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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소프트하게" 오거돈 측 회유에 성추행 피해자 공포

<앵커>

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항소하면서 이 사건의 재판은 지금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제(13일)는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리기도 했는데, 이런 지난한 과정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피해자의 심경을 저희가 최초로 직접 들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당시 집요한 회유와 압박이 있었고,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2차 가해와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의 강제추행 사건 이틀 뒤, 오 전 시장의 측근이자 부산시 정무직 공무원이던 신 모 씨가 피해자에게 만나자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신 씨는 일이 커지면 정무직 공무원들이 그만둬야 한다며 합의를 종용했습니다.

[피해자 (음성대역) : 정무직에 내 식구들 일자리 다 잃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애들 다 길거리 나앉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피해자 주변 사람들에 대한 회유 시도와 압박도 이어졌습니다.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가까운 지인을 만나 피해자가 원한다면 골프장에 취업시켜주겠다고 황당한 제안을 하는가 하면, 시장직 사퇴는 어렵다고도 말했습니다.

[신 모 씨/당시 부산시 정무직 공무원 : (오거돈 시장이) 지금 개인이 아니잖아요. 선거도 며칠 안 남았고, 지금 상황은 본인이 사퇴할 상황도 아니고….]

피해자의 동료 직원들에게는 피해자와 나눈 SNS 대화를 지우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4월 안에 사퇴하겠다던 오 전 시장 측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지만 4월 15일 총선이 끝나자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연락을 해도 답이 오지 않거나 늦어지더니 4월 22일,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씨? 한번 뵈었으면 해서… 전화했습니다.]

사건을 잘 알고 있다는 이 남성, 오 전 시장의 핵심 참모에게 피해자 전화번호를 받았고 시장직 사퇴는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처리방법이라는 게 꼭 그 방법밖에 없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참 많습니다. 일을 좀 소프트하게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게 있지 않겠습니까.]

불안과 공포를 느낀 피해자는 오 전 시장 측의 사퇴를 요구했고 다음날인 23일, 오 전 시장은 전격 사퇴를 발표했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피해자는 가족과 따로 살면서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 피해자에게 반성하고 사죄하겠다던 오 전 시장, 그러나 항소심에서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은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를 다시 감정하자며 감정촉탁을 신청해 또 다른 2차 가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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