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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 "김정남, 국정원에 북한 내부 정보 제공…한국 망명 추진은 안 해" (풀영상)

<앵커>

북한 김정일의 장남이자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4년 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테러 공격으로 숨졌습니다. 그런데 김정남이 숨지기 적어도 5~6년 전부터 우리 국가정보원에 북한의 내부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저희 끝까지판다팀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김정남 쪽에서 우리 국정원에 직접 연락을 하기도 했고, 정보 제공 대가로 국정원이 돈을 지원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박상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2017년 2월 13일, 출국 수속을 밟으러 홀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 나타난 김정남.

이때 갑자기 달려든 여성 2명이 김정남 얼굴에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발랐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남짓.

김정남은 이렇게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의원 : 김정남이 결국은 평양으로 들어오라는 동생의 영을 거역하고 끝까지 뻗치다가 결국을 목숨을 날렸구나라는…]

숨지기 1주일 전인 2월 6일, 말레이시아에 입국한 김정남은 이틀 뒤 랑카위의 한 리조트로 이동했습니다.

김정남은 그곳에서 한 한국계 외국인 남성을 만났는데, 일부 외신은 미국 CIA 요원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애나 파이필드/전 워싱턴포스트 베이징지국장 : 김정남이 말년에는 CIA 정보원이 됐다고 믿을만한 소식통에게 들었습니다. 그는 정보원들과 동남아시아에서 만났습니다.]

끝까지판다팀은 김정남의 행보와 관련해 당시 보고라인에 있던 국정원 고위 관계자 등 복수의 전·현직 관계자들로부터, 김정남이 북한 내부 정보를 국가정보원에 지속적으로 전달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들은 김정남이 숨지기 적어도 5~6년 전부터 김정은 등 북한 고위층의 동향과 권력층의 정보를 국가정보원에 제공했다고 말했습니다.

김정남은 국정원 요원들과 동남아 등 제3국에서 접촉했고, 국정원은 정보 제공 대가로 김정남에게 금전을 지원해왔다고도 밝혔습니다.

김정남의 기본 동선과 움직임은 국정원에서 파악하고 있었고, 김정남 측에서 이메일 등을 통해 국정원에 직접 연락을 취해오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남 사망 뒤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외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CIA뿐 아니라 한중일 정보기관 등과 접촉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지만, 실제 당시 재직했거나 현직에 있는 국정원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이런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국정원 출신으로 김정남 살해 당시 국회 정보위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은 SBS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꼈습니다.

[김병기/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가정보원의 능력으로 봤을 때 어떤 식으로든 김정남 또는 김정남 주변에 접근은 성공했을 것으로 봅니다. (성공했다는 말을 들으신 것은?) 답변하지 않겠습니다.]

국정원은 관련 SBS 질의에, 특정 인물과 관련된 국정원의 활동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해왔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김종태, CG : 최재영·안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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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김정남

<앵커>

김정남이 숨진 이유를 놓고도 당시에 여러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 정부가 김정남의 국내 망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는데, 저희 취재 결과 그런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김관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김정남 피살 1주일 뒤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방부는 김정남 살해는 김정은 체제 대안 세력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영우/당시 국방위원장 : 국방부에서는 이번 김정남 피살사건 관련해 북한 김정은 체제에 대안 세력을 사전에 제거하고 국제사회에 김정은 정권 교체 시도를 미리 차단한다는…]

피살 배경을 놓고 일부 언론과 북한 전문가들은 한국 망명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남이 만일에 망명을 결정했다고 그러면 그건 아마 절박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생명의 위협이 있었을 경우에는, 대안이 없었을 경우에는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은 있다.]

오랜 기간 김정남과 친분을 이어온 일본 언론인 고미 요지는 "영국 탈북자들이 망명 정부를 세워 김정남을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판다팀 취재에 응한 국정원 전·현직 관계자들은 한국 망명 추진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김정남 망명을 검토는 했을지 몰라도, 김정남을 국내로 데려올 경우 남북 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기는 점을 고려해 망명을 추진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이들은 "김정남이 정확도가 높은 고급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2013년 김정남을 챙겨온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뒤 최신 정보에 대한 접근이 약화된 점도 망명 추진을 하지 않은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습니다.

남북 관계에 큰 부담을 주면서까지 국내로 데려와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CG : 성재은·정시원,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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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국정원

<앵커>

이 내용 취재한 끝까지판다팀 박상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정남이 우리 국정원에 정보를 제공해왔다는 것이 전·현직 관계자들을 통해서 사실로 확인된 것인데, 그럼 김정남이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김정남은 장자였기 때문에, 그리고 김정일의 후계자로, 백두혈통의 후계자로 지목이 돼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2001년도에 일본 밀입국 사건이 터지면서 아버지 김정일의 눈밖에 나게 됐고, 결국 2009년도에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이 됐죠. 그런데 김정은은 후계자가 된 이후에, 2013년도에 김정남의 고모부이자 후견인 장성택을 처형을 했고, 그리고 김정남에 대해서는 자신의 체제에 위협이 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해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김정남은 당시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알게 됐던 최고급 정보 등을 가지고 우리 국정원이나 미국의 CIA, 일본의 내각정보조사실 같은 정보기관들을 접촉을 하면서, 정치적으로는 자신의 신변을 보장을 받고,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을 취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김정남이 이런 외국 정보기관들과 접촉했었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다른 외신에서도 나오지 않았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 2019년 워싱턴포스트의 한 기자가 김정남이 CIA의 정보원이었다,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을 내기도 했고요,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한국, 일본의 정보기관이 김정남을 접촉했다, 이런 기사를 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한 월간지가 우리 정부가 김정남을 관리했다, 이런 기사를 내기도 했었는데, 그런데 이런 기사들은 소식통 등을 인용해서, 그야말로 이랬을 것이다, 그야말로 설에 가까운 내용들이었는데요, 이번 취재는 김정남이 정보를 제공할 당시에 실제로 보고 계통에 있던 고위 관계자, 그리고 현직 국정원 관계자들을 복합적이고 다각적으로 취재해서 확인된 내용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상편집 : 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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