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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처럼…"고양이 사료 사고, 운동화 끈 묶고"

<앵커>

정봉주 전 국회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회사 직원들이 몇 년에 걸쳐서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지시를 받아왔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심부름에 집안일까지 했다고 하는데, 직원 대부분이 이런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민정 기자가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몇 달 전 정 전 의원 아내가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판매 기업에 취업한 20대 A 씨, 홈페이지 관리 업무를 맡게 된 줄 알았지만, 출근 직후 떨어진 업무는 가족 심부름이었습니다.

[A 씨/퇴사자 : 하루에 두세 번꼴. 계란이 필요한데 계란 좀 사다 줘. 고양이 물품, 간식 사고, 사료 사고.]

지시는 이런 식이었습니다.

[업체 대표 (정 전 의원 아내) : 우리 집 트리오 좀 사줘. 식기 세척기 쓸 때 네모난 거. (네네) 레몬(향) 있으면 좋고 레몬이 비린내가 안 나고 좋으니까.]

고양이 사료까지 찾아보라는 지시에는 자괴감도 느꼈다고 했습니다.

[업체 대표 (정 전 의원 아내) : (고양이들) 살이 많이 쪘었어. 지금 다이어트 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살이 쫙 빠졌어. 이 나이 때 제일 살도 안 찌면서 제일 좋은 또 다른 게 있는지 그것 좀 알아봐 줘요. (네 알겠습니다.)]

다 떨어진 화장품을 주문하는 것도, 세탁물을 맡기고 찾아오는 것도 직원들 몫.

[A 씨/퇴사자 : (집에 TV가) 고장 났대요. 모니터 대충 찍어서 '지지직 거리 다가 15초 돼서 다시 됐다, 켜졌다. 이걸 AS에 맡겨달라'. 답답하죠. TV가 어떤 모델이고 (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정 전 의원이 직접 대학원 과제에 필요한 자료 조사를 시킨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일은 비단 A 씨만 겪은 게 아닙니다.

[B 씨/퇴사자 : (정 전 의원) 가족들이 집을 오래 비우면 화분에 물도 주러 가고, (회사를) 거쳐 간 모두가 했던 일이에요.]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지시가 수년간 반복적으로 이뤄졌다고 했습니다.

[B 씨/퇴사자 : 명품 운동화를 회사에 들고 와서 직원들한테 운동화 끈 좀 묶으라고. (명품은) 묶는 방법도 또 따로 있어서 유튜브 보고 묶는다거나,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품을) 집에 하겠다고 해서 직원들이 몇 날 며칠을 그걸 (했고요.)]

직원 대부분이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데다, 정 전 의원이 사회 유력인사다 보니, 문제 제기가 어려웠다고 합니다.

"직장 내 우위를 이용해 적정범위를 넘어선 업무로 직원에게 고통을 주고,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이지만, 5인 미만 가족 기업에는 적용이 안 돼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하지만 정 전 의원 아내가 여러 개의 사업장을 사실상 구분 없이 운영하는 만큼, 피해자 A 씨는 이런 사업장의 직원 수를 합친 걸 전체 직원 수로 본 판례를 근거로 노동청에 진정을 낼 계획입니다.

정 전 의원은 SBS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해명했는데,

[정봉주/전 국회의원 : 일체 대응 안 하는 게, 일방적인 얘기들이에요. 다 설명했어요, 개인 비서 업무라고. (직원들) 들어올 때. (비서 업무여도 공무랑 관련된 일이어야….) …….]

이후 수 십 통 전화와, 메시지를 남기고 사무실 등에도 찾아갔지만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A 씨/퇴사자 : 비서 업무는 (회사 관련된) 미팅을 잡아 드리고 출장 관련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건 괜찮죠. 근데 그게 아니니까.]

(영상취재 : 김현상·박현철,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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