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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연일 사상 최대 무력 시위…2027년 타이완 침공?

중국의 타이완을 향한 군사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앞서 10월 1일 중국 건국기념일인 국경절에 전투기를 포함한 중국 군용기 38대가 타이완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습니다. 지난해 9월 타이완 국방부가 중국군의 방공식별구역 진입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 규모였습니다. 타이완군은 초계기를 투입해 퇴거를 요구하고 방공미사일 부대의 레이더로 추적했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10월 2일, 이보다 1대 더 많은 39대의 군용기를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더니, 4일에는 군용기 숫자를 대폭 늘려 56대를 진입시켰습니다. 나흘 만에 세 차례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3일 16대가 진입한 것을 포함하면 나흘 새 누적 149대의 군용기가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을 진입한 것입니다. 4일 진입한 군용기에는 J(젠)-16 전투기 34대, SU(수호이)-30 전투기 2대, Y(윈)-8 대잠초계기 2대, H(훙)-6 폭격기 12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중국의 J(젠)-16 전투기(사진 위)와 H(훙)-6 폭격기

군용기 진입 38대→39대→56대 늘려…중국 관영매체 "전쟁은 실제"

10월 1일 중국 군용기들이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을 진입했을 때만 해도 중국이 국경절에 벌인 '경축용' 무력 시위로 이해됐습니다. 자국의 국경절을 축하하면서 중국인들의 애국심을 고취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 했다는 분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무력 시위가 잇따르자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습니다. 타이완 연합보는 항공기 추적 전문 트위터 계정 '골프나인'을 인용해 2일 괌의 앤더슨공군기지에서 미 공군 B-52 전략폭격기 3대가 발진해 타이완 동부 해역과 서남부 공역에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고 오산을 초래할 위험이 있는 중국의 도발적인 군사 행동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고,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은 타이완 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하지 말라"면서 "타이완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고 맞받았습니다.

중국 관영매체의 기류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월 2일까지만 해도 군사전문가 쑹중핑의 말을 인용해 "정상적이고 일상적인 훈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타이완의 군대와 외국의 간섭을 억제하기 위해 훈련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도발 목적이 아닌 일상적인 훈련의 하나임을 강조한 것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3일 사설에서도 중국 군용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진입을 '국경절 열병식의 한 형태'라고 했습니다. "중국 건국 72주년을 맞아 국민을 크게 격려하고 국경절의 특별한 의미를 부각하는 것"으로 "타이완에 대한 중국의 주권 선언"이라고 의미 부여했습니다. 중국군은 올해에만 벌써 198차례 타이완 상공에 전투기를 보냈다고 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10월 3일 사설. 중국 군용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진입을 '국경절 열병식의 한 형태'라고 썼다.

하지만 5일 이 매체의 어조는 확연히 바뀌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4일 밤에 올린 사설에서 "타이완의 분리주의자들과 그들의 선동가들에게 경고할 때"라며 "전쟁은 실제"라고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우려 표명과 중국 군용기 56대의 진입이 있은 뒤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타이완 집권 민진당이 중국군을 공개적으로 '적'이라 부르고 미국, 일본과 더욱 대담한 유착을 하고 있다"면서 "타이완해협 상황은 정면 대결을 피할 여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감을 조성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종합적인 군사 투쟁에 대한 준비의 막을 분명히 열었다"며 "중국군의 훈련은 주권 선언 차원을 넘어 타이완을 되찾는 데 필요한 병력 동원, 공격, 병참 준비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설만 보면 중국군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 진입이 하루이틀 새 '주권 선언' 차원에서 '실제 전쟁 연습'으로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타임스는 4일 밤 인터넷에 올린 사설에서 '전쟁은 실제'라고 수위를 높였다.

'2027년 중국 타이완 침공' 시나리오 제기…힘의 균형추가 좌우할 듯

당장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대체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합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이 타이완에 무력을 행사하면 '현상 변경'이 아닌 '현상 파괴'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목전에 둔 중국이 실제 무력을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문 교수는 이어 "최근 일련의 군사 훈련은 오는 10일 타이완의 건국기념일인 쌍십절을 앞두고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무역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과 협상이 재개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타이완 문제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임을 미국에게 확실히 해 두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중국은 타이완을 침공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장담을 못합니다. 오히려 중국 안팎에선 오는 2027년쯤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년에 3연임에 성공한다면, 2027년은 4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입니다. 중국 내에서도 3연임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4연임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제기됩니다. 또, 인구 증가 추이 등을 감안할 때 2027년쯤엔 중국 경제가 최정점에 달한 뒤 내리막을 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시 주석 입장에선 돌파구와 승부수가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유력한 카드 중 하나가 타이완 통일이 될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군사적인 분석도 이런 시나리오를 뒷받침합니다. 현재 중국이 보유 중인 항공모함은 랴오닝함과 산둥함 2척입니다. 현재 3번째 항공모함을 건조 중인데 중국 언론은 내년 초 진수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2027년에는 중국이 6척 정도의 항공모함을 보유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해 미국이 개입하더라도 해상전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중국이 괌을 타격하거나 반대로 미국이 중국 본토를 폭격할 경우 전황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7년 침공설의 이면에는 '중국이 항공모함 6척을 보유하면 타이완을 둘러싼 해상전에서 미 7함대 등 미국 전력에 뒤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깔려 있습니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사진 왼쪽)과 산둥함

올해 4월 퇴임한 필립 데이비슨 전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지난달 23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향후 6년 이내에 타이완을 침공해 병합하는 시나리오가 한층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은 그 근거로 미사일·사이버·훈련 능력, 병력의 상호 이용·후방 지원 등의 중국군 변화를 거론했습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 의욕도 꼽았습니다. 데이비슨 전 사령관이 특정한 향후 6년은 공교롭게 앞선 시나리오에서 제기된 2027년과 일치합니다.

전쟁이 발발할 경우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타이완 우자오셰 외교장관은 4일 호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타이완을 공격한다면 타이완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중국도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일본, 호주 등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위 시나리오대로라면 6년 이내 '힘의 균형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가 전쟁 발발 여부를 가늠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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