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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NFT를 이해하고 싶은 당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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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하는 강동원' 기사를 보신 적이 있나요? 지난 연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소식이었습니다. 배우 강동원이 취미로 목공 작업을 하는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유튜브에 올린 건데요. 많이 알리지도 않았는데 동시 접속자가 5천 명을 훌쩍 뛰어넘으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후일담이 더 있습니다. 이 영상은 NFT로 만들어져 24일부터 온라인 플랫폼 콜렉션(Kollektion)을 통해 판매됐습니다. 종류는 모두 네 가지로, 약 8분 남짓한 동영상 클립 세 개는 각 100개씩, 44분 24초 분량의 전체 풀 영상은 19개 한정판으로 출시됐습니다. 가격은 각각 20달러, 1000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100만 원을 호가하는 풀 영상은 마감일인 12월 31일 완판됐습니다. 수익금은 전액 유니세프에 후원한다고 합니다.

처음 재생됐을 때 이미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켰고, 이후 온라인상에 각종 복제품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 영상들이 새롭게 교환 가치를 획득하게 된 걸까요? 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글로벌 테크기업 거물들이 NFT 사용을 근간으로 하는 이른바 '웹3.0'을 두고 트위터에서 서로 빈정 팍팍 상하는 감정싸움을 벌이는 중입니다. 당최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이번 어쩌다 뉴스에선 뜨거운 관심 한편에 여전히 엇갈리는 전망으로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NFT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NFT는 어쩌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부상하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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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전 출판사인 콜린스는 NFT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되는 디지털 인증서로 예술 작품이나 수집품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것"으로 정의됩니다. NFT 언급량은 지난해에 비해 무려 11,000%나 증가했다고 콜린스는 밝혔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이라는 말의 줄임 표현으로, '고유함'이 중요한 특성을 갖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해서 근래 NFT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실물 자산에 끼친 영향 때문입니다. NFT가 스친 주식뿐 아니라 NFT로 만들어진 유명 인사들의 작품이 수억 원대에 낙찰됐다는 등의 간헐적 '떡상' 소식에 직접 투자에도 관심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이 시장을 직접 체험하고 느낀 '매운맛' 버전은 아래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눈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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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설명에 앞서 이제는 많이들 알고 계신 한 철학 개념에 대해 언급하고자 합니다. 일찍이 프랑스 출신의 장 보드리야르(1929~2007)라는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주창한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개념이 영화감독 워쇼스키 형제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그 영감이 최근 리부트 작으로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이어졌지요.

요컨대 시뮬라크르는 원본이 아니지만 원본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복제물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인식되는 것 이상의 본질적인 것, 순수하고, 원형적인(처음의) 것을 추구하는 행위는 과연 무슨 의미냐, 라는 질문을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그리고 진짜를 가려내는 건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그런 시도는 무엇을 위해서인지.. 실물 정체성을 대리하는 메타버스 공간이 여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지금,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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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NFT는 복제가 너무나도 용이해진 시대, '시뮬라크르' 그 자체인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소유의 개념을 창출하는 기술입니다. 가짜를 더욱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죠.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내 것', '세상에 유일무이한 내 것'이라는 독점 체제를 통해서요. NFT는 디지털 공간, 메타버스에서 생산된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말해보겠습니다. 게임회사 엔씨소프트의 인기 게임 리니지 속 '집행검'은 제작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 등을 고려해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 가량을 호가하고 있는 고가의 아이템입니다. 회사는 표면적으로 게임 내 현금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높은 시세 탓에 집을 팔아야 살 수 있는 검이라는 뜻의 '집판검'이라고도 불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게임 속 아이템일 뿐입니다. 행여나 게임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개별 아이템의 소유권은 내게 있더라도, 그 아이템을 실제로 존재하게 하는 건 바로 게임 회사라는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집행검'이라는 속성을 띤 상징물의 진정한 소유권은 회사에 있는 셈입니다.

반면 NFT는 디지털 시대에서 '완전한 소유'라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이상적으로 설계된 기술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말이 어려운 이유는 NFT 역시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재론의 여지가 없는 부분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NFT과 '집행검'의 가장 큰 차이는 희소성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사실상 이 희소성이라는 특징이 NFT를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의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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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만 확보된다면 집행검은 양산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NFT는 유일한 개체입니다. 태생적으로 '복제'가 불가능합니다. 간혹 겉으로 보기에 똑같은 형태의 디지털 아트 NFT가 여러 개 있는 걸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때도 NFT 제각각엔 고유의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가령 배우 강동원의 8분 남짓한 한 테마의 NFT 영상은 100개가 만들어졌는데, 각각의 영상에도 1부터 100까지의 순서가 부여돼 있습니다. 3번째, 93번째 영상은 보기엔 같지만 서로 다른 NFT입니다.

