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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본산 이탈리아서 전신마비 환자 첫 조력자살 허용

가톨릭 본산 이탈리아서 전신마비 환자 첫 조력자살 허용
▲ 안락사 합법화 국민투표 청원을 주도한 '죽을 권리' 사회운동가 마르코 카파토

전 세계 가톨릭의 중심축인 이탈리아에서 사상 첫 조력자살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리아 중부 마르케주 보건당국의 윤리위원회는 11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이 마비된 환자의 조력자살을 승인했다고 '죽을 권리'를 옹호하는 시민단체 '루카 코쉬오니'가 밝혔습니다.

사고 후 줄곧 병상에 누워 지낸 이 환자는 '더는 삶의 의미가 없다'며 지난해 8월 조력자살을 청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재작년 9월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돕는 일이 항상 범죄는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이래 조력자살이 허용된 첫 사례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마르케 보건당국은 이 환자의 상황이 헌재가 제시한 조력자살 허용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환자는 이 결정 이후 ANSA 통신에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며 "지난 수년간 쌓인 모든 긴장에서 드디어 자유로워졌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누구도 나에게 이런 조건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면서 "나는 지금 지쳐 있으며, 단지 내 삶에 종지부를 찍을 자유를 원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탈리아 법은 타인의 극단적 선택을 돕거나 방조하면 최장 12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통상 안락사를 원하는 이탈리아인은 스위스로 건너갑니다.

한해 50여 명이 스위스에서 조력자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조력자살을 둘러싼 논쟁이 불붙은 것은 지난 2017년 'DJ 파보' 사건이 계기가 됐습니다.

'DJ 파보'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유명 음악 프로듀서 파비아노 안토니아니는 오토바이 운전 중 교통사고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까지 상실하자 스위스로 건너가 스스로 죽음을 택했습니다.

당시 그의 스위스행을 도운 이가 루카 코쉬오니 단체에서 활동하는 마르코 카파토였습니다.

카파토는 이탈리아로 돌아온 뒤 살인 방조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사실상 제한적인 조력자살을 인정한 헌재 결정에 따라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카파토는 이후 조력자살 합법화를 위한 사회 캠페인을 전개해왔습니다.

최근에는 조력자살 합법화를 위한 국민투표 청원 운동을 주도해 백만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명 용지의 법적 하자가 없다면 국민투표는 내년 봄쯤 실시될 전망입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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