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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 추위에 움츠린다…주거 복지 사각지대 놓인 이들

<앵커>

찬바람 부는 겨울인데요. 우리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 특히 주거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매서운 추위를 그저 버텨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윤나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전남 해남군에 초등학교 6학년 은철이네 집입니다.

흙과 나무로 만든 대문을 지나자 비닐로 외풍을 막아놓은 집이 보입니다.

주거복지 사각지대 가정

[조은철(가명) 군 아버지 : (이게 언제, 언제 지어진 집이에요?) 근 100여 년 됐을 거예요.]

고시원 방 하나만 한 크기의 공간이 은철이와 누나, 형 세 사람의 잠자리입니다.

[조은철(가명) : 누나는 이쪽에서 이불 깔고 자고, 저는 이쪽에서 자고, 형은 저쪽에서 (자요.)]

겨울이 되면서 골칫거리가 늘었습니다.

먹을 것이 줄어든 쥐들이 부엌을 드나들며 사람 먹는 음식을 갉아먹는 것입니다.

[조은철(가명) : 라면을 봉지 뒤에 뜯고 해서 쥐가 먹었어요. 쥐덫을 피해 가요.]

괴로운 것은 또 있습니다.

집 밖에 있는 화장실입니다.

[조은철(가명) : 씻을 때 춥죠. 겨울에 수도가 얼어서 물이 안 나와요. (주전자에) 끓인 다음에 차가운 물이랑 섞어서 써요.]

[최대언/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회복지사 : 화장실이 외부에 있거나, 아직도 재래식 화장실을 쓰고 있어서 그게 너무 무섭다 보니까 변을 참아서 아이들이 질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에서 지네가 나와요', '집에서 쥐가 나와요', 그리고 '물린 적이 있어요' 하면서 응급실에 가는 (아이들도 있어요.)]

한쪽 눈이 실명 상태고 십자인대 수술로 무릎도 불편한 아버지는 사료 배달을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조은철(가명) 군 아버지 : 많게는 (하루에) 700, 800포대. (한 포대에) 20kg, 25kg씩 해요. 일이 힘드니까 온몸이 아프죠. (월급으로 받는 게 한 달에 얼마 정도 되나요?) 200만 원이요. 애들 가르쳐야 될 거 아닙니까.]

문제는 월 200만 원의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돼 주거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임세희/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우리나라 주거급여는요, 기초보장수급가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요, 공공임대주택도 기초보장수급가구일 때 우선 입주의 권리가 생깁니다. 즉 열심히 근로하면서 아동을 자기 힘으로 열심히 키우고 있지만 주거 빈곤 상황을 벗어날 수가 없는 (거죠.)]

정부는 국민이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해 상하수도시설과 수세식 화장실 등 최소한의 주거 요건을 최저 주거 기준으로 정해뒀는데, 이 기준조차 채우지 못하는 가구가 2019년 기준 106만 가구에 이릅니다.

아예 집이라고 할 수 없는 공간에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떠밀려 온 사람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살고 있는 경기도 과천의 꿀벌마을.

이곳에 27년째 살고 있는 이은혜 할머니 집을 찾았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상하수도가 설치돼 있지 않아 지하수를 쓰는데 겨울이 되면 얼어붙기 일쑤입니다.

[이은혜(가명)/80세 : (물이) 안 나오잖아. 얼었나 봐.]

화장실조차 없습니다.

[이은혜(가명)/80세 : 화장실도 없어. (요강) 통에다 받아서 그냥 갖다 땅에다 묻어.]

방바닥에 보온용 전기 패널이 설치돼 있지만 전기 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은혜(가명)/80세 : 잘 때는 이거(전기 패널) 끄고 자. 추워도. 전기세 때문에.]

그나마 매년 겨울이면 후원이 오던 연탄도 올해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조도원/꿀벌마을 마을회장 : (난방은) 주로 연탄으로 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예전 같으면 가구당 200장씩 주는데 지금은 가구당 120장씩 준다고 오늘 연락이 (왔어요.)]

코로나 경제난 여파로 유독 힘든 겨울을 보내는 저소득층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허기복/서울연탄은행 대표 : 내년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좀 대선 후보들이, 절대 빈곤층,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에 대한 관심을 좀 가져주면 낫지 않을까.]

(VJ : 안민신, 드론촬영 : 강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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