그렇기에 통상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2개 이상의 NFT 컬렉션에서는 경매 시 가장 먼저 생산된 1번째나 여타 다른 의미가 부여된 순서의 NFT가 비싸게 팔립니다. 다만 적어도 NFT 생태계에서 교환 가치는 희소성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양산' 방식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시중의 많은 NFT 사용설명서에서도 NFT를 제작할 때 개체 수를 1개로 고정하라는 조언이 대부분입니다.

희소성 다음으로 중요한 NFT의 속성은 '소유권 이전 내역'이 블록체인에 기록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NFT를 거래할 땐 커뮤니티 웹에서 집행검을 사고팔 때처럼 혹시나 '가짜'는 아닐까, 사기는 아닐까하는 불신 비용이 절약될 수 있습니다. 만들어질 때부터 최종 소유자까지, NFT가 존재하는 한 장부도 영원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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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한계를 따져보겠습니다. 앞서 게임 아이템은 게임이 망하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했습니다. NFT는 어떨까요? NFT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아무것도 확정된 게 없다는 점입니다.

NFT의 가치는 아이러니하게도 실물을 전제로 합니다. 그게 이미지든, 오디오든, 동영상이든 마켓에서 사들여 블록체인 장부에 내 이름을 새겼다고 해서 영속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구매한 파일을 보관할 수 있는 서버 그리고 클라우드 같은 저장소가 필요합니다. 쉽게 말해 지금은 플랫폼 간 NFT를 자유롭게 호환할 수 있는 '도량형'이 없습니다. 집행검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저장소가 사라지면 NFT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한 플랫폼이 망해도 NFT를 온전히 소유하기 위해선 기술적으로 교통정리가 필요합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김관영 선임연구원은 "적어도 동일한 블록체인에서 발행하는 토큰이나 NFT의 경우엔, 플랫폼 간 네트워크 프로세스나 발행 방법을 유사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합니다. 그래야 NFT 간의 자유 왕래가 가능해집니다.

NFT 제작 과정에서 저작권 분쟁을 겪은 이중섭 화가의 황소(왼쪽), 메타 버킨스(오른쪽)

또 법률적 장치가 미비한 점도 대중화 길목에 놓인 약점입니다. 지난 6월 한 경매기획사가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NFT로 만들어 경매를 진행하려다 유족과 재단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았고, 또 NFT로 만드는 작품의 진위 여부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메이슨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의 작가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주제로 만든 디지털 작품 <메타 버킨스>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에르메스의 상표권과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NFT 발행 전 원본의 '저작권'과 NFT 구매자가 갖게 되는 '소유권'에 대한 논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생각보다 매우 중대한 결함입니다. 배타적 소유권이라는 독점 희소성이 NFT의 가치를 규정하는 요소라 말씀드렸죠. 물론 원작자가 본인의 창작물을 NFT로 만들어 올린다면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스타 스포츠 선수의 경기 내용을 NFT로 만든다면?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경기는 선수의 '창작성 발현'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선수 본인은 저작권자로 보기 어렵지만 해당 경기가 방송용으로 제작되었다면 방송 제작자를 저작권자로 보아야 합니다. 이 경우 제작자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고 경기 영상을 NFT를 만들어 판매하면 복제, 전송권을 침해하는 사례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NFT 판매자가 경기 영상을 직관 등으로 직접 촬영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 얼굴, 협회 로고나 구단 로고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 등의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결국 NFT 꽃길의 관건은 기술적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제도와 규범의 마련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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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19대 대선 당시 방송된 영상 캡처. 소위 '짤방'으로 유통되었다.

인내심을 발휘해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은 어느덧 이번 <어쩌다> 뉴스의 하이라이트까지 오셨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 끝에 남는 궁금증은 하나로 수렴될 겁니다. 그래서 NFT에 뛰어들어야 해, 말아야 해? 가, 말어? 고, 스톱?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라 NFT 경매를 직접 체험해봤습니다. 회사의 허락을 득한 뒤 수익 전액을 기부하는 조건을 달아 방송에 나간 영상 일부를 NFT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저작권이 SBS에 있다 해도 영상 속 등장하는 분들의 초상권은 소중하기 때문에, 제가 19대 대선 당일 후보 마크맨으로 활동하던 당시에 등장한 화면을 (강제로) 골랐습니다. (작품에 대한 부연 설명은 여기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제작이 우선입니다. 사내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던 영상 일부를 다운받은 뒤, 같은 부서에 있는 최진영 디자이너에게 '팝아트' 스타일의 디자인 요소를 부탁했습니다. 이제 NFT로 만들 GIF 파일이 완성됐습니다. 본격적으로 NFT 판매 플랫폼에 접근해야 합니다.

