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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기업 합병인데…중국 · 일본 허락까지 받아야 할까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됐습니다. 공정위는 14일 유럽연합, EU의 합병 금지 결정으로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신고 철회서를 제출함에 따라 심사 절차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 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때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 즉 합병 승인을 받는 게 선결 조건이었습니다.
 

EU, 반대에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불발

하지만, EU는 2019년 12월 기업결합심사를 개시한 후 2년 2개월 만에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두 기업의 결합이 액화천연가스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형성해 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을 불허 이유로 들었습니다. 두 기업 합병 시 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은 60%, 세계 3위의 LNG 수입국인 EU는 선박 가격 인상 시 LNG 운임도 영향을 받아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기업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구조 개선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빅2 체제로 개편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차원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정부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지만 그리 녹녹한 상황이 아닙니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대우조선이 지난해 수주 목표를 140%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조선업 특성상 매출이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3년 가량 걸리다 보니 재무건전성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연합뉴스)

선결 조건 6개국은 누가 정한 건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 기업 합병의 선결 조건에는 6개국의 합병 승인이 들어 있었습니다. 6개국은 EU와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입니다. EU 불승인 결정에 앞서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은 조건 없는 이미 승인을 허가한 상태였습니다. EU를 통과했다면 우리나라와 일본 결정만 남았던 겁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왜 6개 나라이고 이 나라는 누가 정한 건가?

답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한국조선해양도 아닌 ‘기업 실적’입니다. 합병 후 사업을 해야 하는데 조선업은 대부분 수출입니다. 수출하려면 당연히 당사국의 법규를 따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듯 해당 국가에도 비슷한 기관과 법률이 있게 마련입니다. 만약, 두 기업의 합병이 독과점 문제 등으로 그 나라 법률에 저촉된다면 해당 국가에 수출하는 건 어렵게 됩니다.

본계약 때 매출을 따져보니 우리나라를 제외한 위 5개 국가가 주요 수출 대상이었고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합병 후 기업 활동이 가능하니 자연스럽게 기업 결합의 선결 조건에 들어간 겁니다.
 

불허 국가에만 수출 안 하면 안 될까

그럼 그런 이유로 EU와 중국과 일본 같은 국가의 승인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만약 5개국에서 승인을 받고 1개국에서만 못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일본만 불허 했다고 가정한다면 말입니다. 경제 논리와 무관하게 일본과는 늘 정치, 역사적 이슈가 개입하는 특징이 있으니 일각에서 일본만 빼고 다른 나라에 수출하면 그만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외국 기업이 합병 승인 없이 기업 결합을 할 경우, 해당 기업 뿐 아니라 그 기업의 관계 회사들까지 모두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수출 기업의 경우 대게 규모가 크고 다른 사업 분야를 갖는 경우가 많아 그런 식의 결정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외국에 매각?

잠수함 장보고-Ⅲ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임자를 찾기 어렵게 된 대우조선해양이 외국으로 매각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핵심 전력인 3천 톤급 중형 잠수함 장보고-Ⅲ를 건조하는 방산업체입니다. 국내 기업인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하는 것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분할 매각입니다. 잠수함 같은 방산 분야를 제외하고 매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분야라 해도 LNG 선박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우 산업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 업체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차 떼고 포 떼고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인수할 외국 업체가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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