웡의 지인들은 생일을 맞아 웡의 편지를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습니다. 웡은 생일 축하편지를 보내준 사람들과 부모님께 감사하단 말을 전하면서, 지난 2017년에도 수감 중에 생일을 보냈지만 지난해 6월 홍콩 보안법이 시행되기 전에 친구들이 '미리' 축하해 주었던 24살 생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비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두렵지 않다. 과거는 더 이상 쫓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과거의 작은 조각들이 홍콩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콩 보안법 1년여…"150명 이상 체포"
지난해 6월 30일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150명 이상이 홍콩 국가보안부에 의해 체포됐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체포된 사람 상당수는 공개 성명이나 직위, 정치 활동과 관련된 이유였습니다. 여기에는 조슈아 웡과 빈과일보 사주인 지미 라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현재 보안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퉁잉킷(24) 한 명입니다. 퉁잉킷은 홍콩 보안법 발효 다음날인 지난해 7월 1일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는 구호가 적힌 깃발을 단 오토바이를 몰고 시위진압 경찰관 3명에게 돌진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7월 9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올해 최소 49개 단체 해산"…야당은 출마 지원자 '0'명
지난 3일 31년 역사의 홍콩 최대 노동단체인 홍콩직공회연맹 지도부는 단체 해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앞서 최대 단일 노조였던 '홍콩직업교사노조'와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민간인권진선',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매년 열어온 '애국민주운동 지원 홍콩시민연합회'(지련회)도 해산을 선언했습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올 들어 최소 49개의 야당 단체 또는 노동조합이 해산하거나 계획을 발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한 명의 출마 지원자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당 정치인 상당수가 보안법으로 체포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고, 선거에 나서면 홍콩 당국의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표적인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는 지난 6월 24일 폐간했습니다. 홍콩 정부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중반까지 1년간 홍콩 인구는 1.2% 줄어들었으며, 거주권자 8만9천200명이 홍콩을 떠났습니다. 이는 전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홍콩서 전면에 나서는 중국 정부…'선전시 홍콩구' 현실화?
반환 이후 홍콩에서 눈에 띄는 것을 자제했던 중국 정부도 태도를 바꿔 전면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민생 탐방'을 진행하며 현장에서 6천여 건의 의견을 수렴했고 정책 목록을 작성해 홍콩 정부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1일 홍콩의 주권 반환 24주년 기념일에 캐리 람 행정장관은 베이징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행정장관이 홍콩 반환 기념식을 주재하지 않은 것은 1997년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두고 '홍콩의 중국화'를 보여주는 예라는 평가와 '선전시 홍콩구'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매주 한 차례 중국 국기 게양식…"홍콩 10~30대 잊혀진 세대 될 수도"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홍콩인의 의미는 이제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초·중·고등학교에 국가안보와 기본법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최근에는 모든 공립학교에 대해 내년 1월부터 중국 국기를 매일 의무적으로 게양하고 매주 한 차례씩 국기 게양식을 진행하라는 지시가 전달됐습니다. 홍콩 정부는 또 지련회를 해산하도록 하면서 이 단체가 가지고 있던 톈안먼 사건과 관련된 자료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이에 대해 '역사 지우기'란 비판도 나왔습니다.
중국식의 사회와 사상 통제 강화는 홍콩의 미래 세대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 본토에서는 젊은 세대에서 애국주의 성향과 공산당에 대한 맹목적 신뢰가 갈수록 강해지는 분위기입니다. 한 예로, 6.25 한국전쟁을 철저히 중국의 시각에서 그린 영화 '장진호'를 본 많은 본토 청년들은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리거나 거수 경례를 했고, 군인들의 어려움을 느껴 보겠다며 감자를 얼려 먹는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현재 홍콩의 10~30대는 잊혀진 세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