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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다이어리] 액션 촬영 고수가 알려주는 '아무나' 하는 촬영 팁

SDF 미래팀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희 팀(SBS D포럼팀)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희 팀에서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등 콘텐츠의 촬영과 편집을 담당해온 임세종 감독이 세계적인 액션 카메라 업체에서 개최하는 영상 경연 대회에서 3번이나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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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카메라 브랜드 고프로에서 개최하는 영상 경연 대회 '밀리언 달러 챌린지' 2021년 수상작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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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에는 전 세계 131국에서 2만8000건의 영상이 응모했고, 그중 62개의 영상이 심사를 거쳐 뽑혔는데요. 국내에서 뽑힌 2명 가운데 한 명이 저희 임세종 감독이고 3번이나 수상한 국내 감독은 임 감독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새삼 우리가 어떤 분들과 일하고 있는지 깜짝깜짝 놀랍니다^^) 이 대회는 상금도 어마어마하다는데 경연대회의 이름이 밀리언 달러 챌린지였거든요. 1밀리언 달러는 62명이 나눠 가지면…헉…임 감독님에게 밥 사라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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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시간, 웬 제 식구 자랑이냐 하실 수 있는데요? '우리 팀 동료가 이렇게 멋집니다.' 하고 자랑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요즘 영상 촬영에 관심이 다들 높은 상황에서 액션 촬영의 고수가 여기 있으니 이참에 우리도 한 수 배워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임세종 감독을 소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난 영상 좀 촬영한다'고 하시는 분은 편한 맘으로 공감해 주시고, '영 소질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시는 분은 촬영 노하우를 하나쯤 챙겨갈 수 있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과연 밀리언달러 챌린지 챔피언이 뷰 파인더를 통해 담은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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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발까지 하고 오실 거면서 왜 그렇게 인터뷰를 거절하셨어요? ^-^
(절대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던 임 감독의 헤어스타일은 방금 미용실에서 나온 듯 정갈했다)

인터뷰이를 촬영만 했지, 저더러 주인공으로 나와서 인터뷰하라니까 너무 민망하더라고요. 더 중요한 건 제가 제 얼굴을 온종일 보면서 영상 편집할 생각을 하니까. 어휴…. 그리고 영상 촬영이라는 것이 장비를 다루고 여러 기능을 활용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생각하는지를 담는 거라 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도 같은 취미, 관심사를 가진 분들을 만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습니다. *SDF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하는 'D터뷰 임세종 감독 편' 보러가기 

서로 좋은 영상 레퍼런스를 공유한다는 접근도 좋을 것 같아요. 저처럼 아무리 여러 번 촬영해도 사진이나 영상이 뭔가 어설픈 분들은 팁을 얻을 수도 있고요. 세계 영상 경연 대회에서 우승한 사람은 영상에 뭘 담나요?
우선, 어릴 때 아버지께서 비디오 회사에서 일을 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영상을 접했어요. 닉 우드만CEO[1]와 비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저도 어릴 때부터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포츠 촬영도 좋아하게 됐죠. 어려운 기술을 성공하기까지 수백 번씩 연습하거든요. 그래서 딱 성공하는 찰나의 희열이 있는 거고, 그 순간을 영상으로 포착했을 때 역시 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로 저는 역동적인 순간을 촬영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럼 이번에 수상한 작품도 익스트림 스포츠인가요?
버티컬 댄스라고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댄서들이 큰 건물 외벽을 수직으로 이동하면서 춤을 추는 퍼포먼스거든요. 두 달 전쯤, 이 영상을 촬영했고, 상을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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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티컬 댄스 영상 링크 (고프로 밀리언달러 챌린지2021 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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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위험해 보이는데, 어떻게 촬영을 하게 된 거예요?
부산에 있는 한 호텔의 20층 높이 외벽에서 한 퍼포먼스거든요. 말이 '댄스'지 와이어에 매달려서 벽을 밟고 이동하는 거니까, 곡예나 다름 없어요. 3년 전쯤 우연히 버티컬 댄스 영상을 보고 언젠가 촬영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보니까 아찔하더라고요. 이런 촬영일수록 사전 준비가 중요해요. 전날 내려가서 퍼포먼스 하는 호텔 20층의 구조를 파악하고, 촬영하기 적합한 객실 위치 등 지점을 정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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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B 자전거 영상 (고프로 밀리언달러 챌린지 2020 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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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익스트림 스포츠들이 자칫 위험할 수 있어서, 촬영 협조하는 분들도 엄청 긴장하실 것 같은데 어떤가요?
벌써 1년이 넘었네요. 2020년에는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봅슬레이 트랙을 MTB선수들이 내달리는 영상을 촬영했어요. 헬멧에 스피너 마운트(헬멧에 장착해 360도를 촬영하는 장비)를 붙여서 선수들이 바라보는 방향을 촬영했고, 드론을 함께 띄워서 선수들을 따라가며 함께 촬영했어요. 이때도 실제 보니 아찔하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MTB 선수들은 봅슬레이 트랙을 보자마자 "재미있겠다"며 환호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본능이라는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재미있게 촬영했고, 이 영상도 글로벌 영상 경연 대회(고프로 밀리언 달러 챌린지)에서 상을 받았죠. 하하 (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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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브랜드를 홍보하려는 자리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수상작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아이를 찍은 듯한 홈비디오 같은 영상도 눈에 띄더라고요.
담당 직원들이 자체 심사를 거쳐 선별하는데, 그 기준이 작품성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구든지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얘기고, 이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그런 계기가 있다면 도전해봤으면 좋겠어요. 영상을 촬영하는 것 자체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을 기록하게 되거든요.

