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비극적인 사건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위탁운영 하는 한 보육원에서 벌어져 온 학대 사건을 김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세 사람은 갓난아기 때부터 서울시 한 위탁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각기 반이 달랐고 담당 교사도 달랐지만, 지속적 학대를 당한 기억만은 같습니다.
[A 씨 : (바닥) 쓸기 제대로 안 하면 쓰레기를 밥에 넣고 먹으라고 한다든가. 엄청 좁은 틈에 하루 종일 갇혀 있게 한다든가.]
[B 씨 : 미사가 끝나고 선생님이 선착순으로 뛰어오라는 거예요. 맨 마지막 사람은 또 엉덩이를 방망이로 때리고, 막 발로 차고….]
가정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학대를 찾아내기 위해, 학대 흔적을 발견한 교사는 반드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육원에선 교사가 부모이자 학대를 신고해야 할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학대는 쉽게 은폐됐습니다.
외부 기관이 조사를 나올 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차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보육원이 문을 닫는 게 더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B 씨 : 여기 있으면 그냥 맞을 텐데 또 다른 데는 가기 싫고. 친구들이랑 같이 생활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다 가족이잖아요. 그래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이들은 얼마 전 성인이 돼 보육원을 나왔지만 좀처럼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학대 교사들과 보육원 재단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치유를 위해서입니다.
[C 씨 : 어렸을 때 안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 극복하고 싶어서….]
겨우 용기를 낸 이들의 소송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민변도 나섰습니다.
[B 씨 : 드디어 제가 처음으로 이렇게 도와주신 분들이 생긴 거잖아요. 용기가 생겨서 소송 준비도 하고 있고 (트라우마) 치료도 받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