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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0%' 진도군…주민도 못 믿겠다는데, 왜?

<앵커>

지난달 고용률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0.8%포인트 소폭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발표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기 공공일자리를 늘려 만든 통계상의 착시 현상으로 실제 20·30대 청년 일자리는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줄었습니다.

윤나라 기자입니다.

<기자>

올 상반기 조사에서 실업률 0%를 기록한 전남 진도입니다.

현지 주민 대다수는 통계청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서종찬(가명)/진도군 식당 사장 : 말이 안 되는 거죠. 아는 동생이며 형님들이고 주위에 놀고 계시는 분들 많은데.]

진도 주민 3만여 명 가운데 정부가 만든 재정 일자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10%에 달합니다.

대부분 공원 청소나 꽃밭 가꾸기를 하는 노인들인데 취업자로 분류돼 있습니다.

[김춘화/진도군의원 (더불어민주당) : 노인 일자리라든지, 공공일자리 이런 부분은 단기적인 일자리거든요. 청년들의 취업률은 이렇게 안정적이지 못해요.]

모종이 한창이어야 할 전남 해남의 한 배추밭입니다.

1만 평 땅에 배추를 심어야 하는데 일하는 사람은 2명뿐입니다.

코로나로 외국인 근로자 수급이 막힌 데다 주민 일부는 공공근로로 빠져나갔기 때문입니다.

인근 밭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김귀이/해남군 배추밭 주인 : 공공근로 때문에 농사짓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아요.]

[정기정/사계절 영농조합법인 대표 : 사람들이 와야 하는데 전부 그쪽(공공근로)으로 나가버리잖아요.]

올해 정부 재정으로 만든 공공일자리 100만 개 가운데 80%는 노인 일자리입니다.

입법조사처는 고용 통계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반영하는 것은 고용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영범/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 일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취업이 되면 취업이 된 거니까. 그런데 35, 36시간 이상 일자리는 줄어들고. 60대 일자리가 만들어진 거지, 30대 40대는 확 줄었죠.]

올해 1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의 경우 6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지만, 20%는 반년 안에 그만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박미래(가명)/20대 구직자 : 생계 유지는 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 전전하다가 (취업했는데) (월급은) 192만 원가량 받았어요.]

올해 1분기 20대 이하 일자리와 30대 일자리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3만 5천 개, 6만 3천 개씩 감소했습니다.

[김용기/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그 연령대의) 인구가 감소됐기 때문에 오히려 고용률은 상승했습니다.]

정부는 또 재정 일자리 사업으로 전체 일자리가 늘어났고, 노인 빈곤 문제도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치 개선에만 매달리다 보니 오히려 양질의 청년 일자리 만드는 것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김태기/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정부가 재정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만큼 민간 일자리는 줄어버립니다. 그건 뭐 철칙이죠.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예요.]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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