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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먹이고, 방망이로 때려"…소송 건 보육원생

<앵커>

16개월 아기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짧은 생을 마감한 지 오늘(13일)로 꼭 1년이 됐습니다. 정인이가 잠든 곳엔 하루 종일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정인이 사건으로 작고 약한 아이들을 향한 폭력, 아동학대를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곳에 방치된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오늘 저희는 서울시가 위탁 운영하는 한 보육원에서 벌어졌던 지속적인 아동학대에 대해 전해드립니다.

먼저, 김민정 기자가 피해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기자>

세 사람은 갓난아기 때부터 서울시 한 위탁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각기 반이 달랐고 담당 교사도 달랐지만, 지속적 학대를 당한 기억만은 같습니다.

[A 씨 : (바닥) 쓸기 제대로 안 하면 쓰레기를 밥에 넣고 먹으라고 한다든가. 엄청 좁은 틈에 하루 종일 갇혀 있게 한다든가.]

[B 씨 : 미사가 끝나고 선생님이 선착순으로 뛰어오라는 거예요. 맨 마지막 사람은 또 엉덩이를 방망이로 때리고, 막 발로 차고….]

고통을 호소할 곳도, 방법도 몰랐습니다.

[A 씨 : 저희 반 담당 선생님이랑 (같은 층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이랑 다 친하고 그러다 보니까. 미처 (얘기할) 생각을 못 했어요.]

가정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학대를 찾아내기 위해, 학대 흔적을 발견한 교사는 반드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육원에선 교사가 부모이자 학대를 신고해야 할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학대는 쉽게 은폐됐습니다.

외부 기관이 조사를 나올 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차마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보육원이 문을 닫는 게 더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B 씨 : 여기 있으면 그냥 맞을 텐데 또 다른 데는 가기 싫고. 친구들이랑 같이 생활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다 가족이잖아요. 그래서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이들은 얼마 전 성인이 돼 보육원을 나왔지만 좀처럼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학대 교사들과 보육원 재단을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을 결심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치유를 위해섭니다.

[C 씨 : 어렸을 때 안 좋은 기억이 너무 많아서. 극복하고 싶어서….]

겨우 용기를 낸 이들의 소송을 돕기 위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민변도 나섰습니다.

[B 씨 : 드디어 제가 처음으로 이렇게 도와주신 분들이 생긴 거잖아요. 용기가 생겨서 소송 준비도 하고 있고 (트라우마) 치료도 받고 있고.]

(영상취재 : 김세경·김학모·김용우, 영상편집 : 최은진)  

▶ 보육교사 피해 원생 더 있다…학대 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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