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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연루" 모든 계좌 정지했더니…금융사 하는 말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됐으니 모든 금융계좌를 정지시키고 휴대전화기를 초기화하라는 금융기관의 잘못된 권유를 따랐다가 생고생을 하고 적잖은 비용까지 지출하게 된 30대 가장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경상북도 경산시에 사는 35살 K씨는 지난달 29일 국내 정상급의 A 카드사로부터 2천500만 원의 카드론 승인을 받고 입금을 기다리던 중 이상한 휴대전화 문자를 받았습니다.

카드사의 보이스피싱 경고 문자 (사진=K씨 제공, 연합뉴스)

대출업체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고가 의심된다는 A 카드사의 문자와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있었습니다.

K씨는 놀란 마음에 문자를 받은 오후 9시쯤 바로 전화했더니, 그가 A 카드사의 사고방지팀 모니터링 결과 악성 앱으로 인해 보이스피싱에 연루된 거 같으며 그의 모든 금융계좌를 정지시키고 휴대전화기를 초기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K씨는 이에 아내와 함께 즉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11개 은행과 롯데, 삼성, 현대 등 8개 카드사, 메리츠, 한화, 동양 등 9개 보험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거래를 정지시켰습니다.

기업체 영업사원이던 K씨는 또 휴대전화기도 초기화했습니다.

이로 인해 그가 10여 년간 힘들게 모아놓은 전화번호들이 순식간에 모두 날아갔습니다.

그는 다음날 새벽 3시가 돼서야 금융계좌들을 모두 정지시켰는데, 생각해보니 무슨 구체적인 근거로 그런 권유를 했는지 의심이 들어 다시 A 카드사에 문의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A 카드사가 실수로 잘못된 권유를 했다는 것입니다.

K씨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 잠도 한숨 못 자고 아침이 되자마자 거래정지했던 모든 금융기관을 일일이 방문해 계좌를 다시 살리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금융계좌의 경우 거래정지는 전화로 되지만 재개설은 직접 방문해야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K씨와 그의 아내는 이날 일도 하지 못하고 각자 흩어져서 한 사람은 차를 몰고 다른 사람은 택시 등을 타고 경산 시내의 금융기관들을 방문했으며, 일부 금융기관 업무는 대구까지 가야 했습니다.

휴대전화에 금융기관 앱을 다시 깔면서 보안 소프트웨어들도 새로 샀고 일부 카드 가입 수수료도 또 내야 해 A 카드사의 실수로 K씨 부부가 겪은 고초와 비용부담은 적지 않았습니다.

K씨는 이에 A 카드사에 전화해 항의하며 피해보상을 하라고 주장했지만 피해 금액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며 충분한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A 카드사는 그러나 K씨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고 강력히 반발하자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그가 입은 피해를 최대한 보상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씨는 오늘(1일) "카드사가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이해하고 넘어가달라는 식으로 말했고 10만 원 줄 테니 끝내자는 입장이었다"면서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해놓고 너무 당당해 더 화가 났다"고 말했습니다.

A 카드사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위험 때문에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가운데 이상징후가 나타나 전달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업무 교대로 바뀌어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가 발생했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피해보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K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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