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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내 아기는 유령입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2만 명 "있지만 없는 존재"

<앵커>

국내 총인구의 5%인 250만 명 정도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주민입니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 '불법체류자'라고 불렸던 '미등록 이주노동자'인데 어린 자녀를 키우는 경우도 많지요. 저희는 이틀에 걸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이 처한 현실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분명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우리가 뭘 고민해야 할지, 먼저 배준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겨우 걸음마를 뗀 아이들의 삶도 아빠, 엄마처럼 고단합니다.

잠이 부족한지 울음을 터트립니다.

해뜨기 전이라서 아직 어둑어둑한 시간대입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지금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빠와 엄마 모두 1시간 넘는 출근길에 올라야 하는데, 아이들을 맡아 줄 몇 안 되는 어린이집도 멀기 때문입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 : 아침부터 우리 와이프랑 빨리 공장 가요. 아기 빨리 (어린이집에) 보냅니다.]

그런데 이 어린아이들, 우리 사회 어디에도 흔적이 없습니다.

부모처럼 법의 테두리 바깥에 놓인 미등록 이주민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미등록 이주민은 30~40만 명, 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미등록 이주민은 대부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종사합니다. 

더 나은 미래를 찾아 한국에 왔다 미등록 이주민 신세가 됐지만, 한국에게도 그들은 절실한 존재입니다. 

[안창희/중소 업체 운영 : 저런 분들이 없으면 제가 볼 때는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 문을 닫아야 할 수준까지 될 거 같아요. 지금 (미등록) 외국인들이 6명 있어요.]

필리핀 국적의 이 20대 여성은 한 달 전, 임신 6개월 만에 아이를 조산했습니다.

이 아이는 여전히 인큐베이터에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민이기에 의료보험은 없습니다. 
 
병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산후조리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아이만을 생각하며 쉼 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국적 여성 : 아이가 잘못한 거 없잖아요. 저는 이 아기한테 제일 좋은 것들 주고 싶어요.]

이제 갓 세상 밖으로 나온 이 아이도 마치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이상협/천주교 신부 : 출생증명서조차 제대로 발급받지 못한 실제로 태어났지만,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그런 아이들이 많다고 봐야죠. 한 마디로 있지만 없는 그런 아이가 된 것이죠.]

[필리핀 국적 여성 : 여기 있을 때 병원 갈 때 치료받는 거 정말 간절히 원합니다. 아기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박춘배, CG : 이종정·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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