오픈시에 NFT를 등록하고 거래하는 데엔 소위 '가스비'라 불리는 비용이 든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NFT 경매 사이트 '오픈시(Opensea.io)'에 가입했습니다. 아이디 생성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월렛'을 만드는 일입니다. 월렛은 쉽게 말해 NFT를 사고 팔 때 필요한 암호화폐 보관함입니다. 구매한 NFT도 월렛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들 사용하는 이더리움 기반의 '메타마스크' 서비스를 이용했습니다. 검색해 다운로드받으시면 됩니다.

이만하면 거래의 제반 환경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아닙니다. 거래의 숨은 복병이 있습니다. 바로 '가스비'라고 불리는 비용입니다. NFT 제작과 거래를 위해 블록체인을 '검증'하는 비용으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NFT를 처음 파는 판매자는 총 세 번의 일회성 가스비를 내야 합니다.

먼저 각 계정이 활성화되기 위한 초기 비용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용자 계정'을 만드는 비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구매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혼잡도에 따라 가스비 가격 변동 폭이 큽니다. 최근 와서는 이더리움의 가격이 치솟고 NFT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 비용도 부쩍 커졌습니다. 저는 계정 활성화에만 99달러어치, 우리 돈 11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다음 비용은 본격적인 의미의 '수수료'입니다. 판매가 성사됐을 때 오픈시가 아이템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비용입니다. 내 작품이 어떤 판매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지요. 계정 활성화를 위한 비용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11달러가 들었습니다.

거래 개시에 필요한 금액만 110달러가 든 셈인데요. 중요한 건 이 비용을 이더리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려면 암호화폐 거래소나 다른 지갑에서 이더리움을 구매해서 메타마스크 지갑으로 인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도 출금 수수료가 소액이지만 발생합니다.

힘들게 따라오셨죠? 저도 그랬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 오기로라도 잘 만들어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작품 소개 문구를 작성하고 어떤 거래 방식을 택할지 고를 수 있습니다. 경매를 택한다면 총 기간과 최저 기준 액수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0.0005 이더리움, 설정 당시 2달러 수준으로 최저 가격을 정했습니다. 경매 기간은 일주일로 잡았습니다. 이제 구매자 누구든 제 페이지에 들어와서 해당 금액 이상의 경매가를 부르면 됩니다!

첫 NFT를 경매에 올린 크리스마스이브, 퇴근을 미루고 개인 SNS 계정과 지인들 위주로 홍보 마케팅을 시작합니다. 노파심에 'NFT 구매자에겐 원하시면 실물 커피도 한 잔 대접해드리겠다'는 실물 특전도 슬그머니 추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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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너무 흥행하면 사내 저작권 분쟁이 있을 수 있어" 처음 기획 아이디어를 재가하던 부장의 우려는 며칠 만에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홍보를 접하고 어떻게 하면 경매에 참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 몇몇 지인들은 영어로 된 오픈시 웹사이트, 월렛을 만드는 과정, 이더리움을 구매하는 과정 등 각 단계별 장벽을 체감한 뒤 조용히 "잘 되길 바란다"는 격려를 전해왔습니다.

12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오픈시에서 최저가격, 거래량, 그 외 종합 통계 등을 고려해 상위권에 랭크된 작품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NFT 시장에서 명성을 쌓아온 강자들입니다. 이 분야 '시조새'로 불리며 사실상 NFT 시장에 처음 뛰어든 '크립토펑크' 컬렉션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컬렉션은 보어드에이프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 BAYC)의 스핀오프 프로젝트인 뮤턴트에이프요트클럽(Mutant Ape Yacht Club, MAYC)입니다. 크립토슬램에 따르면 MAYC의 2차 시장 거래액은 지난 일주일 새 전주 대비 500% 증가한 7천만 달러(한화 약 830억 원)에 육박했습니다.

NFT 시장에서 가장 거래액수가 많은 콜렉션 BAYC(왼쪽), 크립토펑크(오른쪽).

MAYC 역시 BAYC처럼 개별 구매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머리 모양, 눈의 색깔, 모자 착용 여부 등을 조합한 캐릭터를 골라 살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컬렉션에선 NFT의 저작권도 소유할 수 있어, 캐릭터를 활용한 옷, 모자 등의 상품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입니다.

