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됐습니다. 공정위는 14일 유럽연합, EU의 합병 금지 결정으로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신고 철회서를 제출함에 따라 심사 절차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현물 출자 방식으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때 EU를 포함한 6개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완료하는 것, 즉 합병 승인을 받는 게 선결 조건이었습니다.
EU, 반대에 현대중-대우조선 합병 불발
두 기업의 인수·합병이 무산되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 구조 개선 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빅2 체제로 개편해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차원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정부는 "대우조선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밝혔지만 그리 녹녹한 상황이 아닙니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대우조선이 지난해 수주 목표를 140% 달성했다고는 하지만 조선업 특성상 매출이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3년 가량 걸리다 보니 재무건전성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선결 조건 6개국은 누가 정한 건가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왜 6개 나라이고 이 나라는 누가 정한 건가?
답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도, 한국조선해양도 아닌 ‘기업 실적’입니다. 합병 후 사업을 해야 하는데 조선업은 대부분 수출입니다. 수출하려면 당연히 당사국의 법규를 따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듯 해당 국가에도 비슷한 기관과 법률이 있게 마련입니다. 만약, 두 기업의 합병이 독과점 문제 등으로 그 나라 법률에 저촉된다면 해당 국가에 수출하는 건 어렵게 됩니다.
본계약 때 매출을 따져보니 우리나라를 제외한 위 5개 국가가 주요 수출 대상이었고 해당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합병 후 기업 활동이 가능하니 자연스럽게 기업 결합의 선결 조건에 들어간 겁니다.
불허 국가에만 수출 안 하면 안 될까
국가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외국 기업이 합병 승인 없이 기업 결합을 할 경우, 해당 기업 뿐 아니라 그 기업의 관계 회사들까지 모두 제재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수출 기업의 경우 대게 규모가 크고 다른 사업 분야를 갖는 경우가 많아 그런 식의 결정은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외국에 매각?
일부에서는 국내에서 임자를 찾기 어렵게 된 대우조선해양이 외국으로 매각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핵심 전력인 3천 톤급 중형 잠수함 장보고-Ⅲ를 건조하는 방산업체입니다. 국내 기업인 한국조선해양에 매각하는 것과 같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분할 매각입니다. 잠수함 같은 방산 분야를 제외하고 매각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분야라 해도 LNG 선박 같은 고부가가치 분야의 경우 산업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 업체에 매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차 떼고 포 떼고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인수할 외국 업체가 있을지도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