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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악마의 잼'이 말하는 2022 경제 리스크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이탈리아산 '악마의 잼'입니다.

그런데 요즘 갑자기 이 잼을 쟁여놓으라는 경고가 나온다고 하는데, 새해부터 왜, 그것도 남의 나라 잼 이야기냐고요?

여기에서 올해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리스크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잼의 원료는 헤이즐넛입니다.

전 세계 헤이즐넛의 70%를 터키가 생산하고 있습니다.

터키의 외환 위기가 엉뚱하게 '악마의 잼 대란'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물가가 치솟는데, 터키만 유독 기이하게 경기를 살리겠다면서 연속해서 금리를 내렸습니다.

그러자 터키 화폐인 리라화 가치는 추락해서 반토막이 났고요, 자연히 수입할 때 리라화를 더 많이 주고 사와야 되다 보니까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죠.

가뜩이나 인플레로 기름값, 운송비가 올랐는데, 수입하는 종자에 비료값까지 급등하자 400만 터키 농가는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수확이 줄어드니까 수출에도 차질을 빚어서 그동안 터키에서 꼬박꼬박 헤이즐넛을 수입하던 이탈리아 회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급하게 다른 공급망을 찾아 나섰습니다.

이런 예측 불허의 나비효과, 올해는 더 빈번할 전망입니다.

차량 반도체 부족 사태.

처음에는 타이완의 가뭄, 그리고 일본 공장의 화재로 아주 일부 생산 차질만 있을 줄 알았는데, 이것이 1년 넘은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트럭 운전사가 모자라서 LA 항만에 컨테이너가 하나둘씩 쌓이는가 하더니 이것이 전 세계적 공급망 병목을 일으켰습니다.

최근 우리도 경험했죠?

요소수 사태, 기억하실 것입니다.

처음의 시작은 미중 갈등이었는데 미국의 편을 든 호주의 석탄 수입을 중국이 끊어버렸고, 이후 원료가 되는 석탄이 부족해지자 중국은 요소수 생산을 줄였습니다.

요소수를 전부 중국에 의존했던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죠.

지금도 비슷한 일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니켈이나 리튬, 이것이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데 이것을 움켜쥐고 있는 중국이 최근 가격을 올리니까 K-배터리 업체들, 그야말로 비상입니다.

그동안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경영의 미덕이었는데 이런 공급망의 대혼란을 겪은 기업들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재고를 유독 싫어한 경영자 중에 애플의 팀쿡이 있습니다.

재고는 악과 같다, 우유처럼 신선한 아이폰을 만들자, 이런 모토까지 내걸었는데 이번에 부품이 모자라서 생산 차질이 심했습니다.

세계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원활히 돌아갈 때는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필요할 때 바로 조달해서 생산하는 방식이 먹혔죠.

하지만 이제 어디 하나에만 의존해서는 마비될 수 있으니까 돈이 좀 더 들더라도 공급의 안정, 그러니까 악과 같다던 부품을 좀 더 확보하자는 쪽으로 바뀐 것입니다.

공급 사슬이 망가지면서 재료 구하기 경쟁에 나서게 되면 자연히 비용은 더 올라가겠죠.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원가가 치솟을 때 가격도 올리면 좋지만 모든 기업이 가능한 것은 아니죠.

그래서 올해 유독 중요해진 키워드가 바로 '가격 경쟁력'입니다.

원가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그러니까 값을 올려도 판매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경쟁력을 말합니다.

독보적인 기술이 있거나 브랜드 가치가 우월하거나, 아니면 시장 지배력이 높은 그런 제품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중간재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크다 보니까 원자재 가격이 뛰면 마진이 줄어드는, 그러니까 가격 경쟁력이 낮은 산업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올해는 다양한 변수가 가세해서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박기덕, CG : 강경림·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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