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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가성비 떨어지는 누리호? 그래도 쏴야 하는 이유

지난주에 우리 기술로 만든 로켓, 누리호가 첫 비행에 나섰습니다.

위성을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목표했던 높이까지는 올라갔습니다.

내년 5월 2차 발사에 성공해 언제든 스스로 로켓을 쏠 수 있는 이른바 '발사체 주권'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기대가 큰데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누리호는 가성비가 좀 많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다른 나라 로켓 발사 성공률은 95~98% 수준으로, 발사체 성공률을 따지는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세계 시장은 로켓을 가성비로 평가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가성비 평가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위성 1kg을 우주에 보내는 데 얼마가 드는지를 보는 겁니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1kg당 1만 5천에서 2만 달러, 우리 돈 2천만 원 정도가 듭니다.

10kg에 2억, 1,000kg이면 200억이 든다는 겁니다.

누리호는 어떨까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위성 1kg당 비용을 7천만 원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세계 평균보다 3배 이상 비쌉니다.

그런데 지금 민간 우주기술의 선두주자 미국 스페이스X는 단가를 무려 2천720달러, 314만 원까지 줄였습니다.

누리호

핵심은 대량생산과 재사용이었습니다.

스페이스X의 팔콘 9 발사체 1단은 공중으로 올라간 다음 다시 지상에 착륙해 재활용이 가능해지면서 발사 비용을 크게 줄였습니다.

운영방식도 과감합니다.

지금 팔콘 9 보시면 로켓 머리 부분이 크죠.

누리호의 15배, 무려 22t의 위성이나 화물을 실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누리호에 실린 위성 15개를 쏠 수 있으니까 수송효율이 좋아서 비용이 더 줄었습니다.

다른 나라 발사체가 택시라면, 스페이스X는 버스를 만든 겁니다.

누리호가 성공해도 스페이스X보다 20배 넘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스페이스X에 맡기는 게 낫지 않겠냐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주 시장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우주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 521조 원, 1년 동안 4.4% 성장했고 15년 전과 비교해서는 2.76배로 커졌습니다.

1년에 우주에 올라가는 위성만 1천 개가 넘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민간인인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도 우주를 다녀오는 등 우주여행까지 시작됐죠.

2040년 정도면 시장 규모가 1천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아직 고객일 뿐입니다.

요즘 우리나라가 쓰는 위성들 다 우리가 만들지만, 자체 발사체 기술이 없습니다.

성능 좋은 천리안 2A·2B 위성, 모두 우리 기술로 만들었지만 지난 2018년과 19년 수백억을 주고 유럽 우주국 아리안 5에 실어 우주로 보냈고요, 내년에 보낼 달 궤도선이랑 아리랑 6호·아리랑 7호도 만들고 있는데 각각 스페이스X와 러시아에 발사 용역을 준 상황입니다.

만약 자체 발사체 기술이 완성된다면 위성 제작부터 발사까지 모두 책임져 주는 우주 산업에 우리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습니다.

위성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동남아 시장도 공략해 볼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아까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미국의 한 업체는 아예 소형발사체와 소형위성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가성비로 따지면 비싼 편이지만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쏴주는 우주 퀵서비스 시장 개척에 나선 셈입니다.

아직 개척할 영역이 많이 남았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도 누리호로 가능성을 본 만큼 소형발사체나 3D 프린팅을 통한 부품 양산, 발사체 재사용 같은 우주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박진훈, CG : 조수인, 화면출처 : NASA Space X·ESA·Relativity Space·Blue ori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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