NFT 시장에서도 이른바 성공의 조건은 역시 마케팅입니다. 미국 프로농구선수인 스테판 커리, 유명 래퍼 포스트 말론이 BAYC를 구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가치가 수직상승했습니다. 구매자들을 대상으로 요트 파티와 같은 실물 특전까지 부여하면서 명품 등 기존 사치품 소유 이상의 허영심을 충족하고 싶은 신흥 부호들의 구미를 당기는 데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다수 대중에게 NFT는 명백히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페 경제의 부산물입니다. 대중화의 관건은 역시 이 생태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NFT 투자 효용을 실증해내는 일입니다. 이미 인지도를 갖춘 이른바 '인싸' 대중문화 스타들을 다룬 콘텐츠에 갇혀 거대 엔터 기업의 새로운 시장으로만 NFT의 가능성이 멈추지 않기 위해선 NFT의 특성을 활용해 실생활에 접목한 서비스들이 더욱 다양하게 등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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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최근 IT업계의 웹 3.0 논쟁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웹 3.0은 간단히 말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과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공동 소유하는 개념입니다.

지금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플랫폼들은 망하거나 공격받으면 이용자들이 공들여 올린 콘텐츠도 덩달아 사라질 수 있는데다, 이용자 수에 힘입어 독점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지나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웹 3.0에선 이용자들이 플랫폼의 진화와 개발에 기여한 바를 '소유권'으로 인정받게 되는데, 블록체인과 NFT가 이 생각을 실현하게 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두고 웹 3.0의 아이디어가 이뤄질 수 없는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자와(일론 머스크), 나아가야 하는 혁신 방향이라고 생각하는 자(마크 안드레센), 결국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자(잭 도시)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웹 3.0을 둘러싼 IT기업 거물급들 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아직까지 웹 3.0을 실현하는 서비스가 등장한 건 아닙니다. 다만 이 세계가 어떻게 구축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하게 하는 사례가 바로 게임 산업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실물 이득을 얻게 하는 P2E(Play to Earn) 방식인데요. 게임을 하면서 얻게 되는 아이템을 회사가 아닌 사용자의 소유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여러 번 언급한 리니지 집행검에 대한 소유를 이용자에게 공식 귀속시켜버리는 개념이지요. 그렇게 되면 외부에서 거래된 집행검이 닌텐도 스위치 게임 '동물의 숲'에서도 등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개념이 발전한다면 비단 아이템뿐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나 세계관 등 크고 작은 서비스를 구축한 이용자에게도 해당 서비스에 대응하는 소유권을 인정하는 체계가 자리 잡힐 수도 있겠지요. 물론 사행성 논란 등 법률 제도적으로 뛰어넘어야 하는 숙제들은 산적해 있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저의 첫 번째 NFT는 빈약한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져준 입찰자 두 명의 경합을 거쳐 최종 0.0008 이더리움, 31일 기준 2.91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수수료 2.50%를 제하고 남은 돈은 2.83달러. 다만 낙찰자에게 판매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가스비가 또 발생해 약 90달러 가량의 지출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최종 결과는 190달러 이상의 적자입니다. NFT 시장 입문을 위한 뼈아픈 비용을 치렀습니다. 최근 급상승한 이더리움 가격과 네트워크 혼잡도로 인해 가스비가 어마어마하게 높아진 건데요. 이더리움이 아닌 다른 체인으로 NFT를 등록하고 거래하면 이런 가스비와 수수료는 부쩍 줄어든다는 이점은 있지만 구매자 수와 거래량이 극히 적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투자자로서든, 트렌드 세터로서든 하나 확실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지금 NFT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가치 투자'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희소성과 배타성, 파생할 수 있는 실용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야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고, 선택의 후회를 줄일 수 있겠습니다.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시의 2021년 12월 현재 활성 유저 수(30일간 기준)는 약 30만 명입니다. 전 세계 인터넷 인구는 40억 명입니다. 당신은 뛰어드시겠습니까?

■ 참고자료 
<NFT 사용설명서>, 맷 포트나우‧큐해리슨 태리 저, 남경보 역, 2021, 여의도책방
<NFT 기술의 이해와 활용, 한계점 분석>, 민경식‧김관영‧박진상, 2021, KISA Insight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 정책 토론회 자료집 <NFT 시장 활성화 및 투자자 보호 방안 모색>

** 이해하기 힘든 '요즘 것들'에 대한 당신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어쩌다> 뉴스에서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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