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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뚫은 세계시장서 '지옥' 웃었다…장기흥행 기대

'오징어 게임'이 뚫은 세계시장서 '지옥' 웃었다…장기흥행 기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최근 공개된 '지옥'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임에도 공개 직후 일주일간 글로벌 순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제2의 오징어 게임'으로 불리며 장기 흥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부패한 사이비 종교와 자극적인 사건을 쫓는 언론, 규제를 벗어난 개인 방송 등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목격되는 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세계인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옥'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10위권에는 사극 로맨스 '연모',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갯마을 차차차'도 이름을 올리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가 주류로 자리를 잡는 분위기입니다.

(사진=플릭스 패트롤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오늘(27일)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톱(TOP) 1위를 질주하고 있습니다.

플릭스 패트롤은 24시간 시청률을 반영해 순위를 집계하는데, '지옥'은 지난 19일 공개된 다음날 1위에 올랐고, 하루(21일)를 제외하고 어제까지 계속 정상을 지켰습니다.

어제 기준 국가별 순위에 따른 평가 점수는 705점으로, 2위 '트루 스토리'(545점), 3위 '아케인'(441점) 등과 크게 차이가 나며 장기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지옥'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핀란드, 벨기에, 이집트, 모로코, 파키스탄, 인도, 터키, 일본, 홍콩 등 29개국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그리스 등에서는 2위, 러시아와 스페인, 체코 등에서는 3위를 기록했고, 자국 콘텐츠가 많은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각각 5위에 올랐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한국 드라마를 주로 소비하는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과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에서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단기간에 세계 여러 나라가 '지옥'을 주목한 데는 넷플릭스 공식 집계상 94개국에서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드라마를 접한 시청자들이 스스로 찾아서든, 알고리즘 추천 작품을 통해서든 '지옥'을 시청하게 됐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간 많은 한국 작품이 해외에 알려지긴 했지만,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화제가 되기 어려운 나라들이 있었다"며 "그런데 '오징어 게임'이 그걸 뚫으면서 이들 국가에서도 기존과 다른 반응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지옥'은 데스 게임인 '오징어 게임'보다도 장르적 색채가 강해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입니다.

원작 웹툰의 작가이자 시리즈의 각본·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조차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옥'은 대중을 겨냥하고 만든 것은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지옥'은 평범한 사람이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지옥행을 고지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에 관한 이야기로, 사회의 혼란을 틈타 부활한 사이비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사투를 그립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품 속 세상은 인간에 대한 환멸과 사회 혼란이 뒤섞인 디스토피아로 그려지는데, 극단적인 이곳의 모습은 지구촌 곳곳에서 포착되는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가난으로 절벽에 몰린 사람들과 무한 경쟁 속 인간성 상실 등 자본주의 폐부를 찌른다면 '지옥'은 공포를 직면한 인간의 심리를 토대로 선과 악을 가르는 흑백논리,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복수와 집단 폭행, 혼란을 이용하는 사이비 종교 등 사회 단면을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지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종교, 미디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라며 "선과 악이 끝없이 부딪치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부화뇌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옥'에 대한 공감의 폭이 넓게 나타났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열기가 식기도 전에 '지옥'으로 옮겨 붙은 글로벌 인기는 한국 드라마를 OTT 플랫폼 정중앙에 올려놨습니다.

어제 플릭스 패트롤이 집계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순위에는 '지옥'을 포함해 한국 드라마 4편이 10위권에 들었습니다.

지난 9월 중순 공개돼 두 달 넘게 장기 흥행 중인 '오징어 게임'이 6위, 죽은 오라비 대신 남장을 하고 세자가 된 주인공을 내세운 궁중 로맨스 '연모'가 9위, 도시 여자와 어촌 남자의 로맨스를 그린 '갯마을 차차차'가 10위에 올랐습니다.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어쩌다 한번 터진 대박 작품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 아닌 '주류'로 통하는 모양새입니다.

넷플릭스 딘 가필드 정책총괄 부사장은 지난 4일 한국 언론과 가진 간담회에서 "오늘날 우리는 스토리텔링 르네상스 한가운데에 서 있고, 한국이 시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르물이 아닌 한류 열풍의 원조 격인 사극, 로맨스물이 글로벌 순위권에 진입했다는 것은 K드라마의 팬덤이 그만큼 탄탄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정덕현 평론가는 "'연모'나 '갯마을 차차차'를 보면 한류 드라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아시아 팬들이 사극, 멜로를 주목하는 것 같다"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고정 팬층에 '오징어 게임', '지옥'이 전면에 나서면서 K콘텐츠의 순위가 전반적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이 경쟁하는 OTT 춘추전국시대에 한국 드라마가 콘텐츠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 넷플릭스 작품처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콘텐츠들이 계속 나오면 한국 드라마가 주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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