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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신한카드, '채용 비리' 피고인을 인사 담당 부사장에…"이러니 바뀌나"

[취재파일] 신한카드, '채용 비리' 피고인을 인사 담당 부사장에…"이러니 바뀌나"
지난 2018년,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좌절시킨 사건이 있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사 채용 과정에서 임원 자녀 등을 소위 '꽂아준' 정황들이 포착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제보를 받고 곧장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채용 비리 정황이 발견된 것만 모두 22건이었습니다.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생명 등 계열사 3곳이었습니다. 다른 계열사 임원이 본인 자녀를 뽑아달라고 청탁한 정황도 있었고, '외부 추천'이란 항목을 따로 둬 고위 관료의 조카에게 특혜를 준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신한은행 수사는 금방 끝났습니다. 2018년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검사 결과를 넘겨받은 검찰은 같은 해 10월 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신한은행 채용 과정에서 외부 청탁이 있었던 지원자와 임원 자녀 등의 명단을 관리하며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1심은 조 회장에 대해 일부 유죄 판단을 내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 판결에 검사가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신한카드 수사는 3년이 좀 넘게 걸렸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마지막 날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과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A 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이 두 사람이 신한카드의 공정한 채용 절차를 방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지주 계열사 임원 등에게 청탁을 받아 '특혜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대상자가 채용 시험에 응시하면 서류 전형을 그냥 통과시켜주거나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고 봤습니다.

신한카드

그런데 기소 이틀 전, 신한카드는 당시 인사팀장이었던 A 씨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습니다. 그것도 신한카드 전사의 인사를 총괄하는 H&I(Human Resources & ICT) 그룹 부사장 자리였습니다. A부사장은 채용 비리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도 HR본부장, ICT본부장 등을 역임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승진 경로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셈입니다. '채용 비리' 피고인이 인사 총책임자가 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인사는 곧 메시지라고들 합니다. 특혜 채용 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하고 점수를 조작한 등의 혐의를 받는 임원을 인사 총책임자 자리에 앉힌 건 보은성 인사란 의혹이 신한카드 조직 내부에서부터 나옵니다. 잘못을 저질러도 조직의 높은 분들을 위해서였다면 기꺼이 감싸준다는 뜻을 내비친 인사란 해석도 있습니다. 물론 아직 재판 단계이니, 지금 시점에서 A부사장에게 죄가 있는지 여부를 따질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신한금융그룹이 채용 비리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가늠해볼 수 있을 겁니다.

청년 세대의 박탈감이 만연한 시대입니다. 취업은 해가 다르게 더 막막해집니다. 취업해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청년들은 이제 갖지 않게 됐습니다. 이런 소식이 세상에 알려질 때마다 '역시 부모 잘 만난 사람은 못 이긴다'는 무기력은 빠르게 전염됩니다. 조용병 회장은 2018년 채용 비리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흔들림 없이 원(one) 신한의 힘을 바탕으로 나아가자"고 본인 뜻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흔들려야 할 땐 흔들려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옳습니다. 역시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좌절감, 원래 세상은 그런 거란 자조를 청년 세대에 대물림하는 행동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할 겁니다.

**기사 말미에 신한카드와 해당 부사장이 전해온 입장을 소개해드립니다. 신한카드 측은 A부사장의 인사 배경에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밝혀왔습니다. "A부사장은 주로 ICT 관련 업무를 지휘하며, 인사 책임자이긴 하지만 본인이 직접 인사 업무를 실행하진 않는다"는 해명도 덧붙였습니다. A부사장은 "회사가 조치한 인사에 대해 자신이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취재진 질문에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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