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조 회장이 A씨에게 급하게 자금 조달을 부탁했고, A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에게 요청한 것이 화천대유 김 씨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게 조 회장 측의 설명입니다.

김 씨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홍 회장과 연결됩니다.

홍 회장도 김 씨가 수십억원을 빌려줄 수 있는 충분한 자금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조 회장이 굳이 자신의 대리인 A씨와 홍 회장을 중간에 끼고 김 씨로부터 30억 원을 빌린 것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급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게 조 회장 측의 전언입니다.

조 회장 등 한진 일가는 2019년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상속받고 국세청에 2천700억 원가량의 상속세를 신고했으며,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수년에 걸쳐 나눠 내기로 했습니다.

다만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일가 모두 충분한 현금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조 회장은 주식을 담보로 은행 등에서 527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매도해 330억 원가량의 현금을 확보했고, 조 회장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 사장도 한진칼 주식을 팔아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조 회장은 주식을 팔지 못했습니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도 급했지만,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조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 주주지만, 지분율이 5.74%로 높지 않습니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 3자 연합과의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상황이어서 지분율이 낮아지는 데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조 회장이 김 씨와 금전거래를 한 시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조 회장이 자신의 주식을 처분할 수 없었던 것이 맞는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한진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2019년 말 시작돼 2021년 4월에 끝이 났고, 조 회장이 김 씨에게 30억 원을 빌린 시점은 이보다 3개월 후인 같은 해 7월입니다.

오늘 한국일보가 공개한 김 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정 회계사에게 "조원태가 홍(선근) 회장 통해 돈 빌려달라고 한 거야. 처음에는 주식을 사달라고. 그래서 해주려고 그랬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화가 오간 시점은 2020년 3월 31일이어서 실제 금전 거래 시점과 무려 1년4개월 정도 차이가 납니다.

"처음에는 주식을 사달라고"라는 김 씨의 발언이 맞다면 조 회장이 주식을 처분하려고 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한 현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는데도 경영권 분쟁 종식 후에 금융권을 통한 대출이 아닌 김 씨에게 급하게 돈을 빌린 것이 매우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이에 한진그룹 관계자는 "상속세를 6차례에 걸쳐 나눠서 내기로 한 상황이어서 실제 김 씨로부터 돈을 빌린 시점에도 급전이 필요했을 수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조 회장과 김 씨 간의 금전 거래는 화천대유의 대장동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한진그룹의 입장입니다.

검찰도 조 회장과 김씨의 거래에 위법 사항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 회장 역시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울러 조 회장이 30억 원을 빌린 것 이외에 일가를 비롯한 그룹 관계자가 김 씨와 추가로 금전 거래를 한 것은 없다고 한진그룹은 밝혔습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회장은 대리인 A씨에게 맡겼을 뿐 당시 30억 원을 조달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알지 못했다"며 "20일간 사용하고 지인을 통해 모두 상환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한진그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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