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맞선 본 남성 집에 격리됐다" 중국 여성 조작 논란 휩싸여

최근 중국 SNS에 올라온 동영상이 중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 여성이 맞선을 보러 남성 집에 갔다가 그 지역이 갑자기 봉쇄되는 바람에 며칠째 남성 집에 머물고 있다는 내용의 동영상입니다. 중국의 현 코로나19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처음 만난 남성 집에서 어쩔 수 없이 묵어야 하는 여성의 딱한 상황이 세간의 관심을 불러왔습니다. 한국 언론을 포함해 미국 CNN, 영국 BBC 등 유수의 언론이 여성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영국 BBC는 '맞선 상대 집에 격리됐다'는 중국 여성의 사연을 보도했다.

"남성 집에서 맞선 보다가 코로나19 봉쇄로 갇혔다"…순식간에 유명세

사연은 이렇습니다. 광둥성 광저우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여성 왕모 씨는 중국 최대 명절 춘제를 앞두고 고향인 허난성 정저우로 돌아왔습니다. 왕 씨는 "나이가 들면서 부모님의 걱정이 많아졌고, 고향에 있는 친척들이 10차례의 맞선을 주선했다"라고 SNS에 적었습니다. 화제가 된 것은 다섯 번째 맞선이었습니다. 맞선 상대는 평소에 요리를 즐겨했고, 요리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 왕 씨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맞선을 봤습니다. 하지만 저녁 식사가 끝날 무렵, 남성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에 봉쇄령이 떨어지면서 왕 씨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남성의 집에 갇히게 됐습니다. 지난 10일 올린 영상에서는 나흘째 남성 집에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를 포함해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중국은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아파트를 봉쇄하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실시합니다. 확산이 심할 경우 도시 전체를 봉쇄하기도 합니다. 정저우도 전면 봉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일부 주거 단지가 봉쇄된 상태입니다. 왕 씨의 얘기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습니다. 왕 씨는 남성이 매일 자신을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청소도 한다며 그 모습을 찍어 SNS에 올렸습니다. "어색한 상황이지만 힘을 내겠다"라고 했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지나가기를 바란다"라고 했습니다.
왕 씨가 SNS에 올린 글과 영상. (출처=웨이보)

왕 씨의 이른바 '맞선 상대와의 동반 격리' 일기는 중국 SNS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웨이보에는 #맞선 보러 정저우로 돌아간 여성이 전염병 탓에 상대 남성 집에 격리됐다#는 해시태그가 생겼고 조회 수는 3천만 회를 넘어섰습니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 올린 왕 씨의 영상에도 '좋아요'가 11만 개 이상 달렸습니다. 왕 씨는 이렇게 순식간에 유명세를 탔습니다.
 

"해당 아파트 격리 안 돼"…"관심 끌기 위해 조작했다" 해시태그 등장

하지만 12일부터 중국 SNS의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설정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왕 씨가 맞선 상대 집에 격리된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왕 씨가 올린 영상들에서 남성의 집이 어디인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건물 내·외부 모습, 주차장 모습 등을 근거로 남성의 집이 있는 아파트 단지를 추론했고, 해당 아파트는 격리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격리 상태에서 매일 그렇게 새롭고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왕 씨가 SNS에 올린 글을 근거로 '어떻게 모르는 남성의 집에서 매일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느냐'고도 했습니다. SNS에서 주목을 끌기 위해 상황을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잇따랐습니다. 이번에는 웨이보에 #여성이 관심을 끌기 위해 맞선 본 남성 집에 격리됐다고 조작했다#는 해시태그가 등장했습니다.
중국 SNS 웨이보에는 #여성이 관심을 끌기 위해 맞선 본 남성 집에 격리됐다고 조작했다#는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왕 씨는 한때 SNS에 올린 자신의 영상들을 삭제했습니다. '원치 않는 관심이 불편하다'는 이유였습니다. 14일 왕 씨의 더우인 계정에는 다시 영상이 올라와 있습니다. 다만 일부 영상은 삭제됐습니다. 댓글에는 "힘내라", "온 나라가 당신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는 응원 메시지와, "머물고 있는 아파트를 공개하라", "거짓말 같다"는 비난 글이 섞여 있습니다. 왕 씨는 남성의 집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 무슨 아파트인지 등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왕 씨는 12일 "하루 종일 네티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욕을 먹었다"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이 인연을 잡고 싶다. 나에게 자신감을 달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왕 씨의 더우인 계정
중국은 코로나19와 관련돼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사람은 처벌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전면 봉쇄된 산시성 시안에선 '한 간호사가 코로나19를 퍼트렸다'는 내용의 글을 유포한 네티즌 2명에게 5일간 구류 처분을 내리는 등 6명을 처벌했습니다. 도시가 봉쇄되지 않았는데 봉쇄됐다는 거짓 정보를 흘린 사람도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중국 수사 당국이 나섰다는 말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뒷맛이 씁쓸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코로나19 현실이, 도를 넘어선 SNS 문화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