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탈레반 자폭테러단 리더가 경찰서장으로…'뒤집힌 세상'

탈레반 자폭테러단 리더가 경찰서장으로…'뒤집힌 세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지 두 달이 지나면서 현지인들은 '뒤집힌 세상'을 매일 실감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단을 이끌던 마울라위 주바이르 무트마인(39)은 탈레반 집권 후 카불 지역 한 경찰서의 서장으로 변신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습니다.

무트마인은 경찰서장으로서 동네 주민들의 다양한 민원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무트마인은 "간섭이 심한 시어머니랑 도저히 살 수 없다"고 찾아온 여성과 남편의 부부싸움을 중재했습니다.

그는 이슬람교리에 따라 남편이 아내에게 거처와 생필품을 제공하는 게 당연하다며, 시어머니를 다른 아들의 집에서 살게 하라고 권고했고 해당 남성은 마지못해 동의했습니다.

재집권 전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서 수시로 폭탄을 터트리고, 로켓탄을 발사했습니다.

무트마인은 자폭테러단을 이끌다 경찰서장으로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음에도 별로 바뀐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습니다.

그는 "과거 탈레반은 진정한 이슬람 질서 수립을 위해 미국인과 그들의 협력자를 목표로 삼았다"며 "지금은 지역 사회 치안 활동을 통해 같은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트마인의 부하들은 경찰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경찰이 되기 위한 훈련은 물론 월급조차 받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탈레반 대원들이 경찰로 변신한 경찰서에 찾아오길 꺼렸지만, 지금은 '차 도둑을 잡아달라', '채무자가 빚을 안 갚는다', '부부싸움을 중재해달라'며 찾아오고 있습니다.

아프간 대부분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탈레반 대원은 10만 명이 안되고, 대부분 문맹입니다.

이들이 갑자기 아프간 정권을 잡고 나니, 군·경부터 정부 구성원까지 인력과 시스템 부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탈레반으로서는 현지 치안이 불안한 가운데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가 계속 도발하고 있고, 내전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라 군 조직 정비와 병력 증강이 시급한 형편입니다.

하지만, 해외의 아프간 정부 자산 동결과 국제기구의 원조 중단으로 공무원 월급을 제대로 지급할 상황조차 안 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