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이후 38일…피해자가 기억하는 그날
이때 이걸 본 윗집 남성이 경찰이 출동한 사실을 알면서도 흉기를 들고 내려와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현장에 있던 경찰은 남성을 제압하거나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그대로 현장을 벗어나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비명소리를 듣고 아버지가 뛰어올라갔는데 경찰은 뒤따라오지 않았고 결국 아버지와 딸이 흉기에 다치면서 윗집 남성을 제압해야 했습니다.
남경은 처음에 빌라 공동현관문이 닫혀 올라가지 못했다고 했지만 건물에 들어왔다가 여경과 함께 다시 밖으로 나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여경이 뛰어내려와서 목에 칼 찌르는 시늉을 하면서 막 소리를 지르니까 이 남자 경찰이 등을 밀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라고 그러면서 뒤로 따라 내려간거예요."
"돌아가시지 않은 것만으로 위안 삼으라"던 경찰…직접 사과는 없었다
인천경찰청은 그제서야 사과문을 발표했고 사흘 뒤에는 해당 경찰서장이 직위 해제되고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습니다. 출동 경찰관 2명은 징계위원회에서 지난달 30일 해임 처분을 받았고요. 경찰은 신임경찰 교육과 훈련 등을 강화하고,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잘못된 대응의 책임을 물어 징계가 이뤄졌고 대책도 마련한다고 했으니 된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피해 가족의 생각은 좀 다릅니다. 처음 인천경찰청이 사과문을 올린 것도 기사를 통해서야 알았고 누구 하나 직접 찾아와 사과한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지금 피해자를 이렇게 힘들게 하고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와서 사과 하나 한 적도 없고. 심지어는 (출동했던 경찰관의) 이름조차도 제가 몰라요."
"피해자가 CCTV를 볼 수 없다니"…경찰과 LH가 밝힌 '공개 거부' 이유
사건이 일어난 건물에 살고 있고 피해 당사자인데도 왜 CCTV를 볼 수 없는 걸까요?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공개가 어렵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은 상황입니다. LH는 관련법과 내규 등에 따라 수사기관의 동의가 있어야 보여줄 수 있다고 거부했습니다. 피해 가족이 경찰을 찾아가 동의를 요구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그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것이고 경찰이 이미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CCTV를 보는 건 수사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LH측은 모자이크를 하더라도 누군지 식별할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범행이 일어났던 3층은 CCTV가 설치되지 않아 흉기를 휘두른 남성의 범행 장면은 녹화된 영상이 없는 상황이라서, 경찰관 두 명이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건물 현관과 야외 주차장까지 촬영한 CCTV 영상을 봐야 한다고 피해 가족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
"(CCTV 영상) 전체를 본 게 아니고 검사님이 이제 조사 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냐 한 컷씩 봤어요. 그거 보는 순간 얼마나 열이 나던지 막 눈물이 나가지고 그걸 또 보니까"
'특수직무유기' 경찰관 고소에 국가 상대 소송까지…끝나지 않는 사건
피해자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과정이 끝나도 단란했던 한 가족이 입은 몸과 마음의 피해는 회복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경찰이라고 해서 현장에서 모든 범죄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피해자를 지키고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경찰을 신뢰하지 않을까요.
(기획·제작 : SBS D콘텐츠기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