평소에는 주로 뭘 촬영하세요?
뭐든 너무 계획하면 부담스러우니까, 그냥 주변 모습을 기록한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카메라로 바뀐 뒤에 사진은 정말 많이 촬영하는데, 한 장을 소중히 간직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인생샷(인생에서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갖기 위해 수십 장씩 연속 촬영하는데, 대부분은 지워버리고 찾아보지도 않잖아요. 그리고 그 잘 나온 한 장마저도 (어떻게 생각하면) 만들어진 것일 수 있잖아요. 마치 모델이 포즈 잡는 것처럼. 그런데 영상은 그 날의 기분이나 소리, 상황까지 생생하게 담는 기록 같은 거예요.

저도 돌아보면, 예쁘게 나올 때까지 수십 장 찍어서 휴대전화 용량은 가득 채우고 나서는 사진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곤 해요. 영상은 그 상황 그대로가 날 것으로 담겨서 지나고 보면 웃음이 절로 나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회하는 부분이 장인어른을 많이 촬영하지 않은 거예요. 제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인어른이 돌아가셨어요. 어느 날 문득 너무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아내와 함께 휴대전화 사진첩을 살폈죠. 그런데 사진은 많은데 정작 영상이 거의 없더라고요. 아, 딱 하나 있었는데, 우연히 촬영 버튼이 잘못 눌려서 찍힌 거였어요. '아 저기 있잖아' 이런 정도 목소리가 남아 있는 1초 분량 정도 되는 영상이었어요. 이제는 많이 촬영해 두고 싶어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죠. 그래서 그때부터 일상의 순간을 영상에 많이 담고 있어요. 매일 같은 하루 같지만 모든 날이 새로운 날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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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운목 영상 슬로모션 기능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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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영상 있으세요?
저희 아버지가 3년 전쯤 집에 행운목 꽃이 폈으니 와서 보라고 하셨어요. 그때 바쁜데 꽃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 했죠. 나중에 알았는데 행운목 꽃을 피우는 게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더라고요. 최근에 다시 아버지께 연락이 왔어요. 또 행운목이 꽃을 피웠다고. 그래서 꽃망울부터 활짝 피는 순간까지를 촬영해 아버지께 보내 드렸어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어른들 SNS나 모바일 메신저로 꽃 많이 주고받는 거 아시죠? 아버지 친구, 가족들에게 다 그 영상을 보내시더라고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 참 그동안 못 챙겼다 싶어요.

그러고 보면, 긴급 속보 상황에서 기자들도 휴대전화로 현장을 촬영해서 방송에 내보내는 경우도 많아요. 제보 영상은 물론이고요. 사실 휴대전화로 영화도 촬영할 만큼 기능이 좋아졌죠.
맞아요. 이미 많은 분이 휴대전화의 슬로모션이나 타임랩스 기능 사용하시죠. 행운목 꽃도 휴대전화의 타임랩스 기능을 활용해서 촬영한 거고 전문 장비는 전혀 없었어요. 사실 영상 장비를 잘 다루는 것보다, 무엇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해요. 너무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얘기지만 그게 핵심이더라고요. 저와 독자님들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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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사랑하고 있는 독자님께 추천! 슬로모션 기능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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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촬영한 영상 가운데 따라 해볼 만한 것 공유해 주시겠어요?
혹시 지금 사랑하고 계신다면, 이런 영상 어떠세요? 친구나 연인, 가족이어도 좋고요. 함께 걷거나 손을 잡고 뛰어가는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촬영했어요. 간단하게 배경음악도 넣으면 나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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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분당선 이용하는 독자님께 추천! 타임랩스 기능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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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 어디서 촬영했는지 물어보시는 분 많았어요. '외국 아니냐', '지하철을 섭외한 거냐' 등등. 신분당선 맨 앞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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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근에 지친 독자님께 추천! 슬로모션 기능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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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상은 제가 버스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즉흥적으로 촬영한 영상이에요. 스마트폰의 슬로모션만 사용했습니다. 숨 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정지 버튼을 누른 느낌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SBS D포럼 구독자님께 한 말씀
지난해 저희 팀이 제작한 청년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만났던 한 분이 기억에 남아요.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던 분인데, 가장 고민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집값'이라는 거예요. 당연히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이라고 답할 줄 알았는데 집값이라니. 제 생각 또한 편견이었던걸 깨달았어요. 이렇게 SBS D포럼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이런 깨달음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올 한해도 무엇을 이야기할지 끊임없이 취재하고 연구하면서 달려갈 테니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새해 복 많이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순간들 기록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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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내년에' 우리 팀만 재미있을 영상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 저희 팀도 일상을 촬영해봤습니다. 서로의 영상을 보며 웃고 농담도 하며 한 주를 보냈습니다. 임 감독님 인터뷰 덕분에 저희 팀은 '별 볼 일 없었던 하루'를 '즐겁게' 기록했습니다. 아마도 내년쯤, 이 영상을 보며 한 번 더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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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적인 액션 카메라 업체 '고프로'의 창립자 닉 우드먼 CEO는 취미가 서핑이었는데 서핑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 잘 찍고 싶어 '서핑하는 모습을 가장 잘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그것이 지금의 고프로 시초입니다. 몸에 테이프로 카메라를 둘둘 감아 촬영했던 20대의 괴짜 닉 우드먼은 그렇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세계적인 액션 카메라 브랜드의 CEO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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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채희선 기자 sdf@sbs.co.kr / hsch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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