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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20년 차 프리랜서가 알려주는 '생존전략 4원칙'

[인-잇] 20년 차 프리랜서가 알려주는 '생존전략 4원칙'
프.리.랜.서.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나는 프리랜서로 20년 조금 넘게 살아왔다. 번역 프리랜서였다가 번역 활동을 그만 두었다. 이후론 글 쓰고 강연하고 각종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책 관련 전시 기획도 했다. 응모 대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나 공모 지원 심사도 했다. 출판 관련 행사 진행도 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책 소개 코너에 출연했다.
 

프리랜서 생존전략 1.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일만 해서는 먹고살기 힘든 게 프리랜서의 세계다. 한 가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그것과 상관있는 다양한 일을 해야 한다. 이것이 프리랜서 생활의 첫 번째 원칙이다. 다시 말해서, 자기 분야의 한 가지 일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일을 두루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프리랜서뿐만이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 회계에 마케팅까지 능숙한 직원이 있다면, 여러 부서에서 서로 데려가려 할 가능성이 커진다.

야구로 치면 이른바 멀티 포지션. 그러니까 2루수, 유격수, 3루수 등을 다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외야수까지 맡을 수 있다면 더욱 좋다. 물론 그 가운데 한두 가지는 상대적으로 더 확실하게 잘 해야 한다. 시쳇말로 필살기는 갖고 있어야 한다. 요컨대 기본기를 바탕으로 필살기를 갖추고, 더 다양한 역할로 넓혀가야 한다.

그러자면 필요한 것이 도전적 자세다. 해보지 못했거나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일이 들어오면, 프리랜서는 고민하게 된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가 맡아도 되는 걸까?' 대략 80퍼센트 정도 내가 해낼 수 있겠다 싶으면, 일을 맡는 게 좋다. 모자란 20퍼센트는 어렵더라도,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해서든 해낼 수 있고, 또 해내야 한다. 일단 그렇게 해내고 나면 경험과 자신감이 쌓인다. 이 원칙은 특히 20대와 30대에 중요하다.
 

프리랜서 생존전략 2. 나만의 루틴을 지켜라

프리랜서 생활의 두 번째 원칙은 생활의 규칙성을 만들어 지켜나가는 것이다. 이른바 '루틴'이라고도 한다. 소속 없이 자유롭게 일하기 때문에 생활이 무질서해지기 쉽다. 일에 관하여 다른 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생활의 규칙성이 중요하다. 잠들고 일어나고 일하고 먹고 운동하는 시간을 가급적 일정하게 하는 것이 좋다. 약속도 아무렇게나 잡지 말아야 한다. 내 생활의 규칙성 안에서 약속을 잡는 게 좋다.

자율이란 남의 지배나 구속을 받지 아니하고,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또한 자기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여 절제하는 것이다. 프리랜서의 '프리'란 바로 이러한 자율을 뜻한다. 그냥 제 멋대로, 되는대로 생활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래서 어렵다. 차라리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통제한다면 규칙적으로 생활하기 쉽다. 그런 것 없이 나 혼자 나 자신을 규율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이 어려운 걸 해내야 프리랜서로 먹고살 수 있다.

생활의 규칙성은 건강과도 직결된다. 프리랜서는 당연히 직장인의 병가나 휴직 같은 게 없다. 물론 퇴직금도 없다. 건강이 나빠져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면 금방 곤궁해지기 쉽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은 프리랜서에게는 그야말로 금과옥조가 아닐 수 없다. 그러자면 생활의 규칙성을 지켜나가야 한다.
 

프리랜서 생존전략 3. 일이 크건 작건 정성을 기울여라

세 번째 원칙은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똑같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다보면, 받게 될 보수가 크고 일 규모도 큰 일이 있는가 하면, 보수가 얼마 되지 않는 작은 일감도 맡게 된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간사해서 아무래도 보수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일에 더 큰 정성을 들이기 쉽다.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선 소홀해지기 쉽다. 어떤 일에는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이면서, 또 어떤 일은 대충대충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는 보수가 크든 작든 모든 일이 똑같은 기회다. 보수가 적은 일이라도 집중하여 성공적으로 해내고 나면 그것이 다른 기회로, 때로는 훨씬 더 큰 기회로 연결되기도 한다. 프리랜서는 평판이 중요한 직업이다. "그 사람은 믿고 맡길 수 있다"라는 평판, "이 일에는 이 사람이 적합하다"라는 평가가 중요하다. 그런 평판과 평가를 받아야 일감이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진다. 그러자면 작은 일감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프리랜서 생존전략 4. 절약하고 저축하고 또 저축하라

프리랜서 생활의 네 번째 원칙은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이다.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기 십상이다. 앞서 말했듯이 퇴직금도 없다. 나는 일감이 없던 시기에 제법 오래 보험료를 납입했던 종신보험을 해약한 적이 있다. 몇 달 지나면 당장의 생활비가 없는 형편에 빠질 것 같았다. 다행히 그 뒤로 일감이 제법 들어와 수입 흐름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불필요한 소비, 충동적인 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프리랜서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2년 정도 쓸 수 있는 기본 생활비를 요구불 예금에 늘 유지하는 게 좋다. 또한 직장인들의 퇴직금에 해당하는 돈을 따로 모아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프리랜서는 모험적이고 위험성 높은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프리랜서 생활 자체가 모험이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나는 이런 네 가지 원칙을 지켜왔는가? 지키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긴 했지만 지켜왔다고 보긴 힘들다. 그러니 지금까지 내가 얘기한 것은 나 자신에게 '제발 좀 원칙을 지켜라' 충고하는 말이다. 특히 가장 어려운 건 생활의 규칙성이다.

표정훈 인잇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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